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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2020년 4월호] 2020년의 경제위기: 원인과 해법 (1)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0-04-01 12:07
조회
872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한국경제

미제스 와이어 2020년 정기칼럼 목차 <펼치기>

1. 경제위기의 원인

미국 다우지수가 2020년 2월 12일 29568.57포인트에서 3월 23일 18213.65포인트까지 급락했다. 40여 일만에 약 38%나 하락한 것이다.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2020년 1월 20일 2277.23포인트에서 3월 19일 1439.43포인트까지 폭락했다. 60여 일만에 약 37%나 내려앉은 것이다. 다른 나라 주가지수도 미국, 한국 등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경제 평론가들은 미국을 포함한 각국 주가지수의 그런 대폭락이 경기침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또한 그런 침체의 원인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수요와 공급의 크나큰 감소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 베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 IMF총재 등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주장은 불과 며칠 사이에 정설로 굳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 주장의 핵심은, 2020년의 경제위기를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과 그를 막기 위한 각종 방역 대책→(공급망 붕괴로 인한)공급의 감소와 수요의 감소→기업 파산→구조조정→일자리 상실(또는 소득 감소)→수요 감소’라는 인과관계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이 그런 인과관계의 최초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번 2020년 경제위기와 관련하여 두 가지 의문이 있다.

첫째, 이번 경제위기가 순전히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한 공급과 수요의 급감이 원인인가 하는 것이다.

둘째, 과연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의 위기 극복 방안이라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첫 번째 의문부터 풀어보기로 한다. 2020년 경제위기에는 두 가지 원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한 가지 원인은 이 번 경제위기가 중앙은행이 화폐공급을 큰 폭으로 늘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2000년 연 평균 6.40%에서 인하하여 2001년에 1.82%, 2002년 1.24%, 2003년 0.98%로, 그 이후 2004년 2.16%, 2005년 4.16%, 2006년 5.24%, 2007년 4.24%로 지속적으로 인상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때문에 통화공급이 크게 증가했다. 2008년에 경제위기(2008년 경제위기를 금융위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틀린 것이다)가 발생했던 것은 필연이었다. 그리고 그 경제위기는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전 세계 다수 금융기관이 미국 모기지 채권의 유동화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은 2008년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연방기금금리를 2008년 연평균 0.16%, 2009년 0.12%, 2010년 0.18%, 2011년 0.07%, 2012년 0.16%, 2013년 0.09%, 2014년 0.12%, 2015년 0.24%, 2016년 0.54%로 매우 낮게 유지했고, 경기 과열을 방지하기 위하여 2017년 1.3%, 2018년 2.27%, 2019년 1.55%까지 인상했다. 특징적인 것은 긴 기간의 저금리에 비하면 2017년 이후 인상된 금리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만 구간의 하단 금리는 2008년 1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0%였다. 미국 연방기금금리는 역사상 최저였을 뿐 아니라 그 최저가 가장 오래 지속되었다.

연방기금금리의 인하와 그 이후 최저 금리의 장기간의 지속은 통화공급을 크게 증가하게 만들었고 경제는 2012년 무렵부터 2019년 전반까지 붐(boom)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통화공급의 인위적인 증대에 의해 만들어진 붐은 언제까지나 지속되지 않는다. 2015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연준은 경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하여 연방기금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였고 통화공급 증가율은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9년 후반부터 경제는 이제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기 시작했고 그런 침체가 극적으로 나타난 것이 2020년 2월 주식시장의 폭락이었다. 이제 경기변동의 버스트(bust) 국면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기준금리가 2008년 8월 연 5.25%로 고점을 찍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인하되어 2016년 6월 연 1.25%로 역사적 저점을 찍었으며, 그 이후 2018년 11월 연 1.75%로 조금 인상되었다. 한국은행은 2008년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하여 기준금리를 2016년까지 인하했고 그 무렵까지 붐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탄핵과 맞물리면서 2016년에 이미 버스트 국면에 돌입했다. 무엇보다도, 2016년 이전 지속된 저금리로 인한 통화공급의 증대는 큰 비중이 소비재인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서울·경기 지역 일대의 부동산 가격만 폭등하게 만들었다. 통화공급의 증대가 기업의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소비재의 구매로 돌려지면 경기변동은 발생하지 않고 해당 소비재의 가격만 밀어올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번 경제위기의 경우 경기변동의 상승과 하락의 진폭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고 예상하게 한다. 미국과 비교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이제 미국과 한국의 특수 상황을 점검해 보자. 미국의 경우는 해외 직구에 의한 주식시장의 추가적인 호황, 법인세의 인하, 세계 유수 기업(예를 들어 LG 화학)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공유경제의 확산, 디지털화의 진전(인공지능, 원격의료 등), 셰일오일의 본격적인 수출 등이 있었고 그와 반대로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관세의 부과 또는 인상은 생산성을 억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앞에서 나열한 것 중에는 생산성의 증가를 가져온 요인도 있지만 경기변동에 의한 침체를 단순히 촉진한 요인도 있다.

