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장 기타문제: 간섭주의 - 2편] 최저가격

제8장 기타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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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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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간섭주의

편집 : 김경훈 연구원
  • 이 글은 원저자인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으며, 본래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의 제8주제인 "한국경제와 기타문제"에 해당하나, 해당 주제가 서로 다른 주제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논의하고 있기에, "간섭주의", "토지정책", "환경오염", "재정적자, 농업, 실업", 그리고 "종합논평" 등 총 5개의 주제로 나누어 연재하기로 한다.
진단과 처방 시리즈 목차 <펼치기>

2. 간섭주의

(1) 가격규제1

정부가 가격을 고정한다(price fixing)는 것은 거래자들이 계약을 할 때 가격을 거래 쌍방의 협의에 의하여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가 가격을 고정하는 것은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한 것일 수 있다. 정부가 가격을 고정하는 목적과 상관없이 가격고정은 여러 가지 폐해를 만들어낸다. 그 결과 가격규제로 대부분의 경우에 정부가 내세우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가격고정에는 두 가지가 있다. 고정된 가격이 자유시장가격보다 높은 경우와 낮은 경우가 그것이다. 고정된 가격이 자유시장가격보다 높은 경우는 최저가격, 고정된 가격이 자유시장가격보다 낮은 경우는 최고가격이라고 부른다.

최저가격과 최고가격은 정부가 가격을 고정한 가격이다. 그러나 가격을 인상하기 직전에는 일시적으로 최저가격이 최고가격이 될 수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가격을 인하하기 직전에는 일시적으로 최고가격이 최저가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이해 집단이 고정된 가격을 인상하여 그 가격이 최저자격과 최고가격이 되도록 해줄 것을 정부에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1) 최저가격 (1)

한국 사회의 최저가격을 예로 들어 본다. 쌀 가격, 최저임금2, 환율 등이 대표적인 최저가격이다. 다른 예로는 겉·쌀보리(2011년까지), 콩(2017년까지), 팥(1996년까지), 녹두(1994년까지), 옥수수(2010년까지) 등이 있다.3 앞에서 나열한 것 이외에도 현실에는 최저가격이 더 있지만 생략한다. 다만 그것들의 최저가격 여부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쌀의 최저가격은 자유시장가격보다 얼마나 높은가? <표 8-1>은 쌀의 정부 수매가격과 생산비를 비교한 것이다. 쌀의 정부 수매가격이 생산비보다 최고 1.97배(2001년), 최저 1.35배(2016년) 높다. 정부 수매가격이 생산비보다 높다고 그것이 최저가격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쌀소득직불제를 2005년부터 시행하면서 그 배율이 작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쌀소득직불제 때문에 명목상으로는 그 배율이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쌀소득직불금을 수매가격에 합산하면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생산비 대비 수매가격 배율은 2005년 이후에는 일정 부분 높아진다. 다시 말하면, 2005년 이후에도 생산비 대비 정부 수매가격의 배율은 크게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표 8-2>는 연도별 쌀의 생산량과 정부의 추곡 매입량을 보여준다. 생산량에서 정부 매입량의 비중은 1993년을 정점(비중이 30.3%, 표에는 나와 있지 않음)으로 낮아져서 2006년 이후에는 더 크게 낮아지고 있다. 쌀의 생산량은 1988년 이후에 빠르게 적어져서 2017년에는 1986년 이후에 최소가 되었다.

쌀의 연간 생산량에서 추곡 매입량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추곡 매입량의 비중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이 정도를 정부가 매입하지 않고 전부 시장에 공급한다면 쌀의 시장가격은 <표 8-1>에서 나오는 추곡수매가격보다도 훨씬 낮을 것이다. 즉 우리는 최저가격과 자유시장가격의 차이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추곡수매가격이 최저가격임은 분명하다.


