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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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와 인종차별에 대한 미제스의 견해

해외 칼럼
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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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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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8

Matthew McCaffrey | People - Foundation for Economic Education

Matthew McCaffrey
* 맨체스터대학교 경영학 교수 (앙제대학교 경제학 박사)
* 미제스 연구소 연구원

주제 : #정치철학과_윤리학

원문 : Mises on the Battle between Liberalism and Racism (게재일 : 2016년 9월 29일)
번역 : 김경훈 연구원



서구사회, 특히 미국사회에서 '인종 정체성(Racial identity)'은 경찰의 폭력에서 이민 통제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화제가 되고 있는 수 많은 정치적, 경제적 문제와 얽혀 있다. 요즘 시대는 1960년대의 '민권운동(civil rights movements)'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인종주의과 인종갈등이 대중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의 사건들은 우리에게 자유사회에서 '인종주의(racism)'와 '인종차별(racial discrimination)'의 의미를 다시금 고려하게 한다. 인종차별적인 경제적-사회적 교리의 의의를 통찰하기 위해, 우리는 미제스의 저술을 참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굳이 인종차별에 '교리(doctrines)'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미제스가 인종주의를 '증오감(hatred)'의 발현 따위로 단순하게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에, 전 일생에 걸쳐 미제스는 인종주의를 특정 인종집단의 정치적 지배와 증오를 정당화하는 수단이자 '이데올로기(ideologies)'로서 분석하였다. 나치를 탈출한 유대인 난민이었던 미제스는 인종주의의 철학적·실제적 참상을 직접 경험한 당자사였다. 그의 생애를 고려한다면, 그가 자유주의와 인종주의가 대립한다고 믿었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종주의와 '다중논리주의(polylogism)'

대부분의 현대 경제학자는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이라는 맥락에서 인종주의에 대해 논한다. 그러나, 미제스에게 있어 인종주의는 방법론적, 인식론적 차원의 문제이다. 미제스는 <인간행동(Human Action)>, <화폐, 방법론, 시장과정(Money, Method, and the Market Process)> 등에서 인종주의를 비판한 바 있다. 다중논리주의는 각각의 [역주: 경제적, 사회적, 인종적] 집단이나 계층이 각자의 논리와 생각의 방식을 갖고 있다는 신조이다. 즉 서로 다른 집단의 '논리’는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다중논리주의자들은 집단간 정신구조의 차이를 파악하는 것만이 특정 집단의 경제적, 사회적 면모를 이해할 실마리를 제공해주고, 궁극적으로는 집단 사이의 본질적 우열관계를 나누어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을 지배할 정당성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미제스는 다중논리주의의 가당 대표적인 예로 인종주의와 마르크스주의를 제시한다. 두 교리 모두 이성의 보편성을 부정했으며, 미제스가 강력하게 반대한 대표적인 사상들이다. 미제스에 따르면 이 교리들은 완전히 실패했다:

마르크스주의자들, 인종주의자들, 또 다른 유형의 다중논리주의 지지자들은 모두 마음의 논리 구조가 계급, 인종, 또는 민족에 따라 다르다고 단언하는 것 이상은 나아갈 수 없었다. 그들은 어떤 점에서 프롤레타리아 논리가 부르주아 논리와 다르고, 아리아인의 논리가 여타 인종들의 논리와 다른지, 또는 독일인의 논리가 프랑스인이나 영국인의 논리와 다른지를 감히 정확하게 논증할 수 없었다. (한국어 번역본 1권, p.152)

보편적 논리를 부정함으로써 다중논리주의는 경제학 역시 부정하고자 시도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면, 인종주의를 비롯한 다중논리주의 교리들은 분업과 평화적인 사회협력의 혜택을 부정한다. 대신 집단간 갈등, 심지어 전쟁마저도 불가피하다는 점을 주장한다.1 인종주의에 따르면 한 인종집단의 영광은 다른 인종집단에 해악을 끼치는 경우에만 이룩할 수 있으며, 따라서 민족 사이의 평화는 있을 수 없다. 2

이런 이유로 미제스는 다중논리주의 교리가 곧 자유주의에 대한 공격을 의미한다고 인식했으며, 강도높게 다중논리주의를 비판하였다. 그의 명저 <과학이론과 역사학>에서, 미제스는 민족 간의 평화가 자유무역이 모든 참여자를 풍요롭게 하며, 편견과 갈등을 약화시킨다는 점을 여러 차례 입증하였다. 경제학의 지식은 인종주의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모든 인종집단의 이익은 사회적 협력에 의해서만 진전되며, 갈등은 언제나 해악을 가져올 뿐이다. 그러므로 인종주의는 자기패배적이다. 다른 집단들과의 평화적인 교류를 거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종주의자 자신들의 복지마저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인종주의의 정치학

이어서 미제스는 인종에 기초해 경제적 차이를 이끌어내려는 이론적 기초를 공격한다. 미제스에 따르면, 인종을 신체적 특성에 따라 나누고, 이러한 구별을 사용하여 경제적 성패를 분석하거나 예측하려는 노력은 일종의 사이비과학이며,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생물학적 근거에는 어디에도 없다.3 인종주의자들은 미제스가 1920년대에 비판한 바 있던, 우생학적인 맬서스주의에 기초한 케인스를 비롯한 반자유주의 철학을 받아들였다.

