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장 기타문제: 간섭주의 - 3편/完] 최고가격과 비가격 규제

제8장 기타문제
작성자
작성일
2020-11-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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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간섭주의

편집 : 김경훈 연구원
  • 이 글은 원저자인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으며, 본래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의 제8주제인 "한국경제와 기타문제"에 해당하나, 해당 주제가 서로 다른 주제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논의하고 있기에, "간섭주의", "토지정책", "환경오염", "재정적자, 농업, 실업", 그리고 "종합논평" 등 총 5개의 주제로 나누어 연재하기로 한다.
진단과 처방 시리즈 목차 <펼치기>

3) 최고가격 (1)

한국 사회의 최고가격을 예로 들어 본다. 전기요금, 통신요금, 상·하수도요금, 도시가스요금, 각종 버스요금(시내, 시외, 고속 버스 등), 택시 요금, 전철 또는 지하철 요금, 배요금, 각급 학교 등록금, 이자율, 정부 임대주택 임대료 등이 대표적인 최고가격이다. 다른 예로는 의료 수가, 의료 약가, 의료 장비 사용료, 의료 시설 사용료, 농약 가격, 비료 가격, 농기계 가격, 석유 제품 가격, 화물자동차 운임, 터미널 사용료, 철도요금, 중고교교과서, 각종 개인 서비스 요금, 자동차보험, 각종 민간 보험, 사업서비스요금, 석탄 및 연탄가격, 염(소금)가격, 석유제품 가격, 은행·증권·보험·신탁 등의 수수료 등이다. 앞에서 나열한 것 이외에도 현실에는 훨씬 더 많은 최고가격이 있지만 생략한다. 다만 그것들의 최고가격 여부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리고 직관적으로 볼 때 최저가격보다는 최고가격이 그 가지 수가 더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공익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발효되고 시행되는 가격규제의 경우에 상당 부분이 최고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유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예외를 제외하면 말이다.

‘시리즈2’에서 각급 학교의 등록금이 최고가격으로 고정된 경우의 폐해를 분석했다. 대학 등록금을 포함한 각급 학교 등록금은 오랫동안 최고가격으로 고정되어 왔다. 그 결과 교육시장은 가격고정의 폐해가 너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작금의 교육시장은 최고가격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된 결과로 그 폐해가 너무 많고 커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그 인과관계를 정확히 규명하는 일도 쉽지 않다. 이제 ‘한국의 교육시장이 사회주의이다’라고 주장해도 큰 무리가 없다.

최고가격은 필연적으로 초과수요를 만들어낸다. 고정가격이 자유시장가격보다 낮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더 많이 수요하지만 공급자들은 오히려 자유시장일 때보다 더 적게 공급한다. 이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 경우에 가장 흔히 하는 방법은 ‘배급’을 실시하는 것이다.

4) 최고가격 (2)1

작금의 한국 사회에 너무 많은 최고가격이 시행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최고가격 중에서 장기에 그 영향력이 가장 큰 것은 이자율에 대한 최고가격이다. 이자율에 대한 최고가격 때문에 발생하는 각종 폐해는 너무 많고 크기 때문에 다른 최고가격과 분리하여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의 간섭이 없는 자유시장에서는 자본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이자율이 결정된다. 이 때 결정되는 이자율은 자연이자율(natural rate of interest)이라고 한다. 자연이자율은 네 가지가 결정요인이다. 그것들은 순이자율(pure rate of interest), 위험에 대한 평가, 화폐의 구매력과 관련한 것, 교역조건과 관련한 것 등이다. 자연이자율의 결정에서 순이자율이 가장 중요하다. 나머지 세 가지는 불확실성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다양한 이자율을 존재하게 하는 요인들이다.

그러면 순이자율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순이자율은 시간 시장(time market)에서 결정된다. 시간 시장에서 사람들은 언제나 현재재를 미래재보다 선호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미래재를 현재재로 교환하는 데는 '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프리미엄이 순이자율이다. 여기에서 현재재란 지금 당장 소비 가능한 재화나 재화를 구매할 수 있는 현금이다. 미래재란 일정한 시점이 되어야 현재재인 화폐와 교환 가능한 것으로 차용증서, 채무를 갚겠다는 약속증서 등을 말한다.

프리미엄의 크기는 개인의 시간선호스케줄에 의해 결정되고 개인의 시간선호의 수평합이 사회시간선호를 결정한다. 그리고 사회시간선호가 사회 전체의 소비, 저축(즉 투자), 화폐의 보유를 동시에 결정하고 이 때 순이자율이 시간 시장에서 동시에 결정된다. 다만 정부의 간섭이 있는 경우에는 순이자율이 각 자본시장에서 동일해지지 않는다.

