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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오스트리아학파의 후생경제학 - 주류 후생경제학의 발전 과정

해외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0-03-09 08:25
조회
2156

Ohad Osterreicher
* 독일 바이로이트 대학교 경제학과 학부생
* 페이스북 최대 리버테리언 커뮤니티 Rationally Sought's Privatseminar 운영자

주제 : #오스트리아학파개요

원문 : Rothbardian Welfare Economics
번역 : 김경훈 연구원


[1편] 고전파 복지 이론의 실패
[3편/完] 정부는 언제나 사회복지를 파괴한다

한계혁명이 도래하고 복지의 주관주의적, 개인주의적 개념이 강조되면서, 고전파의 후생경제학은 기각되었다. 대신에 피구(Arthur Cecil Pigou), 에지워스(Francis Edgeworth), 그리고 마셜(Alfred Marshall) 등이 이끄는 신고전파 경제학은, 새로운 가치 이론과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the Law of Diminishing Marginal Utility)'을 응용하여 '구 후생경제학(Old Welfare economics)'을 개발해냈다. 구 후생경제학의 주된 논리는, 누구에게나 돈의 효용가치가 감소하기 때문에, 수익에 대한 부자의 한계효용은 가난한 사람에 비해 작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에 지나친 지장을 주지 않는 한에서 부유층의 수익을 빈곤층으로 이전하는 것은 '총효용(total utility)'을 높이기 때문에, 경제학적으로 정당하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이 익숙하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치인과 경제학자들은 오늘날까지도 이러한 추론에 호소한다. 최근에, 미국의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가 '더 높은 최고 한계소득세율(a higher top marginal income tax rate)'을 도입하고자 시도하는 것을 지지하기 위해,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이 같은 논리를 사용했다.

이 주장은 언뜻 보기에는 설득력이 있어보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주장에 수반하는 가정들을 정확하게 기술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구 후생경제학 이론가들은 '만족(satisfaction)'에 대한 모든 사람의 '수용력(capacity)'이 동일하다고 가정했다. 그들조차 이것이 형이상학적 전제임을 인정했지만, 이 전제가 합리적인 시작점이자 거의 모든 경우에서 무해하다고 생각했다. 둘째, 이 점이 첫째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사안인데, 그들은 '기수적 효용(cardinal utility)'을 가정하였다. 한계혁명의 선구자인 제본스(William Stanley Jevons)와 발라(Léon Walras)를 계승한 구 후행경제학 이론가들은, 효용을 '수량화 할 수 있는 생리학적인 크기(a quantifiable physiological magnitude)'로 이해했다. 이는 개인의 선택 너머에 존재하는 것이다.1 그들은 이러한 수량으로서의 효용이 곧 수학적 작업 및 집계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가정하에서는 '대인간 효용 비교(Interpersonal Utility Comparisons)'가 가능하므로, 어떤 사람들의 형편이 더 나빠진 경우에도, '총효용'은 증가했다고 결론짓는 것도 타당해진다.2

구 후생경제학 이론가들의 노력은, 라이오넬 로빈스(Lionel Robbins)가 대인간 효용 비교의 무용함을 입증하면서 갑작스럽게 종결되었다. 로빈스는 이러한 경제학자들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적절하지 못한 영역까지 확장하는 실수를 저질렀음을 보여주었다. 왜냐하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을 사용하는 데 있어 절약하고자 하는 개인 행위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행위자가 자신의 '가치 척도(value scale)'와 추가 단위의 한계효용에 따라 재화의 순위를 매기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또 행위자의 가치 척도에 있는 '대립하는 재화의 순위(the opposing ranking of the goods)'3를 참조하며 교환을 설명할 수 있다.4 그러나 개인들이 가진 이러한 가치순위를 서로 비교하는 것은 전적으로 다른 일이다. 사람들이 가진 효용을 측정할 객관적 단위가 없다는 점에서, 만족의 수량적 차이를 논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로빈스는 구 후생경제학 이론가들이 제기한 주장은 일종의 윤리적 판단에 불과하며, 경제과학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대인간 효용 비교를 할 수 없게 된 경제학자들은 소위 말하는 '만장일치(Unanimity)' 혹은 '파레토 법칙(Pareto Rule)'을 채택할 수 밖에 없었다. 1906년에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가 처음 개발한 파레토 법칙은, 한 개인이 더 가난하게 되지 않고 모두가 더 잘살게 되는 경우에만 사회적 총효용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변화가 그 누구도 손해를 입지 않으면서 어떤 사람이 이득을 취하는 상황을 '파레토 우위(Pareto-Superior)'라고 말한다. 파레토 우위가 더 이상 가능해질 수 없는, 즉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는 한에서 어떤 한 사람이 이득을 취하는 변화가 불가능한 상황은 '파레토 최적(Pareto Optimality)'이다.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경지, 즉 파레토 우위에 못 미치는 반대의 경우는 '파레토 열위(Pareto Inferior)'이다.5

사회적 후생에 대한 모든 진술이 가치중립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파레토 법칙이라는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고 여겨지곤 했다. 만약 두 개인이 거래하거나 한 개인이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고 행동하는 상황이라면, 경제학자는 이 경우 사회복지가 증가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국가간섭과 마찬가지로, 만약 개인 혹은 집단이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켜 이득을 취한다면, 경제학자는 이 경우 사회복지에 있어 의미있는 진전이 있다고 추론할 수 없다.

