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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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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이해하고 싶다면, 사유재산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해외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1-03-24 13:00
조회
1553

Chris Calton
* 미제스 연구소 2018년 연구원
* 경제사학자

주제 : #사유재산

원문 : To Understand Economics, First Understand Private Porperty (게재일 : 2021년 3월 6일)
번역 : 전계운 대표

『인간, 경제, 국가』에서, 머레이 라스바드는 경제를 근본에서부터 재구성하여 경제 원리를 설명하였다. 고전파 경제학의 관례에 따라, 그는 로빈슨 크루소가 혼자 섬에 남겨진 상태로 가정하여 첫 장을 시작한다. 고립된 개인에게 경제법칙을 적용하고 검증한 후, 라스바드는 두 번째 장에서 섬에 크루소 외 다른 사람을 등장시켜 직접교환 혹은 물물교환을 소개한다. 세 번째 장과 네 번째 장에서는 간접교환 경제에서 화폐와 가격의 기원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카를 멩거루트비히 폰 미제스가 그랬던 것처럼, 라스바드 역시 가격 이론을 다루는 전문서(Treatise)에서 화폐와 가격의 기원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할 필요성을 깨달았다. 『화폐와 신용이론』에서 미제스는 멩거의 화폐에 대한 기원을 토대로 회귀정리를 정립했다. 미제스는 가격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그것의 기원 혹은 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이론화하였다. 오늘날 종이 지폐인 달러는 실질 상품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지만 [역주: 금과 같은 재화와 태환 기능을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는 종이 지폐가 정화[正貨]로부터 분리되던 시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우리는 종이나 다른 상품들이 간접교환의 매개체로 처음 사용하던 순간을 기록을 통해서는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시 경제가 점점 더 복잡하게 성장함에 따라, 어떤 상품들이 간접교환의 매개체로 사용되는 시점이 있었을 것이라고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미제스의 회귀정리는 가격 이론가들에게 중요한 통찰을 꽤 많이 제공해주었다. 아마 가장 중요한 통찰은 현대 화폐가 상품에 기반하고 있지 않더라도, 달러나 엔 등 어떤 화폐 등 상관 없이, 그 기원은 언제나 그 자체로 사용 가치를 지닌 상품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교환 매개체 역시 교환의 역사를 왜곡할 수 없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 화폐조차도 처음 달러로 교환하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달러의 가격은 상품 기반이었던 시절로 회귀하며, 상품의 가격은 최초의 간접교환의 시점까지 거슬러간다.

회귀정리에서 도출된 또 다른 통찰은 화폐 가격이 교환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 주장이 확실히 뻔한 말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세기 초에 벌어진 사회주의 논쟁은 이러한 주장이 가진 매우 심오한 통찰을 보여주었다. 바로 기술적인 계산(특정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과 경제 계산(이용 가능한 자원으로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 사이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장 교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간, 경제, 국가』 두 번째 장에서, 라스바드는 화폐 가격의 기원에 대한 미제스의 통찰을 요약하기 전에 재산권의 기원을 고찰한다. 라스바드는 존 로크를 인용하여 자기소유의 원칙을 주장하고, 소유자가 없는 땅에 자신의 노동을 혼합하여 땅을 개간하는 것으로부터 재산의 최초 전용이 도출된다고 논증한다. 라스바드는 재산의 기원을 확립한 후에야 교환 및 화폐 가격의 고찰로 돌아간다.

『인간, 경제, 국가』의 가치를 인정하는 우호적인 학자들조차도, 간혹 재산권의 기원에 대한 라스바드의 분석이 가치중립적인 경제 분석에서 벗어났으며, 따라서 무가치하고 부적절하다고 간주한다. 이들은 라스바드가 자유주의 윤리 이론을 경제학 분석에 대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가령, 존 예거(John Egger)는 라스바드가 “정치적인 과학자의 면모”를 보인다며, 라스바드가 도입한 윤리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 원칙에서 나올 수 없는 것이고,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이 경제를 분석하는데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난했다.1

라스바드에게 우호적인 오스트리언들 역시 재산권의 기원에 대한 라스바드의 설명에 대해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들은 단지 이를 과학적인 분석에서 벗어난 자유주의적인 일탈로 간주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사유재산의 기원에 대한 라스바드의 견해가 저평가받고 있으며, 매우 중요한 경제학적 통찰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믿는다. 미제스는 화폐의 가격이 교환에 달려있음을 알고, 화폐 교환의 기원을 설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라스바드는 미제스의 생각을 한층 더 발전시켰다. 시장교환의 전제조건은 사유재산이며, 따라서 재산 규범의 기원이, 화폐 혹은 화폐교환의 기원만큼이나 경제 분석과 깊은 관련을 가진다는 점을 인지하였기 때문이다. 라스바드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썼다:

교환과정을 검토하기 전에,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교환하기 위해서는 그가 그것을 먼저 소유하거나 소유해야 한다.2

비판적인 독자들은 라스바드의 재산권 기원에 대한 설명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대할지도 모른다. 확실히 정부는 로크의 윤리관을 위배하지만 시장 교환의 조건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재산권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반론은 적어도 『인간, 경제, 국가』 두 번째 장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않다. 라스바드는 정부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시장 경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정부가 없는 시장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사유재산에 대한 규범이 자발적으로 형성되어야만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라스바드는 로크의 최초 전용 원리가 재산권의 성립에 있어서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단언하지 않았다. (물론 라스바드가 확실히 로크의 원리가 옳다고 믿었으며, 다른 저서인 『자유의 윤리』에서 로크의 윤리관을 바탕으로 진지하게 윤리학적 논증을 전개한 바가 있다.) 『인간, 경제, 국가』에서는 단지 방해받지 않는 시장(Unhampered market)에서의 재산권의 출현을 논리적으로 고찰하고 있을 뿐다. 라스바드가 쓰기를,

자유롭고 방해받지 않는 시장에서... 그는 어떤 종류의 요소를 대가로... 어떤 종류의 요소로 교환할 수도 있다.

