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完] - 종합논평

제8장 기타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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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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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한국경제

편집 : 김경훈 연구원
  • 이 글은 원저자인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으며, 본래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의 제8주제인 "한국경제와 기타문제"에 해당하나, 해당 주제가 서로 다른 주제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논의하고 있기에, "간섭주의", "토지정책", "환경오염", "재정적자, 농업, 실업", 그리고 "종합논평" 등 총 5개의 주제로 나누어 연재하기로 한다.
진단과 처방 시리즈 목차 <펼치기>

1. 서언

필자는 지금까지 한국경제에 산재한 문제를 집약하고 그 원인을 찾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제, 원인, 해법 등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는 상호간 비교를 하지 않았다. 이 절에서는 문제의 원인이 전체 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점검하고 간략한 설명을 붙이고자 한다. 그런 일은 문제가 누구 때문에 발생했는가를 분명히 할 뿐만 아니라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2. 경기변동

10~15년의 장기에서는 경기변동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가장 크다. 그리고 그 점은 미래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불환지폐제도에서는 경기변동은 불환지폐제도에 내재된 것이다. 게다가, 한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경우에는 기축통화가 불환지폐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국제적인 경기변동도 일정 부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2008년의 국제적인 경기변동이 그 점을 잘 보여준다.

경기변동은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인하하여 통화공급량을 증대시킴으로써 발생하는 붐과, 위기와 침체로 이어지는 현상을 지칭한다. 이 때 대부분의 경우에 모든 재화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이어서 하락한다. 부동산과 주식과 같은 자산은 특히 그렇다. 게다가, 위기와 침체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큰 구조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량 실업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소득재분배가 발생함으로써 불평등도 악화된다.

통화공급을 증대시키면 단기에는 붐이 일어나지만 장기에는 위기와 침체를 피할 방법이 없다. 위기와 침체 기간에 대규모 자본 소비가 일어나기 때문에 경제는 통화공급 증대가 있기 이전인 단계, 즉 경기변동의 시작점보다 후퇴할 수밖에 없다.

경기변동을 발본색원(拔本塞源)하기 위해서는 지폐제도와 금융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그러나 단기에 그런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에 경기변동의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적지 않다.

3. 재정정책

현대의 국가들은 포퓰리스트적 정책이나 제도를 피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국가의 운영자인 정부가 시민들의 지지를 필요로 하고 그 시민들은 공익보다는 사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정부가 일부 집단의 이익보다는 전체의 이익을 위하는 경우는 점차 드물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견제와 균형’이라는 삼권분립의 원칙도 정부를 운영하는 정치가들과 관료들, 자신의 이익 때문에 지켜지지 않게 되어왔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인기영합을 위하여 복지정책을 도입하면 복지의 종류와 규모는 점차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무료 점심, 등록금 폐지 또는 반값 등록금, 기초생활수급자에 지불하는 일정한 비용, 강제 실업보험 등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정부가 복지국가를 천명하고 복지비 지출을 확대한 결과로 이제는 정부 복지지출의 전체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정부의 복지 지출이 크고 최근에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말이다.

정부의 복지정책은 한 번 도입되면 파국이 올 때까지 지속되는 경향을 가진다. 이것이 복지국가를 추구했던 국가가 경제적으로 파산하게 되는 이유이다. 거기에는 시민들이 공익보다는 사익을 추구하는 성향과 정치가들이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으로 집권을 하고 자신의 지위를 연장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은 정부의 복지정책은 복지의 수혜자를 더 나쁘게 만들기 때문에 복지정책을 반대한다. 여기에서 그 내용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결론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정부가 치안과 국방과 그를 위한 사법체계를 유지한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정부가 법을 제정하는 경우에는 국민의 생명, 재산, 자유 등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가정한다.1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은 정부의 복지지출이 없을 때 모든 민간인이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 일하여 소득을 벌고, 자신이 원하는 만큼 소비하고 저축함으로써 생계를 꾸려갈 수 있음을 아주 잘 보여준다. 이 때 경제성장도 극대화된다.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여 민간 보험제도(의료보험제도 포함)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보험제도를 강제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여러 가지 잘못된 정부 정책 때문에 처음부터 일자리가 없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에 세금을 징수하여 복지정책을 시행하게 되고, 그 순간부터 민간의 일자리는 줄어들기 때문에 일자리는 충분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모자라게 된다. 정부의 복지정책 때문에 모든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점점 더 부족하게 된다. 빈곤의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정부의 복지정책은 복지 수혜자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드는 제도이다. 한 마디로, 복지 수혜자들이 단 기간 어렵더라도 복지정책을 축소하는 것이 최선이다.

4. 노동조합

노동조합은 노동자 일반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현직에 있는 노동자를 위한 조직이다. 노동조합은 단체협상을 통해 자유시장임금보다 높은 임금, 즉 제한주의적 임금을 받는다. 자유시장임금보다 높아진 임금 때문에 실업자가 발생하고 그런 실업자는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기업에 취업하거나 영구적·반영구적 실업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노동조합 때문에 실업자가 된 노동자는 자영업자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것이 한국에 유독 자영업자가 많은 이유들 중의 중요한 하나이다. 기업의 주주들도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없다. 제한주의적 임금 때문에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과 그 기업이 속한 산업의 생산성은 떨어진다. 이런 낮은 생산성은 경제 전체에 확산되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의 주주들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의 생활수준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 노동조합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 파업 동안에 잃게 된 임금의 손실을 기업이 보전해 줄 것을 요구해왔고 기업은 그런 조건을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여왔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파업하는 과정에서 기업에 끼친 재산상의 손실이 있는 경우에도 노동조합은 그런 손실을 배상하지 않아 왔다. 회사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따라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해왔다. 경찰이 노동조합의 편을 듦으로써 노조가 사실상의 국가가 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사적국가(private state)라고 한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정부는 세금으로 노동조합에게 보조금을 지불해왔다. 다른 나라 노동조합과 달리 한국 노동조합은 정치에도 깊이 관여해왔다. 이것은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들에게는 좋은 인센티브가 되어왔다. 평균적으로 한국사회에서는 정치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파업시에 대체근로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 노동조합제도를 혁파하기 위해서는 헌법의 개정이 필요한데 그 일은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둘째, 사용자가 파업시에 대체근로를 활용하여 생산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사용자의 권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셋째, 대체근로가 생산성을 떨어뜨리지만 그 정도는 크지 않으면서 쉽게 대체근로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대체근로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헌법을 개정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체근로는 노동조합의 파업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대체근로는 노동조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므로 단기에는 대체근로의 허용을, 장기에는 노동조합의 혁파를 노동정책으로 삶음으로써 노동조합에 대한 정책을 장단기로 구분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5. 자원낭비와 자본소비