농민들은 최저가격에 의해서만 보조금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05년산부터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금도 농민들에게 지불되어 왔다. 그 금액은 2005년산 15,045억 원에서 시작하여 2017년산에는 13,708억 원이었다.4 그 금액이 가장 최고일 때는 2016년산에 대하여 23,277억 원이었고 2012년산은 6,101억 원이었다.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제는 쌀의 생산량과 추곡매입량을 줄어들게 만든 것도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쌀의 경우에는 ‘시리즈3’에서 쌀을 최저가격으로 고정함으로써 발생하는 각종 폐해를 참조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좀 다르게 설명해본다. 최저가격을 지정하면 초과공급이 발생한다. 가격이 자유시장일 때와 비교하여 수요자는 더 적게 수요하고, 생산자는 더 많게 생산하기 때문이다. 초과공급이란 경제 전체에서 쌀이 남아도는 상태를 말한다. 그렇게 남는 쌀은 정부의 창고에 쌓이게 된다. 그것은 정부가 최저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최저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쌀을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단 쌀을 구매하고 나면 남아도는 쌀을 다른 방법으로 처분할 방법은 없다. 창고에 재고를 쌓아두지 않는다면, 유일한 방법은 북한이나 해외 구호 단체에 대가를 받지 않고 넘겨주는 것이다. 다른 말로하면, 최저가격으로 인한 초과공급분은 다른 처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그만큼 자원의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남아도는 쌀은 낭비된 자원의 ‘보이는 부분’이다. 남아도는 쌀을 생산하기 위하여 투입된 농지, 농민의 노력, 비료, 농약, 농업용 기계와 운송수단 등은 낭비된 자원의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부분’이다.

정부가 쌀의 가격을 자유시장가격보다 높게 최저가격으로 고정하자 쌀의 소비량은 1980년 1인당 132.4kg에서 2017년 61.8kg으로 거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5 그 결과 공급량과 소비량의 차이, 즉 초과공급은 2008년 69만 톤에서 2017년 189만 톤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수매한 쌀을 관리하기 위한 비용만 2017년 약 2,530억 원, 2018년 약 3,879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정부는 쌀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과 쌀을 수매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하여 휴경을 하는 경우에 소득을 보전해주는 제도인 쌀소득직불제도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쌀값이 한 가마(80kg) 당 12만 원대로 폭락하자 정부는 7,200억 원을 투입하여 쌀 37만톤을 구매했다. 그 결과 쌀값은 2019년 1월 15일 기준으로 산지 쌀값은 한 가마 당 19만 3,120원이었다. 이 금액은 2018년 같은 때의 15만 9,644원보다 약 21%보다 높다. 2018년 쌀값도 자유시장가격이 아니지만 정부가 고정한 최저가격으로는 낮은 것이고 쌀의 가격을 고정하기 위하여 대량으로 쌀을 구매함으로써 최저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6

최저가격은 농민으로 하여금 단위 면적 당 쌀의 생산량을 극대화하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단위 면적당 농약과 비료의 사용량을 늘리는 것이다. 최저가격이 없을 때와 비교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비료 사용량의 증가는 토양과 하천 등에서 비료 성분인 질소, 인(燐) 등의 영양분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5~2017년 한강, 낙동강에 녹아있는 총인 농도는 평균치가 27~48ug/L(마이크로그램, 1ug=100만분의 1 그램), 금강은 65~80ug/L, 영산강은 100ug/L을 초과했다.7

세계보건기구는 하천이나 강에서 녹조가 발생하는 원인을 네 가지로 요약한다. 그러나 그것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물에 녹아 있는 인의 농도(L당 총인의 양)가 25~50ug/L 수준을 초과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8 다시 말하면,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에서 녹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그 강에 녹아 있는 총인 농도가 녹조가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을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토양의 과잉 영양 성분이 강과 하천으로 흘러들어 녹조의 지속적인 발생을 가져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토양 영양 과잉의 원인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최저가격 때문에 단위 면적당 쌀의 생산을 늘리기 위하여 단위 면적당 비료의 양을 증가시켰고 그것은 토양의 영양 과잉 상태를 가져왔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여기에 축산폐수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하겠지만 최저가격에 의한 비료의 과다 사용보다는 중요성이 작을 것이다. 한 마디로, 매년 되풀이되는 하천 녹조의 발생은 쌀의 최저가격이라는 가격규제의 폐해이다.

그러나 환경전문가들은 토양의 영양 과잉이 녹조의 원인이고, 토양의 영양 과잉이 비료, 축산분뇨, 퇴비 등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비료가 과다하게 사용되게 된 원인에 대한 분석은 하지 못하고 있다. 축산분뇨를 일정하다고 하면, 비료의 과다 사용은 쌀의 최저가격 때문임을 필자는 주장한다.9 이런 추론은 때로는 환경오염 문제도 가격규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2019년 여름에는 녹조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아직까지는 없었다. 이것은 최근 쌀소득직불제로 쌀의 생산량이 최근 몇 년 동안 감소해왔기 때문이다. 쌀의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2014년 81.6만ha, 424만톤, 2015년 79.9만ha, 433만톤, 2016년 77.9만ha, 420만톤, 2017년 75.5만ha, 397만톤, 2018년 73.8만ha, 387만톤 등이다. 2015년만 제외하면 쌀의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료의 과다 사용이 누적되면 이후에도 녹조는 비록 간헐적이지만 발생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2) 최저가격 (2)