20세기 중반의 '새 후생경제학(New Welfare Economics)'은 이러한 제약을 회피하여, 경제학이 국가간섭을 위한 사례를 제공해줄 수 있도록 개조하고자 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두 가지의 방법이 취해졌다. 첫째 방법은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에서 주로 행해졌는데, 파레토 법칙을 '일반 균형 체계(general equilibrium framework)'에 통합함으로써 그것을 사소한 것으로 격하시키는 전략이었다. 이는 '사회적 후생 함수(social welfare function)'의 개발과 '시장실패(market failure)' 개념으로 이어졌다. 둘째 방법은 영국의 런던 정경대학에서 도출된 것인데, '보상원리(Compensation Principle)'를 통해서 파레토 법칙을 회피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칼도어-힉스 보상 기준(Kaldor-Hicks Compensation Criterion)' 이다.6

사회적 후생 함수는 미국의 경제학자 애브럼 벅슨(Abram Bergson)에 의해 처음으로 개척되었고,7 후에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이 개발하였다.8 이 접근방식은 파레토 최적을 채택하는 동시에 파레토 법칙을 경시한다. 즉 '정적인 최종상태의 시장 결과(the static, end-state market outcome)'에만 초점을 맞춘다. 몇 가지 '효율성 조건(efficiency conditions)' 을 설정하면서, 사회적 후생 함수는 사회복지를 극대화하는 '최적의 파레토 균형(Optimal Pareto equilibrium)'을 도출해낸다. 만약 이 최대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간섭은 정당화된다.9

사회적 후생 함수는 처음부터 신고전파 경제학자 동료들에게서 조차 혹평을 받았는데, 그것의 분석에서 기수적 효용과 대인간 효용 비교의 잔재를 제거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관짝으로 보낸 마지막 결정타는 케네스 애로우(Kenneth Arrow)의 유명한 '불가능성 정리(Impossibility Theorem)' 였다.10 애로우는 여러가지 기본 조건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사회적 후생 함수를 수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즉 개별 선호를 통합하여 일관된 사회적 선호 척도를 도출하는 방법은 없고, 사회적 후생 함수는 버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실패 접근법은 훨씬 더 생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시장실패는 소위 후생경제학의 1차 및 2차 기본 정리에 의존한다. 1차 기본 정리는, 완전 경쟁을 가정할 경우11 시장은 필연적으로 파레토 최적 균형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즉, 제한적인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에만 시장은 파레토 최적에 도달할 수 있다.12 2차 기본 정리는, 개인들 사이의 소득의 초기 이전이 이루어진 후 시장이 궤도에 진입하도록 내버려두어도, 시장은 여전히 파레토 최적에 도달한다고 말한다.13 즉, 시장의 초기과정에 수정을 가한다면 가능한 파레토 최적 중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매우 매력적으로 여겨지는데, 이를 통해 경제학자들은 최적의 결과에 도달하지 못하는 현실 세계의 시장 사례를 지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14 20세기 후반에 시장실패에 관한 수백 개의 논문들이 발표된 바 있는데, 각각은 새로운 형태의 시장실패를 찾고자 하며 그것들을 개선하기 위해서 국가의 간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학계에서 살아남은 시장실패 사례로는, 공공재, 비대칭 정보, 자연 독점, 그리고 외부성 등이 있다.

하버드 대학의 접근법이 개발되던 동 시기에, 런던 정경대학의 경제학자 존 힉스(John Hicks)와 니콜라스 칼도어(Nicholas Kaldor)는 '보상기준'을 개발했다. 이 기준은, 승자들이 패자들에게 '가설적으로(hypothetically)' 보상해준 후에도 더 나은 삶을 유지할 수 있을 경우, 사회복지가 증가했다고 말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 보상이 실제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15 이렇게 경제학자들은 가치판단을 수반하지 않고 특정 정책을 권고하기 위해 이 보상기준을 활용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여전히 경제학자는 파레토 법칙 내에 남아있을 수 있다.16

