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장 기타문제: 토지정책 - 1편] 토지시장의 문제와 그 원인

제8장 기타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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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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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부동산

편집 : 김경훈 연구원
  • 이 글은 원저자인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으며, 본래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의 제8주제인 "한국경제와 기타문제"에 해당하나, 해당 주제가 서로 다른 주제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논의하고 있기에, "간섭주의", "토지정책", "환경오염", "재정적자, 농업, 실업", 그리고 "종합논평" 등 총 5개의 주제로 나누어 연재하기로 한다.
진단과 처방 시리즈 목차 <펼치기>

1. 토지시장의 문제

필자는 ‘시리즈7’에서 1960년대 이후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그 결과 현재 시점에서 그 가격이 매우 높은 원인을 규명했다. 필자는 화폐공급의 지속적인 증대가 가장 중요한 원인임을 지적하고 필요한 해법을 제시했다. 여기에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와 조세(준조세 포함) 등이 부동산 시장과 가격에 미친 영향도 분석했다. 그러나 시리즈7에서의 설명은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다룬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는 부동산에서 핵심인 토지의 이용 문제를 분석하되 주택, 특히 아파트와 상업용 빌딩을 주로 다룬다. 작금의 한국에서는 공업용 건축물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토지 이용의 문제를 아파트와 상업용 빌딩에 국한하더라도 큰 무리는 없다.

부동산이 고가이면서 그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던 것이 토지 이용에서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다. 부동산이 고가인 이유를 이 시리즈에서 토지 이용의 규제라는 관점에서 규명할 것이다. 이것은 시리즈7에서 부동산이 고가인 원인에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토지 또는 부동산 시장에서의 두 번째 심각한 문제는 아파트를 위주로 한 주택의 위치가 직장에서 매우 멀어서 출퇴근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분석한 바에 의하면 서울 시민이 2018년에 출근과 퇴근에 하루 평균 1시간 8분, 편도 33.9분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1 그러나 이 시간에는 지하철역을 이용한 시간만을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집-지하철역’과 ‘지하철역-직장’을 주파하는 시간은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 출퇴근 시간은 그만큼 적게 측정된 것이다. 이 시간을 편도 30분으로 잡으면 왕복 60분이 되고 하루 출퇴근 시간은 2시간을 초과한다. 게다가, 지하철이 아니고 광역버스, 자가용, 택시 등을 이용하는 경우의 평균 출퇴근 시간은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리고 지하철 출퇴근 시간은 어디까지나 평균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직장에 출퇴근하는 데 하루에 4시간이 소요된다는 직장인도 있다는 비공식 통계도 있다. 어떤 직장인이 출퇴근에 하루 4시간을 쓴다면 그는 정상적인 삶을 살 수가 없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베드타운’인 것이다. 베드타운이란 주택이 직장과 완전히 분리되어 잠자는 기능만을 하는 도시를 말한다. 베드타운에는 주택만 있고 직장은 베드타운에서 멀리 있기 때문에 출퇴근에 많은 시간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대체적으로 이런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있는 주택을 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베드타운에 거주하는 노동자는 출퇴근에 너무 많은 희생을 치르지 않을 수 없다. 신도시는 대부분 베드타운이다. 직장과 먼 곳에 신도시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공식 통계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이 평균하여 얼마인가를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부가 조성한 신도시가 대부분 베드타운이라는 것이다.

토지 또는 부동산 시장에서의 세 번째 문제는 일자리가 있는 장소로부터 주택이 멀어지면서 두 곳을 잇는 도로, 교통, 통신 등이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자리와 주택이 인접해 있는 경우와 비교하여 도로, 교통, 통신 등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하면, 토지 이용이 효율적이라면 도로, 교통, 통신에 대한 수요가 적어진다는 것이다.

토지 또는 부동산 시장에서의 네 번째 문제는 토지 이용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주택과 상업용 빌딩을 위한 토지가 가장 많이 투입된 곳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대일 것이다. 문제는 서울을 포함함 수도권 일대의 토지 이용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측정하는 원리는 가치가 높은 토지일수록 고밀도로 이용하느냐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방법으로 횡축에는 ‘도심으로부터의 거리’를, 종축에는 ‘인구밀도’를 나타내도록 하여 그 둘의 관계를 보는 것이다. 도심 또는 직장에 가까운 토지일수록 그 가치가 높기 때문에 인구밀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상적이라면, 이제 횡축과 종축의 관계는 역의 관계가 된다. 다시 말하면, 도심으로부터 거리가 가까운 곳일수록 인구밀도는 매우 높고 도심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질수록 인구밀도는 낮아진다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관계는 도심으로부터 거리가 먼 곳일수록 인구밀도가 빠르게 낮아지는 것이다.