더 나아가 인종적 자격에 기초해 경제적 차이를 논하는 사상은 그 자체로 모순적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관찰할 수 있는] 세계관과 행동양식의 근본적 불일치는 인종, 민족, 또는 계급적 소속에 차이와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4 심지어 인종차별과 노동의 분업이 양립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미제스는 노동의 분업에 기초한 사회적 협력에 반대할 좋은 논거는 여전히 부실하다고 주장한다. 노동의 분업은 [역주: 인종간의 우열과 별개로] 언제나 우리에게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5 [역주: 이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우월민족이라 한들 열등민족과 협력하지 않을 이유는 적어도 경제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인종갈등의 사상은 반자유주의 정치운동에 의해 촉진되는 경우가 다분하다. 미제스는 인종이라는 개념이 개인주의를 대체하려는 집단주의자들에 의해 고안되었다고까지 주장하기도 한다.6 예컨대, '인종적 자격(race membership)'은 '국민 정체성(national identity)'과 부적절하게 결합될 수 있으며7, 따라서 평화적인 자유주의를 희생시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발전시키는데 사용될 수 있다. [역주: 아리아인, 특히 게르만족이 우월하다는 인종적 자격을 통해 독일의 국민 정체성을 일시적으로 확립시킨 나치가 그러하다.]

인종은 인종간 우열구조를 확립하고 소위 우월민족에게 법적 특권을 부여하는 도구로 사용된다.8 따라서 고전적 자유주의의 맥락에서 본다면, 인종주의는 계급갈등을 조장하는 수단이다. 사실 인종주의 이데올로기는 훨씬 더 사악하고 거대한 정치적 음모를 추진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른 인종집단과 충돌해야 한다는 사상은 당연히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며,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는 인종주의를 장려하고, 인종주의 역시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장려한다.9

미제스는 서구문명의 숭배자였으며, 특히 서구문명이 고전적 자유주의 전통을 창시했다는 점에서 그것을 숭배했다. 미제스는 서구문명의 경제적 성과가 전세계의 부러움을 받을만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과거에 서구가 이룩했던 성공은 "백인의 인종적 자만심과 인종주의의 정치적 교리"를 정당화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10 인종적 우월성은 근거가 없으며, 평화의 희망을 훼손할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조상이나 친척이 위대한 일을 성취했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워한다. 그들이 과거에 출중했던 가족, 부족, 민족, 종족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일부 사람들은 특별히 만족한다. 그러나 이러한 악의 없는 허영은 똑같이 출중한 그룹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냉소로 쉽사리 돌변하고 그들을 엽신여기고 모욕을 주려는 시도로 돌변한다. 유색인종과 접촉할 때 엄청나게 파렴치했던 서구 나라들의 외교관, 병사, 관료, 사업가는 서구 문명의 공적을 자랑스러워할 권리가 전혀 없다. 그들은 이 문화를 만든 사람들이 아니고, 도리어 그들의 행태로 손사잇켰기 때문이다. "강아지와 원주민 출입 금지"와 같은 푯말에서 나오듯이, 그들의 오만함은 다가올 세대의 인종 관계에 독소가 되었다. (한국어 번역본, p.420)

과거의 영광은 인종적 허영심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동시에, 다른 집단이 이룩한 성과는 차치하더라도, 어떤 집단이 이룩했다고 추정되는 업적이 미래에도 계속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은 언제나 불확실하다.

자유를 위한 투쟁

인종주의가 자유사회의 원칙과 충돌한다는 미제스의 주장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하지만 양자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해하는 것은 정말 필수적이다. 미제스에 따르면, 인종주의는 자유주의에 반대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이성 그 자체와 충돌한다. 인종주의는 경제학의 가장 근본적인 진리를 부정하며, 심지어 경제과학이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하고자 한다. 인종간 갈등을 추구하는 이론은 평화적 사회협력을 거부하고, 대신에 갈등과 전쟁을 인간사회의 근간으로 옹립시킨다.

자유사회를 위한 투쟁은 인종주의 이데올로기에 반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실천하는 하나의 방법은 정부의 간섭으로 인해 제도화된 많은 형태의 인종주의적 발상을 폭로하는 것이다. 면허제, '용도지역 규제(zoning restrictions)', 임금 및 가격 통제, 민간재산 몰수법, 경찰의 폭력, 교도소 제도 등 오늘날의 많은 시스템이 인종차별과 유사한 이념에 기초해 있다. 이 모든 것이 노동의 분업을 방해하고 인간의 복지에 큰 피해를 끼친다. 평화와 자유무역을 촉진하는 것만이 이러한 장애물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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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과학이론과 역사학(Theory and History)> 원서 p.41
  2. <인간행동> 원서 p.180-181/210-211
  3. <전능한 정부(Omnipotent Government)> p.170/172, <사회주의(Socialism)> 원서 p.324, <과학이론과 역사학> 원서 p.336
  4. <인간행동> 원서 p.87
  5. <사회주의> 원서 p.325-326, <화폐, 방법론, 시장과정> p.208
  6. <민족, 국가, 경제(Nation, State, and Economy)> p.35/41
  7. <민족, 국가, 경제> p.34-35
  8. <전능한 정부> p.172
  9. <민족, 국가, 경제> p.106, <사회주의> 원서 p.50
  10. <과학이론과 역사학> 원서 p.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