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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7월호] 성별 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들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2-07-01 18:53
조회
531

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노동과_임금

2022년 미제스 와이어 목차 <펼치기>

대한민국은 성별 간 임금격차가 OECD 최고수준이다. 한국의 남성 노동자가 100만원을 벌 때 여성 노동자는 67만7000원을 번다. 물론 이것은 평균치이다. 한국에서의 성별 간 임금격차는 1992년 이래 30년간 OECD 1위이다.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면서 여성 노동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지금, 여성 노동력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성별 간 임금격차의 해소는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라 있다. 그리고 그런 격차는 젠더 갈등의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지하듯이, 성별 간 임금격차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성별 간 임금격차 문제에 대하여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이자 노동경제학자인 클라우디아 골딘은 세 가지 해법을 제시한다(조선일보 2022년 5월 30일자). 첫째, ‘탐욕스러운 일자리’와 ‘유연한 일자리’ 간의 간극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탐욕스러운 일자리를 덜 탐욕스럽게 만들고 유연한 일자리의 생산성을 높여서 두 일자리 간의 임금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탐욕스러운 일자리는 높은 노동 강도와 불규칙한 근무시간을 요구하는 직업이다. 유연한 일자리는 근무시간을 예측할 수 있고 원하는 때에 휴가를 낼 수 있는 일자리이다. 당연히 유연한 일자리는 탐욕스러운 일자리보다 임금이 낮다. 둘째, 부모가 육아에 드는 비용을 줄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린이 돌봄 센터가 최대한 많이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여성들이 직장에서 더 많은 책임을 맡을 수 있도록 남성들이 집에서 더 많은 책임을 맡아야 한다. 이것은 여성이 회사에 요구하는 것을 남성도 똑같이 요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필자는, 성별 간 임금격차 문제에 대한 골딘의 해법은 매우 훌륭하지만 한국에 적용하기 이전에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노동조합의 존재 때문에 한국의 노동시장은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투쟁을 통해 자유시장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다. 우리는 이것을 ‘제한주의적 임금’이라고 한다. 제한주의적 임금으로 현직에 있는 노동조합원은 이득을 본다, 그러나 노동조합원이 아닌 노동자, 고용주, 경제 내의 모든 경제주체 등은 피해를 입는다. 피해의 정도는 제한주의적 임금의 크기, 노동조합원으로부터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에 달려있다. 문제는 고용주도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주식회사 체제가 기본인 사회에서는 고용주의 피해란 결국 주주의 피해를 의미한다. 그런 피해는 기업이 탐욕스러운 일자리를 줄이고 유연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어렵게 만들거나 유연한 일자리를 가진 여성 노동자에게 임금을 올려주거나 충분한 유급휴가를 줄 수 있는 여지를 없앨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에서는 노동조합에 의한 노동시장 왜곡은 예외적으로만 있을 뿐이다.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제한주의적 임금의 영향이 크면 클수록 실업자가 늘어나고 그런 실업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연한 일자리를 요구하는 노동자는 동일한 조건이라면 탐욕스러운 일자리를 잘 해낼 수 있는 노동자와 비교하여 경쟁에서 밀려난다. 한국에서는 1960년대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실업자는 언제나 매우 많았기 때문에(그 점에서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률 통계는 문제가 작지 않다) 유연한 일자리를 요구하는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작은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성별 간 임금격차가 오랫동안 지속되어오고 그 격차가 컸던 원인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강력한 노동조합의 존재이다.

둘째, 현재 한국의 일부 기업이나 기관은 생산성을 반영하는 임금체계를 도입하고 있지만 생산성과 무관한 연공서열제 또는 호봉제를 운영하는 기업이나 기관도 적지 않다. 생산성을 반영하지 않는 임금체계는 기업이나 기관으로 하여금 전체 노동비용을 더 많이 지출하게 만든다. 전체 노동비용의 상승은 기업이나 기관의 임금 지불능력에 일정한 제약을 가하게 된다. 이것은 기업이나 기관으로 하여금 탐욕스러운 일자리를 유연한 일자리로 전환하는 것을 어렵게 하거나 유연한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게 하는 것을 방해한다.

셋째, 자유시장임금보다 높은 최저임금은 실업자를 양산하기 때문에 일자리 전환이나 창출을 어렵게 한다. 다른 나라 경제에 비해, 자영업자가 많은 한국 경제에는 최저임금제가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최저임금제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이나 노동조합만은 이 점을 꼭 이해해야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최저임금제는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넷째. 불환지폐의 공급 증대는 경기변동을 초래하고 그런 경기변동은, 경기변동이 없을 때와 비교하여, 실업자를 더 많이 만들어낸다. 경기변동에 의한 실업자의 양산은 기업이나 기관의 노동자에 대한 수요를 탐욕스러운 일자리에서 유연한 일자리로 전환(유연한 일자리 창출)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그런 전환(일자리 창출)에는 비용이 들지 않을 수 없는데 실업자의 존재가 그런 전환(일자리 창출)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은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가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성별 간 임금격차에 대한 클라우디아 골딘의 해법은 매우 훌륭하다. 그러나 필자는 골딘의 제안보다 먼저 한국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윤 창출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없앨 수 있다면, 한국의 기업이나 기관은 성별 간 임금격차와 같은 쉽지 않은 문제의 해결에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태그 : #사회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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