한국의 경우는 순해외직접투자(아웃바운드 해외직접투자에서 인바운드 해외직접투자를 뺀 금액)가 최근 들어 점차 증가해왔기 때문에 붐의 국면에서도 붐을 억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52시간제의 무리한 추진, 탈원전 정책, 반기업 정서와 법인세율 인상, 사드 갈등으로 인한 관광, 무역 등의 감소,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무역의 위축 등은 붐 국면이 끝나기도 전에 한국 경제를 사실상 버스트 국면에 진입토록 하는데 일조(一助)했다. 다만 앞에서 나열한 것 중에는 생산성의 하락이 경제성장에 실질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도 있다.

통화공급을 정의할 때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제학은 주류 경제학과 다르게 한다. 그런 차이점이 다른 분석을 내놓음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통화공급이 증가하면 경제는 붐과 버스트라는 경기변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붐에서 생산자들은 자본재의 과오투자를, 소비자들은 소비재에 대한 과소비를 하게 된다. 그러나 과오투자와 과소비는 지속되지 않는다. 증가된 자본재에 의해 과잉 생산된 소비재들은, 그 다음 단계에서 소비자들의 충분한 저축이 없기 때문에, 재고로 쌓일 수밖에 없다. 침체가 시작되는 것이다. 붐 단계에서 과오투자된 자본재들은 버스트 단계에서 구조조정되어야 할 뿐 아니라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 임금 삭감 등으로 소비재에 대한 수요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버스트 단계에서는 생산의 구조조정과 감소와 수요의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으로는 이번 경제위기가 코로나가 원인이라는 주장과 구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원인이라는 관점에서 화폐에 의한 경제위기와 코로나에 의한 경제위기가 명백히 다른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2020년 경제위기의 핵심은 지난 10년 이상 지속된 통화공급의 증대에 의한 경기변동이다. 모든 경제 전문가들과 논평가들은 이 번 경제위기의 원인이 경기변동이라는 점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필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초래한 공급과 수요의 감소가 이 번 경제위기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여행, 숙박, 수송, 에너지, 전시, 도·소매, 자동차 조립과 IT 관련 산업(부품을 해외에서 공급받는 경우에), 스포츠, 오락, 문화 등의 부문에서 공급과 수요의 큰 감소가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죽음에 대한 공포와 경제가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그런 분야를 더 나쁘게 하고 있다. 다른 한 편, 배달, 온라인 또는 모바일 쇼핑, 제약과 관련 유통, 의료와 의료기기, 디지털 관련 부문(회의, 원격 진료 등) 등은 확장하고 있다.

경기변동에 의한 경제위기와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엄밀히 말해,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의 위축을 경제위기로 규정할 수 있는가도 현재는 의문이지만, 그 위축이 작지 않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일단 그대로 받아들인다)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전자는 화폐와 관련한 현상이기 때문에 모든 부문의 모든 경제주체가 영향을 받는다. 대공황을 포함한 과거의 모든 경제위기는 화폐공급의 증대에 의한 경제위기이다. 물론 다른 요인도 경제위기에 가세했지만 말이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는 경제의 일부 부문만 격심한 위기를 겪지만 다른 부문에서는 확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심리적인 요인이 작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의 경제위기가 이번 경제위기와 다른 점은 다음과 같다. 전자는 모두 화폐공급 증대에 의한 경기변동이라면 후자는 그런 경기변동에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가 추가된 것이다. 바로 그 이유로 이 번 경제위기는 과거의 경제위기보다 더 심각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위기 기간이 짧기 때문에, 경기변동의 영향이 코로나로 인한 영향보다 크다고 하겠다(물론 이것은 실증적인 질문이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자료를 구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필자의 직관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향후에 두 위기 중에 어느 쪽이 더 클 것인가는 코로나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에 달려 있고 그것은 인간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언제 그리고 어떻게 종식시키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태그 : #경기변동 #간섭주의 #미국경제 #호황과_불황 #중앙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