보상기준이 파레토 법칙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대표적인 예시는 19세기의 곡물법 폐지이다.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자가 경제학자로서 이런 종류의 조치를 지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관세의 폐지가 장기적 관점에서는 분명히 모두를 더 잘 살게 만듬에도 불구하고, 자주들의 단기적 이익을 해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칼도어와 힉스는 보상 원리를 통해 승자의 이득이 패자들에게 가설적으로 분배되는 상황을 요구함으로써, 정책권고와 관련된 함정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태그 : #오스트리아학파의_역사 #정부복지 #자유시장 #다른경제학파 #주류경제학비판 #철학과_방법론

  1. "But to the preceding generation of economists, interindividual comparisons of utility were made almost without question; to a man like Edgeworth, steeped as he was in the Utilitarian tradition, individual utility — nay social utility — was as real as his morning jam. And with Marshall the apostrophe in consumers' surplus was always after the s." Paul Samuelson, Foundations of Economic Analysis (Cambridge, Mass.: Harvard University Press, 1947), p. 225.
  2. 역주: 초기의 효용이론에서는 효용을 심리적인 만족 내지는 욕구를 측정하는 양의 개념으로 파악하고, 기수적으로 측정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이것이 기수적 효용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사과 한 개의 효용이 10이고 배의 효용이 5이라면, 사과의 효용은 배의 그것에 비해 꼭 2배의 만족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효용이 기수적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A의 효용이 10 에서 5 로 감소한 상황에서 B와 C의 효용은 7 에서 14 로 늘어난다면, 결국 사회의 총효용이 개선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3. 역주: 재화의 가치척도는 서수적이다. 즉 어떤 재화는 다른 재화에 비해 더 높은 가치 순위에 있다.
  4. 역주: 행위자 A의 가치척도에서, 재화 B는 비교적 낮은 순위에, 재화 C는 비교적 높은 순위에 위치해있다. 반면 행위자 D의 가치척도에서는 재화 B가 C보다 높은 순위에 있다. 이때 행위자 A가 재화 B를, 행위자 D가 재화 C를 가지고 있다면, 두 행위자 사이의 교환이 성립된다.
  5. Vilfredo Pareto, Manual of Political Economy (New York: Augustus M. Kelley, [1906] 1971).
  6. Jeffrey Herbener, "The Pareto Rule and Welfare Economics," Review of Austrian Economics 10 (1997): 86.
  7. Abram Bergson, "A Reformulation of Certain Aspects of Welfare Economics,"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70, no. 2 (February 1938): 310–34.
  8. Paul Samuelson, Foundations of Economic Analysis (Cambridge, Mass.: Harvard University Press, 1947), pp. 219-229.
  9. Paul Samuelson, Foundations of Economic Analysis (Cambridge, Mass.: Harvard University Press, 1947), pp. 219-229.
  10. 이러한 절차는, 예산이 제한된 상황에서 개인의 효용 함수에 적합한 최적의 소비재 묶음을 찾는 것과 유사하다. 다만, 개인의 무차별 곡선 혹은 에산 제약 대신에, 사회적 무차별 곡선이 소위 '효용가능경계(Utility Possibility Frontier)' [역주: 주어진 생산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두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가장 높은 효용 수준의 조합]와 접하는 지점에서 극대화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11. Kenneth Arrow, Social Choice and Individual Values, 2nd ed. (New York: John Wiley and Sons. [I951] 1963).
  12. Mark Blaug, “The Fundamental Theorems of Welfare Economics, Historically Considered,” History of Political Economy 39, no. 2 (2007): 185–207.
  13. 완전 경쟁 모델은 세 가지 가정으로 구성된다. 즉, 모든 행위자는 '가격 수용자(price taker)'로서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거래 비용이 없으며, '동질적인 상품(homogenous product)'들만이 있다는 것이다.
  14. 역주: 1차 기본 정리에 의하면, 시장과정은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최적 상태에 도달하므로 정부의 간섭은 종종 바람직할 수 있다. 또 2차 기본 정리에 의하면, 정부의 간섭을 통해 초기 조건을 적절히 재분배하기만 한다면, 그 후에는 시장에 맡겨두기만 해도 여러가지 결과 중에서 원하는 것을 취사선택을 할 수 있으므로, 정부는 초기 조건의 개선을 위해 시장에 간섭할 수 있다.
  15. 역주: 손실의 액수에 비해 수혜자의 이득이 훨씬 크다면 손실을 보상해 주지 않더라도 바람직하다. 손실을 보상해주는 것은 가치판단이기 때문에 경제학자는 이를 주장할 수 없다. 보상 원리는 단지 가설적 상황에서 승자가 패자의 손실액을 보전해주는 경우에도 여전히 이득을 보았으면 바람직하다고 말할 뿐이다.
  16. John Hicks, "The Foundations of Welfare Economics," Economic Journal 49, no. 196 (December 1939): 696–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