쌀, 교육, 부동산, 노동, 토지 등과 같은 시장이나 산업에서 자원 낭비의 규모가 작지 않다. 이 시리즈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았지만 공기업, 각종 정부, 군대, 각종 정치 제도2 등에서도 자원 낭비가 작지 않다. 여기에는 자원 낭비 그 자체가 문제가 된다. 그러나 자원을 낭비하는 경우에 자원 낭비 그 자체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시장이나 부문에서 자원이 낭비된다면 다른 시장이나 부문에서는 자원이 부족하게 되는 것이 자원 낭비의 다른 문제이다. 자원이 부족한 시장이나 부문에서는 자원을 사용하는 대가를 높게 지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다른 시장이나 부문에서도 자원 낭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복지지출은 그 자체가 자본의 소비이다. 복지지출은 임계점을 넘으면 정부가 파산하고 국가가 멸망한다. 우리는 많은 다른 나라 사례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복지지출이 증가면서 가난한 사람의 수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기해왔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2014년 133만 명에서 2018년에 174만 명으로 증가했다. 그 동안에 복지지출은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현재의 공정거래법은 이익집단의 이해를 돌보는 방향으로 제정되고 개정되어 왔다. 그 결과 현행 공정거래법은 민간의 자유,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침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에 의한 자원 낭비 또는 자본소비가 작지 않다. 무엇보다도, 공정거래법은 경제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은 경제 활동을 제한하여 경쟁을 억제하는 법이다. 물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공정거래법이 이익집단의 이해를 돌보는 방향으로 제정되면서 기업들이 잃고 있는 손실은 작은 것이 아니다. 물론 이 점은 정밀한 실증 분석이 필요하다.

6. 결언

앞에서 필자는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원인을 중요한 것부터 서술했다. 물론 중요성에 대한 판단은 필자의 직관에 의한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원인을 그 중요성에 따라 먼저 해결한다면 멀지 않은 장래에 한국경제는 활력 있는 경제로 거듭나게 될 것임을 필자는 확신한다. 다만 여기에서 필자가 다루지 않은 문제일지라도 그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하고 친자본주의적 대책을 실행한다면 그런 문제는 금방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반자본주의적 법, 규제, 정책 등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친자본주의적 법, 규제, 정책 등이 무엇인가는 연구와 분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런 것을 도입하고 시행하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은 틀림없다.

정치가들, 관변 경제학자들 등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경제 현상과 관련한 진실을 왜곡할 때가 많다. 그로 인한 모든 폐해는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그런 폐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경제 현상과 관련한 인과관계를 정확하고 철저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방법만이 그런 폐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것이 국민 모두가 경제현상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이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을 완전히 새롭게 재건한, 위대한 경제학자였던 루드비히 폰 미제스(Mises)가 경제·사회 체제에 대해 각자가 책임질 몫이 있다고 주장했을 때 그가 지적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다.

참고문헌

◦ 김정호, 『사유 재산권과 토지 공개념』, 자유기업원, 2018.

◦ 이승철·홍성종, 『한국의 가격규제』, 한국경제연구원 규제연구센터, 1993.

◦ 전강수, 『부동산 공화국 경제사』, 여문책, 2019.

◦ 전용덕, 「오스트리아학파의 환경 경제학」, 『자유와 시장』, 9권, pp. 3~24, 2017.

◦ Bertaud, A., Measuring Constraints on Land Supply-The Case of Hong Kong, p. 12, July, 1997.

◦ Bertaud, A., Metropolitan Structures Around the World: What is Com-mon? What is Different? What Relevance to Manikina in the Context of Metro Manila, May, 2003.

◦ Mises, Ludwig von, Human Action, Fox & Wilkes, 1996.

◦ Rothbard, Murray N., Man, Economy, and State, 1993, 전용덕·김이석 공역, 『인간 경제 국가』, 자유기업원, 2019.

◦ Rothbard, Murray N., The Ethics of Liberty, Humanities Press, 1982. 전용덕·김이석·이승모 공역, 『자유의 윤리: 정의, 자유의 기초가 되다』, 피엔씨 미디어, 2016.




태그 : #경제현안 #경기변동 #노동과_임금 #자본주의 #자유시장 #재정이론 #호황과_불황 #자본과_이자

  1. (원문 24번 각주) 현실에서 정부는 그렇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2. (원문 25번 각주) ‘정치는 3류’라는 말이 회자된 것이 오래되었다. 경제제도의 정비보다도 정치제도의 정비가 더 우선해야 할 일이다. 여기에서 정비란 정부의 크기를 작게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법 또는 규제가 인간의 자유, 재산, 신체를 보호하도록 전문성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 주제는 지면 관계상 더 이상 다루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