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칼럼 및 번역자료 투고 요령 안내

[미제스 와이어 12월호] 지금의 한국 교육계가 해결해야 할 최대의 과제는 대학 등록금 자유화이다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2-12-01 00:19
조회
562

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교육

2022년 미제스 와이어 목차 <펼치기>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지난 달 7일 취임했다. 그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임기 중 최대 목표가 공교육 신뢰 회복’이라고 자신의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교육계가 해결해야 할 최대의 과제는 대학 등록금 자유화이다.

보통 사람들의 학교 교육은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끝이다. 그런 대학은 현재 두 가지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학생의 지속적인 감소와 등록금의 최고가격 규제이다. 대학 등록금은 지난 2005년 무렵부터 인상이 극도로 억제되어 왔다. 그 결과로 대학교취학률(총취학률)은 2000년에 76.7%이던 것이 2006년 97.1%, 2007년에는 처음으로 100%를 넘어 101.9%가 되었고, 2009년에 104.3%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 조금씩 하락하여 2017년에 94.3%, 2018년 95.9%, 2019년 98.4%가 되었다. 2000년 이후 대학교취학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정점을 찍은 2009년 이후에도 90% 이상인 것은 대학 등록금의 인상이 얼마나 억제되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는 등록금보다 교육부가 규제하고 있는 등록금은 훨씬 낮다. 대학교취학률 자료가 보여주는 바는 2006-2012년 기간이 최고가격 등록금 규제가 가장 강력하게 집행된 것으로 보인다. 등록금 규제는 여러 가지 폐해를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서는 몇 가지 주요한 부작용만 검토한다.

첫째, 등록금이 최고가격으로 규제되니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이 너무 많아진다. 등록금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연도별 대학교취학률 통계를 앞에서 보았다. 2000년 대학교취학률 76.7%도 너무 높은 데 90-104%는 너무 너무 비정상적이다. 문제는 이런 높은 진학률에 맞게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대학 졸업생에게는 대학 졸업장이 이제 ‘짐’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 실업률이 높은 한 가지 이유는 너무 많은 청년이 대학을 졸업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중소기업에서는 일손이 부족하고 대기업에서는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너무 많은 대학 졸업자가 사회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학을 졸업하고 높은 임금을 주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정부가 주는 보조금에 의존하여 생활하는 청년이 적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5월 현재 청년(15-29세)은 895.5만 명, 그 중 졸업자(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포함)는 469.1만 명이다. 동일 시점 청년 실업자는 133만 명이고 그중 대졸자가 89.1만 명이기 때문에 대졸 실업률은 18.9%이다. 고졸 졸업자와 대졸 졸업자의 비율이 대략 1:2이기 때문에 이 비율을 청년 실업자에 적용하여 대졸 실업자를 구하였기 때문에 현실과는 조금 다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동일 시점 2년 이상 청년 미취업자는 35만 3천 명이기 때문에 앞의 비율을 적용하면 대졸 2년 이상 미취업자는 23만 명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2022년 5월은 경기변동의 붐의 끝자락이기 때문에 2022년 5월 현재 청년 미실업자는 2015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2020년 5월 현재 청년 실업자는 166만 명이다.

게다가, 최근에 한국 대기업은 배터리 생산 공장, 반도체 생산 공장, 전기차 생산 공장 등을 미국 내에 지을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 계획은 미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공장들의 크기에 따라 한국 내 일자리는 그만큼 감소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이다.

둘째, 대학 졸업장은 손에 넣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은 이제 결혼도 쉽지 않다. 결혼에서 여성이 남성을 평가할 때 최우선 순위는 물론 능력, 그 중에서도 경제적 능력이다. 그런데 일자리가 없다(또는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는 것은 경제적 능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고 여성이 그런 남성을 선택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대학 졸업장을 손에 넣었다 하더라도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일자리가 아니라면 그런 청년 남성의 우선순위는 높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등록금 규제가 결혼에 영향을 미치고 그런 영향은 다시 출산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등록금 규제가 비혼을 부추길 뿐 아니라 결혼하더라도 출산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등록금 규제는 결혼 매칭 사다리를 교란하여 비혼과 그에 따른 저출산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저출산의 원인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필자는 저출산의 한 가지 원인이 등록금 규제라고 주장한다.

넷째, 대학도 우수한 교육을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하고, 주지하듯이, 등록금은 대학의 성장과 발전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그런 등록금을 최고가격으로 고정하면(이 때의 고정은 매 년 고정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대학이 교육에 필요한 인력, 설비 등을 충분하게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다시 말하면, 등록금에 대한 최고가격 규제는 이제 대학의 성장과 발전에 장애물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 한국 유명 대학들의 국제 경쟁력이 하락했다는 결과는 예견된 것임을 알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주장하는 공학자와 미래학자들이 적지 않다. 4차 산업혁명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원이 필요한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다섯째, 등록금을 고정하면 대학은 학교 경영이 어려워지고 그런 어려움을 정부가 세금으로 보조해주는 일이 발생한다. 대학에 대한 보조금은 궁극적으로는 대학생에게 지급되는 것이다. 세금으로 대학생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도 일으킨다. 자녀를 대학에 보낼 정도의 학부모라면 소득 수준이 낮은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조금을 지불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공평한 것이다. 결국 대학 졸업자는 정부의 보조금으로 졸업장을 쥐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이 그런 졸업장이 이제 짐이 되고 만다. 대학 등록금이 규제되면서 학교 경영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교원의 복지도 적지 않게 후퇴해왔다.

일제는 한반도의 유일한 대학인 경성제국대학을 1924년 5월에 설립하고 1926년에 법문학부, 의학부 등을 개설했다. 일제는 처음에 경성제국대학을 자체의 판단에 의하기보다는 한반도 한인의 대학 설립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마지못해 설립했다. 일제는 기본적으로 한반도에는 대학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업화에 긴요한 이공학부는 1941년에야 개설되었는 데 그것마저도 일본의 전쟁 필요성 때문이었다. 일제가 한반도에서 펼친 대학교육 정책은 한반도 한인들을 우민(愚民)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었다. 이것은 해방 이후 공업화에 작지 않은 걸림돌이 되었을 것이고 지금도 그런 영향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해방 80여 년이 지나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은 너무 많은 대학 졸업생이 양산되고 있다. 여기에는 많은 자원 낭비가 뒤따른다. 이런 상황은 해방 전후의 상황과 너무 대조적이다. 그런 과다한 양산은 등록금을 최고가격으로 고정했기 때문에 생겨나고 있다. 인적 자원을 포함한 어떤 자원이라도 부족해도 문제이지만 남아도 문제인 것이다. 필자는 교육부 장관이 한국 교육계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잘못 짚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태그 : #간섭주의 #가격통제 #가격

썸네일 출처 : college tuition is too high but competition can fix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