Bertaud(1997, 2003)는 1990년 서울의 인구밀도 분포와 다른 도시들, 예를 들어 뉴욕, 파리(1990), 바르샤바, 바르셀로나, 베이징(1990), 방콕 등의 도시들의 인구밀도 분포를 보여준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도시들은 횡축과 종축의 관계가 역의 관계이다. 그 중 일부 도시는 이상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서울은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일수록 인구밀도가 매우 낮았다가 일정한 거리까지 인구밀도가 점차 높아졌고 그 이후에는 인구밀도가 큰 변화가 없었다. 그것은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토지 이용이 매우 비효율적임을 보여주고, 그 이후에도 일정한 거리까지 토지 이용이 비효율적이며, 도심에서 매우 먼 곳에서는 인구가 밀집되면서 토지를 너무 과도하게 이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도심에서 먼 곳에서 인구가 밀집된다는 것은 그 곳이 주거지역으로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수도권 일대의 도시 계획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토지 또는 부동산 시장에서의 다섯 번째 문제는 토지 이용에 대한 각종 규제가 도시인의 정신적·육체적 삶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하겠다. 용도지역의 지정과 그에 따른 각종 규제는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을 분리함으로써 토지의 이용을 효율적으로 하여 도시인의 삶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주상복합건물에 거주하는 도시인은 주택이 주는 안락함과 편안함을 포기해야 한다. 근래에 도심 한복판에는 주상복합건물이 급속히 증가했다. 주거지역에 ‘근린생활시설’을 허용함으로써 주거지역의 상업지역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어왔다. 주거지역의 상업지역화가 진행될수록 주거지역에 거주하는 도시인의 삶은 그와 비례하여 불안해지는 것이다. 다만 약간의 편리함은 부정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토지 또는 부동산 시장에서의 여섯 번째 문제는 토지 이용에 대한 각종 규제가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고도제한이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가장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국회와 서초동의 법원·검찰정 청사주변 일대의 지역은 모두 최고고도지구로 지정되어 일정한 층수 이상을 짓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2

2. 토지시장 문제의 원인

한국은 토지가 가장 희소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의 수가 지배적인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지 이용이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많은 문제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가장 중요한 원인은 토지의 이용에 가해진 각종 규제 때문이다. 토지 이용에는 너무 많은 규제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그 모든 규제를 분석할 수는 없다. 그 중 건폐율과 용적율, 고도제한, 도로사선제한(道路斜線制限), 일조·조망권에 대한 규제, 재건축·재개발에 필요로 각종 규제 등이 중요한 규제이다. 아파트와 상업용 빌딩과 관련한 토지 이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는 건폐율과 용적율 규제이다. 두 규제의 영향을 먼저 분석해 본다.

건폐율과 용적율이라는 개념을 먼저 정의해 본다. '건폐율(%)=건축면적/대지면적X100'으로 '용적율(%)=지상층의 연면적/대지면적X100'이다. 만약 누군가 330제곱미터(100평)의 토지를 가지고 있고 건폐율이 70%라면 건축면적은 231제곱미터(70평)까지가 상한선이다. 그리고 만약 용적율이 500%라면 지상층의 연면적은 1,650제곱미터(500평)까지가 상한선이다. 결국 건폐율은 건물과 건물 간의 공지를 확보하게, 용적율은 건축물의 규모와 높이를 제한하기 위한 규제이다. 그리고 두 가지 규제는 21종으로 세분된 용도지역에 따라 그 율이 다를 뿐만 아니라 시기에 따라서도 달라져왔다.

건폐율과 용적율은 건축물의 과밀화를 방지하고 건물과 건물 간의 공지를 적절하게 확보하게 만듦으로써 아파트에 거주하거나 상업용 빌딩에서 사무를 보는 사람에게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규제이다. 이것이 건폐율과 용적율 규제의 ‘명시적’ 목적이다.

