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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2020년 3월호] 배급제는 사회주의로 가는 중간역이다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0-03-02 13:48
조회
825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사회주의

미제스 와이어 2020년 정기칼럼 목차 <펼치기>

김현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로 표기) 장관은 3월부터 주택 매입에 쓰이는 자금 흐름 조사를 강화해 편법 증여 등의 거래와 투기세력을 차단할 계획임을 지난 달 20일 발표했다. 3월 이전에도 ‘투기과열지구 3억 원 이상 주택’에 한정해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국토부는 3월부터 이 조건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국토부는 투기과열지구 9억 원 초과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자금조달계획서와 각종 증빙서류를 최대 15종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조정대상지역에서도 3억 원 이상의 주택, 비규제지역에서도 6억 원 이상의 주택을 구입하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토록 했다. 한 마디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 주택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달 21일에 ‘부동산 시장 불법 행위 대응반’도 만들었다.

국토부는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한 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한 채를 제외한 주택은 모두 팔 것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종로구 출마를 위해 사는 곳을 옮길 것이라는 말이 나오자 기자들이 이 기회에 한 채 이상의 주택을 팔 것인가를 그에게 물었다. 국토부의 경고나 기자들의 그런 질문에는 암묵적이지만 전제되어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배급’이다. 연초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주장한 ‘주택거래허가제’의 근저에도 동일한 전제가 놓여있다. 국토부가 3월부터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한 정책에도 배급이, 비록 암묵적이지만, 전제되어 있다는 점에서 앞에서 언급한 공식적·비공식적 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

정부는 배급으로 자신이 의도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다. 배급은 민간의 경제행위에 대한 정부 간섭의 결과이다. 배급의 다음 단계는 사회주의화 또는 공산화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당 대표 시절에 토지를 공유 또는 국유로 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좌파 정치인들, 교육자들, 전문가들, 공무원들 중에는 '조지스트'(Georgist: Henry George의 추종자들을 지칭함)가 적지 않다. 그것은 토지를 포함한 부동산도 조만간 배급에서 사회주의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배급으로 제도나 정책이 대부분 사회주의화된 것이 교육이다. 교육에서 배급은 오랜 기간 동안 시행되었고, 그 결과 많은 부작용이 나타났으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는 다시 배급보다 더 강력한 간섭, 즉 사회주의를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치하의 배급이 우리가 말하는 배급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한다면 배급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문제는 배급에서 사회주의로 가기는 쉽지만 사회주의에서 배급을 거쳐 자본주의로 회귀하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교육의 역사가 그 점을 잘 보여준다.

어떤 재화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일곱 가지이다. 여기에서 그것을 다 설명하는 일은 일단 뒤로 미룬다. 그 일곱 가지 중에서 중요한 한 가지는 ‘화폐에 대한 유보수요'(reservation demand)이다. 사람들이 현금이나 요구불 예금의 형태로 화폐를 보유하는 것은 ’예비적 목적‘과 ’투기적 목적‘ 때문이다. 예비적 목적이란, 예를 들어,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고를 위하여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다. 투기적 목적이란 말 그대로 투기를 위하여 화폐를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사람들이 현금을 보유할 때 두 가지 목적 중에서 어느 목적에 어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는가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그 비중도 그 때 그 때 달라진다.

투기적 목적이 화폐를 유보하는 이유 중의 하나라면 투기가 화폐를 보유하는 목적에 내재된 것임을 의미한다. 그것은 투기가 조건만 맞으면 언제나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또한 의미한다. 그러므로 투기를 근절하고자 한다면 화폐에 대한 유보수요를 낮추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2019년 12월 말 현재 사람들이 보유한 현금과 요구불 예금의 합은 약 952.9조 원이다. 광의의 유동성(L)은 같은 시점에 5216.1조 원이다. 이것은 한국 사람들이 그만큼 현금의 형태로 화폐를 보유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MMF와 같은 금융 자산도 현금과 큰 차이가 없다. 그 점을 고려하면 한국 사람들이 보유하는 화폐에 대한 유보수요는 952.9조 원보다 훨씬 많다.

정상적이라면 이자도 생기지 않는 요구불 예금이나 현금을 그렇게 많이 보유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화폐에 대한 유보수요가 많다는 것은 대형 자동차 사고와 같은 유사시에 잘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화폐에 대한 유보수요가 많다는 것은 투기의 기회가 오면 가격을, 유보수요가 적을 때 비하면, 더 빨리 그리고 더 크게 오르게 한다. 지난 2-3년 간 서울·경기지역의 부동산의 가격이 급등한 것은 그 점을 잘 보여준다.

과거 부동산의 가격이 폭등 또는 폭락했던 것은 그것이 경기변동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지만 화폐라는 측면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폐에 대한 유보수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론 다른 요인이 일정하다면 말이다. 그리고 화폐에 대한 유보수요는, 더 근본적으로는, 화폐의 총공급, 모든 재화의 총공급, 모든 재화에 대한 유보수요, 정치적 격변 등을 포함한 삶의 불확실성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적지 않아서 여기에서 모두 다룰 수는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역대 어떤 정권도 부동산에 정책에 관한 한 배급—즉 간섭주의—를 강조해왔고 사회주의로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는 점이다. 작금에 조지스트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부동산의 사회주의화를 촉진하는 요인 중에 중요한 것이다. 다른 한편,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을 때는 자본주의 방법을 도입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몇 십년간을 회고해 볼 때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방법에 간섭주의 또는 사회주의가 점점 더 많이 도입되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방법은 결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1960년대 공업화를 시작한 이래 부동산의 역사가 그 점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자본주의만이 부동산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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