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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4월호] 의료계의 주요 과제들

국내 칼럼
사회·문화
작성자
작성일
2024-04-01 10:11
조회
292

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사회현안

2024년 미제스 와이어 목차 <펼치기>

어쩌면 의대 증원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의료계에는 적지 않다. 첫째, 대체의학을 연구하고 허용하는 것이다. 얼마 전 한 TV뉴스는 한의사들이 서양에서 개발된 검사 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양의사들이 비난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양의사들이 검사 장비의 사용은 오롯이 자신들만의 권리라고 주장한 것이다. 검사 장비에서까지 양의사와 한의사를 구분하다니···. 그러나 서양의학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마저도 국립보건원 산하에 ‘대체의학연구소’를 설치하고 대체의학을 연구해오고 있다. 즉 미국은 서양의학 자체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체의학의 가능성에 대해 열려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 주위의 양의사들도 대체의학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한의학을 제외하고도 한국 자체에서 개발된 대체의학도 적지 않은데도 말이다. 한 마디로, 의료체계들 간의 경쟁이야말로 치료 효과와 환자의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길임은 분명하다.

둘째, 현행 ‘공적’ 의료보험 체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지금의 의료체계는 ‘건강세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세금으로 운영되고 유지되는 현행 체계는 ‘사회주의’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존립 가능하지 않다. 지금 발생하고 있는 각종 문제, 예를 들어 필수·지역 의료의 부족 등으로 발생하는 각종 사고는 현행 의료체계가 사회주의이기 때문이다. 자원 배분에 중차대한 역할을 하는 가격은 사회주의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건강세금은 정부가 결정하는 가격일 뿐이고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 즉 ‘자유시장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가격은 궁극적으로는 각종 어려움, 혼란, 무질서 등을 초래한다. 얼마 전 한 대형 병원 간호사가 응급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한 사건은 그런 어려움이나 무질서 등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그런 것들에 대한 궁극적 해결 방법은 ‘민간’ 의료보험 체계를 도입하고 건강세금을 폐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세금을 폐지하고 민간 의료보험을 도입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저소득층 때문에 정부가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건강세금과 함께 민간 의료보험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 의사들, 병원들, 환자들 등은 건강세금이라는 체계 또는 민간 의료보험 체계,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이것은 건강세금을 탈퇴할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하면 어떤 의료보험마저도 가입하지 않을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다). 보험으로서 두 체계를 동시에 허용하면 두 체계가 경쟁하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이고 소비자인 환자의 요구에 즉각 반응할 것이다. 무엇보다, 건강세금 체계가 민간 의료보험 체계에서 형성되는 자유시장 가격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세금이 만들어내는 어려움, 혼란, 무질서 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그런 것들을 궁극적으로 없애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건강세금(즉 공적 의료보험)과 함께 민간 의료보험도 허용하여 두 개의 서로 다른 보험 체계가 경쟁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건강세금 탈퇴와 보험 체계 간 경쟁이 허용되면 현행 민간 의료보험도 ‘진짜’ 민간 의료보험이 되면서 불필요한 규제가 사라지고 매우 효율적이 될 것이다.

셋째, ‘원격의료’의 허용이다. 의사들이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것은 환자보다는 자신들이 훨씬 중요하다는 잘못된 생각에 기초해 있다. 세상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는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이나 방법으로 매매되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원격의료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의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소비자인 환자의 이익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한국보다 디지털 발달이 늦은 일본에서마저도 의사들은 원격의료 도입에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일본 의사들이 원격의료를 반대하지 않았던 것은 그것이야말로 의료 소비자인 환자들을 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격의료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의사단체는, 그 이유가 무엇이든, 자신들의 이익만을 고집하는 집단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넷째, ‘왕진’(往診) 제도의 허용이다. 병의원이 많지 않는 중소도시, 도시 근교, 농어촌 등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찾아가는 왕진 제도를 허용하는 것이 소비자인 환자와 그 가족의 의료 만족도를 크게 높일 것이다. 게다가, 거동이 불편하거나 지병이 있는 고령 환자의 경우에 왕진은 특히 권장할만하다. 한국인의 고령화 속도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르다는 점은 왕진 제도 허용에서 중요한 요인이다. 왕진의 허용은 의료계가 고령화에 대한 아주 훌륭한 대책들 중의 하나를 제시하는 것이다. 물론 일시적으로 거동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환자에게도 왕진은 아주 좋은 제도이다. 왕진을 허용하면 의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만 명 의대 증원은 너무 적을지도 모른다.

다섯째, 의료사고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토록 하는 것이다. 의료사고는 환자나 환자 가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지금까지 한국 의료계는 의료 사고에 대하여 의사 위주의 접근을 해왔다. 환자나 그 가족이 의료 지식이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사고 당시를 기록해 둘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CCTV의 설치는 사고 당시의 상황을 기록해둔다는 점에서 의사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여섯째, 서양 학계는 의사의 국가면허도, 다른 면허와 같이, 의사들의 복지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고 지적한다. 현행 국가면허 제도는 의사들의 최소 실력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의사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의사면허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면허 제도를 폐지하면 의사들을 양성하는 교육 체계와 실력을 평가하는 제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 일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그리고 그런 일은 순전히 민간이 하도록 해야 한다. 국가면허 제도를 폐지하면 한국 의학교육과 의사들의 실력은 세계 최고가 될 것이다. 하물며, 면허를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상상도 할 수 없다.

필자가 앞에서 제시한 각종 개혁은 의료계 전체와 국민 전체의 후생과 관련한 과제들 또는 문제들이다. 당연히 그것들은 사안에 따라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의대 증원보다 훨씬 중차대한 것이다. 의대 증원은 정부에게 맡기고 의료계는 그보다 더 큰 문제에 대하여 좋은 해결책을 제시하기 기대한다.


태그 :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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