환율은 그 변동 폭이 클 때는 최저가격과 최고가격을 왕복하지만 1997년 경제 위기 이후에는 최저가격으로 작동할 때가 거의 대부분이다. 여기에서는 최저가격으로 분석한다.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은 크게 네 가지이다. 첫째는 과거의 한국 화폐의 구매력이다. 오늘의 화폐의 구매력은 어제의 화폐의 구매력에 의해 결정되고 그 어제의 화폐의 구매력은 그 전날의 화폐의 구매력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오늘의 화폐의 구매력과 어제의 화폐의 구매력은 인과관계이다. 이런 인과관계는 과거로 무한정 회귀한다. 다만 그 영향력은 과거로 갈수록 작아진다. 둘째는 오늘의 두 나라 화폐의 구매력은 오늘의 두 나라 화폐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셋째는 정부가 환율에 개입하는 경우이다. 넷째는 민간 또는 금융기관이 소유한 외환이다. 이것은 민간 또는 금융기관의 외환에 대한 유보수요이다. 현재는 외환에 대한 유보수요가 작지 않기 때문에 그 영향도 또한 작지 않다.

환율이 최저가격으로 고정되는 데는 민간이 소유한 외환, 즉 외환에 대한 유보수요와 정부의 환율 개입 등이 큰 역할을 한다. 적어도 단기에는 그렇다. 그리고 화폐의 구매력 간의 인과관계가 앞의 두 효과를 지속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다만 민간이 예비적 목적 또는 투기적 목적으로 외환을 유보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것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의 환율 개입이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간섭하여 최저가격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환율을 최저가격으로 유지하는 것은 외환의 수요에 비하여 공급을 더 많게 만든다. 외환의 초과공급이 일어나는 것이다. 초과공급은 달러의 가치가 장기에 변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달러의 가치도 장기에는 하락한다. 그것은 불환지폐의 특성 때문이다. 외환보유의 크기와 보유기간에 비례하여 달러 보유로 인한 구매력의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외환보유자가 지불하지 않을 수 없다. 외환이 불환지폐이기 때문에 시뇨리지도 지불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정부가 환율을 인위적으로 최저가격으로 고정한 영향에 대한 것이다. 앞의 분석은 민간의 자발적인 외환 보유에도 적용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자발적인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작금의 환율의 최저가격에서 자유시장환율을 뺀 원/달러 환율은 민간과 정부의 합작품이다. 그 중에서 정부가 초래한 부분은 수출기업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이고 수입기업에게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다. 문제는 수출이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환율적 요인이다. 정부는 환율의 결정에서 아직도 간섭주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태그 : #큰정부 #자본주의 #가격 #가격통제 #한국경제

  1. (원문 2번 각주) 이승철·홍성종(1993)은 1980년대 가격규제의 실태를 잘 보여준다. 가격규제가 1980년대 이후에도 유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절에서의 최저가격과 최고가격의 예는 이승철·홍성종(1993)을 참조하여 작성한 것이다.
  2. (원문 3번 각주) 최저임금의 경우에는 ‘시리즈1’에서 임금을 최저가격으로 고정함으로써 발생하는 각종 폐해를 참조할 수 있다.
  3. (원문 4번 각주)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 『양정자료』, 2018. 8. pp. 81-82에서 인용
  4. (원문 5번 각주) 이 부분의 자료는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 『양정자료』, 2018. 8, p. 24에서 인용.
  5. (원문 6번 각주) 쌀 관련 자료는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 『양정자료』, 2018. 8, p. 43과 조선일보 2019년 8월 21일 자 인용.
  6. (원문 7번 각주) 조선일보 2019년 1월 21일 자에서 인용
  7. (원문 8번 각주) 중앙일보 2018년 9월 6일 자 인용
  8. (원문 9번 각주) 다른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수온이 높을 때, 특히 섭씨 25도를 초과할 때이다. 둘째, 강물의 체류 시간이 길 때, 특히 체류 시간이 1개월을 초과할 때이다. 셋째, 성층화 현상으로 인해 물이 안정화되었을 때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부 남조류의 경우 필요한 조건이다.
  9. (원문 10번 각주) 이것은 현재로서는 가설 단계이기 때문에 추후에 정밀한 실증 분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