두 규제의 실질적 결과는 무엇인가? 두 규제는 아파트나 상업용 빌딩을 건축함에 있어서 토지의 양을 결정하는 규제이다. 정확하게는, 건물과 건물 간의 공지 확보와 건축물의 과밀화는 건폐율과 용적율에 반비례한다. 즉, 동일한 대지면적이 있다면 낮은(높은) 건폐율과 용적율은 건축면적과 지상층의 연면적을 작게(크게) 한다. 그 결과 건폐율과 용적율이 낮아질수록 아파트 또는 상업용 빌딩은 그 거주자들과 이웃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지만 그 두 가지 율이 높아질수록 점점 덜 쾌적한 환경이 된다. 동일한 건축면적과 지상층의 연면적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 이제 건폐율과 용적율이 낮을(높을)수록 더 많은(적은) 토지가 필요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단위 면적당 토지의 가격이 동일하고 토지 수요가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낮은(높은) 건폐율과 용적율에 의거해서 건축된 아파트나 상업용 빌딩은 가격이 높아(낮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파트나 상업용 빌딩의 위치가 토지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도심에 근접한 아파트나 상업용 빌딩은 토지의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말이다.

아파트나 상업용 빌딩을 건축함에 있어서 건폐율과 용적율이 어떻게 변화해왔는가를 실증 분석하는 것은 토지 가격의 변화와 토지의 이용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자료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런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필자의 직관으로는 건폐율과 용적율이 공업화의 초기에는 ‘평균적으로’ 낮았고 시간이 지나면서-토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토지의 이용을 높이기 위하여-높아져왔다는 것이다. 물론 시간과 장소에 따라 건폐율과 용적율이 ‘예외적으로’ 변화한 경우도 있을 것이지만 이 점을 무시한다면 말이다.

만약 건폐율과 용적율이 동일하다면 아파트나 상업용 빌딩의 건축면적과 지상층의 연면적은 동일하기 때문에, 토지 소유주가 특별히 건축면적을 줄이고 지상층의 연면적을 줄이지 않는 한, 아파트나 상업용 빌딩의 건축으로 만들어지는 공지와 건축물의 높이는 거의 동일하게 된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지역의 아파트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전체적인 외양이 거의 비슷한 것은 바로 건폐율과 용적율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파트의 방향, 수직적인 건축 등도 큰 차이가 없는 것은 토지의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해서 아파트나 상업용 빌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둘은 비슷한 외양을 하고 대도시의 도심에서 도심으로부터 먼 지역까지 퍼져나갔다. 다만 아파트와 달리 상업용 빌딩은 그 소유주가 건축물의 방향, 건축물의 외관 등을 다소 다르게 했기 때문에 아파트처럼 공지와 건축물의 높이 등이 동일하게 되지는 않았다.

여기에 고도제한, 도로사선제한, 일조·조망권에 대한 규제 등이 토지 이용에 규제로 작용한다. 그것들 중에 상업용 건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규제로는 도로사선제한이다. 그것은 건물의 높이를 전면도로 폭의 1.5배를 넘지 말도록 하는 규제이다. 이 규제는 토지 이용 밀도가 도로의 폭에 의해 규제 당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토지의 이용밀도가 높은 상업지역에서는 그 폐해가 작지 않다. 맨해튼(Manhattan)을 보라. 그곳의 상업용 건물들은 도로 폭과 상관없이 지어져있을 뿐만 아니라 고도제한, 일조·조망권에 대한 규제 등도 없다. 맨해튼의 경우에, 토지 소유주는 건물에 대한 수요, 자신의 재무 능력, 건물과 건물 간의 거리에 대한 규제 등만을 고려하여 건물의 높이와 지상층의 연면적을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앞에서 주거지역의 상업지역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왔고 그 결과 도시인의 삶이 정신적·육체적으로 더 불안정화 되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한 가지 이유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의 경우 녹지를 제외한 전체 토지 중에서 주거지역으로 지정된 토지의 비율은 85%이지만 상업지역(일반상업지역)은 6%에 불과하다.3 이것은 가용 토지는 사실상 주거지역으로 거의 대부분 지정되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중심상업지역이나 근린상업지역으로 지정된 토지는 거의 전무하다. 상업용지에 대한 수요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 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주거지역에서 대체재를 찾고자 할 것이라는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주거지역에 형성되는 먹자골목이나 술집골목이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먹자골목이나 술집골목이 편리함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이 주거지역과 분리되어 상업지역에서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극소화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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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문 13번 각주) 조선일보 2019년 8월 13일자에서 재인용.
  2. (원문 14번 각주) 이 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김정호(2018), pp. 258~259 참조.
  3. (원문 15번 각주) 이 점에 대해서는 김정호(2018), p. 255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