이어 라스바드는 다음과 같이 썼다.

재산이 만들어지는 원천인 선물과 교환은 다음과 같이 최종적으로 분석되어야 한다. 자기소유권, 미사용의 자연이 준 요소들의 전유, 생산재의 생산과 소비재의 생산 등. 이것들이 자유경제체제에서 재산을 획득하는 궁극적 원천이다.3

라스바드의 주장은 미제스의 회귀정리와 유사한 논리 구조를 따르고 있다. 사실상 라스바드는 미제스가 정립한 교환의 연속성을 확장였다고 평할 수 있다. 회귀정리를 정립하면서, 미제스는 분석의 종착점을 현대의 화폐 가격으로, 출발점을 상품이 간접교환의 매개로 처음 사용하던 시점으로 정하였다. 라스바드 역시 미제스처럼 종착점은 같다. 하지만, 라스바드는 재산권이 (1) 교환에 필수적이며, (2) 어떤 사회에서도 미리 주어진 것이 아님을 깨달았고, 화폐 가격의 기원을 [역주: 미제스가 상정한 간접교환의 출현을 넘어서] 사유재산의 최초 발생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다르다.

물론, 사람들은 사유재산의 기원에 대한 대안 이론들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라스바드가 재산권 규범에 대한 설명의 필요성을 인지하였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귀중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경제학적 공헌을 남겼다고 말할 수 있다. 사유재산의 기원에 대한 라스바드의 견해를 반박하려는 주장들은, 화폐의 기원에 대한 미제스와 멩거의 견해를 반박하려는 주장들과 근본적으로 같다. 즉, “국가가 재산권을 형성하고 화폐를 도입하지 않는 한, 시장은 형성될 수 없다”는 반론이다.

하지만 역사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이 선사시대(기록을 남기기 이전의 인간의 역사)를 보다 상세하게 설명함에 따라, 재산권과 화폐에 대한 국가주의 이론은 모두 무너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예일대의 정치학자 제임스 스콧(James C. Scott)은 농경의 정착화가 국가의 형성보다 앞섰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또한, 국가는 과세 기반(보통 농작물을 바쳤음)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농경의 정착화와 원시적인 무역이 국가의 형성보다 시기적으로 먼저라고 주장한다. 비록 그가 재산권에 대해 직접 다루고 있지 않지만, 스콧은 초기 국가의 형성에는 “목재, 땔감, 가죽, 잡석, 구리, 주석, 금, 은 그리고 꿀 등 서로 다른 생태 지역에서 유래된 여러 상품이 필요”했으며, 이러한 상품들은 “도자기, 천, 곡물 그리고 세공 상품”등과 장거리 무역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4

라스바드와 미제스는 경제적 교류가 국가의 형성보다 선행한다는 점을 인지했으며, 화폐의 기원, 교환, 재산 규범 등에 대해 올바른 주장을 제시했다. 미제스와 라스바드가 추측의 역사(conjectural history)로 알려진 고전파 경제학의 연구 방법론을 계승한 것이 올바른 주장을 펼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이다. 실증적.역사적인 증거가 부재한 상황에서, 아담 스미스와 튀르고와 같은 고전파 사상가들은 인간 본성에 대한 가정을 바탕으로 관찰 가능한 현대적인 제도의 기원을 추측했다. 비록 추측에 불과했지만, 이 방법은 비과학적이지 않았다.

좋은 이론이란 무엇인가? 어떤 이론이 우리가 (현재 사회와 현존하는 증거 모두에 대해) 관찰가능한 것을 더 많이 설명할 수 있고, 설명불가능한 것이 더 적을 때 그것은 좋은 이론이다. 아프리카 등 기록적 증거가 부족한 역사 분야를 다루는 오늘날 역사학자들은, 여전히 추측의 역사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한 연구 방법론이 고전파 정치경제학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상기한 논점들을 고려한다면, 재산 규범의 기원에 대한 라스바드의 설명은 사회가 사유재산권을 어떻게 확립해야(should) 하는지(당위)에 대한 가치판단이 아니다. 정 반대로, 라스바드는 초기 사회에서 개인들이 사유재산권의 일부 제도를 상호 인정하며 확립해야만(must have) 했음을(사실) 인지하면서, 이러한 제도가 어떻게 등장했는지에 대한 이론을 [가치중립적으로] 제시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라스바드의 재산권 이론이 반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어떤 과학적 이론도 반론의 여지를 아예 허용하지 않을 수는 없음) 하지만 라스바드가 경제 분석을 올바르게 전개하다가 재산권 부분에서 갑자기 자유주의적 가치판단을 집어넣었다고 매도하는 학자들은, 라스바드가 만들어낸 중요한 경제학적인 기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태그 : #자유시장 #가치와_교환 #라스바드 #세계사 #화폐와_은행 #오스트리아학파개요

  1. John B. Egger, “Comment: Efficiency Is Not a Substitute for Ethics,” in Time, Uncertainty, and Disequilibrium: Exploration of Austrian Themes (Lexington, MA: Lexington Books, 1979), p. 119.
  2. Murray N. Rothbard, Man, Economy and State, with Power and Market, 2d scholar's ed. (Auburn, AL: Ludwig von Mises Institute, 2009), p. 91.
  3. Rothbard, pp. 92–93.
  4. James C. Scott, Against the Grain: A Deep History of the Earliest States (New Haven, CT: Yale University Press, 2017), pp. 68–92, 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