화폐시장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도 정부의 간섭이나 통제를 강력하게 받고 있다. 한 마디로, 금융시장은 자유시장이 아니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금융시장의 대출이자율을 간접적으로 통제한다. 그리고 금융시장의 대출이자율은 자유시장의 자연이자율보다 언제나 낮다. 그러나 정부가 금융시장을 통제하면 자연이자율에 따라 변동되는 대출이자율을 관찰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정부에 의해 통제된 이자율이 자연이자율보다 언제나 낮지만 얼마나 낮은가는 알 수 없다.

이자율을 최고가격으로 규제하면 화폐의 공급은 증가하고 금융시장의 이자율은 하락한다.2 화폐공급의 증대는 경기변동, 그로 인한 자본 소비, 인플레이션, 그로 인한 소득재분배, 경제계산의 문제 등의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 경기변동의 정도는 자연이자율과 정부의 최고가격으로 규제된 간섭이자율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 둘 간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이자율 규제의 각종 폐해도 커지고 지속기간도 길어진다.

앞에서 서술한 내용이 이자율을 최고가격으로 규제하면 일어날 결과를 아주 간략히 요약한 것이다. 경기변동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은 ‘시리즈3’과 ‘시리즈7’ 등을 참조할 수 있다. 서두에서 지적했듯이, 이자율을 최고가격으로 고정하는 것은 장기에는 그 어떤 가격고정보다 폐해가 크다.

(2) 비가격 규제

가격규제 때문에 배급과 같은 비가격규제가 필요해지고 경우에 따라서 그런 규제는 필수적이 된다. 정부가 재화의 수량, 품질 등을 규제하는 것을 비가격규제라고 한다. 교육시장에서의 정원규제, 택시의 경우에 차량운행일 또는 차량운행휴일을 지정하는 것, 버스의 경우에 배차 간격을 지정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그리고 생산을 위한 면허, 허가, 인가 등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것들도 비가격규제의 일종이다. 택시 면허가 대표적인 예이고, 자동차를 생산하거나 무선통신회사를 설립하는 경우에도 정부의 인가 또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비가격규제는 그 목적이 따로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가격규제를 유지하기 위한 보조 장치로 도입되는 경우가 흔하다. 최고가격 규제로 인하여 대학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부족해지면 정부는 가격이라는 제도를 이용하여 자원을 배분할 수 없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공급자에게 일정량을 배분하고 수요자에게 그 범위 내에서 수요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

대학 정원의 예를 이용하여 배급의 폐해를 간략히 설명해본다. 한 대학의 A학과와 B학과의 정원이 각각 100명이라고 가정하자.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하여 C학과를 신설하고 정원이 100명 정도가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에 A학과와 B학과가 100명의 정원을 양보하지 않으면 신설학과는 설립될 수 없다. A·B학과가 50명만 양보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 A·B학과는 교수가 정원에 맞게 채용되어 있다면 정원을 줄이기는 더 어렵다. 이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하여 복수전공, 입학 후 전과 등의 방법이 이용되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배급제 폐해의 한 예이다.

(3) 결론

간섭주의는 자원의 낭비, 비효율, 자원에 대한 과다한 대가의 지불, 무질서, 혼란, 불평등 등을 초래한다. 그 결과 정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경제체제로서 간섭주의가 지배적이라는 점에 있다. 따라서, 문제가 없는 경제, 즉 실업이 없고 모든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지 않고, 자원의 낭비, 비효율, 자원에 대한 과다한 대가의 지불, 무질서, 혼란, 불평등 등이 없는(또는 상대적으로 적은) 경제를 만들기를 원한다면 사회주의는 말할 것도 없고 간섭주의도 폐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 경제는 사회주의를 포함한 간섭주의로 인한 폐해가 너무 오랫동안 그리 크게 누적된 결과로 이제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경제체제로서 간섭주의 또는 사회주의의 폐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다.




태그 : #큰정부 #자본주의 #가격 #가격통제 #한국경제

  1. (원문 11번 각주)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Rothbard(1993)의 11장과 12장을 참조.
  2. (원문 12번 각주) 이 점은 재화시장과 다른 점이다. 재화시장에서는 가격규제가 재화의 공급을 감소하게 만들고 그 결과 소비자가격은 상승한다. 그러나 화폐시장에서는 발권비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최고가격 규제는 화폐공급의 증가(감소가 아님)와 이자율의 하락을 초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