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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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는 틀렸다: 온정주의의 문제점

해외 칼럼
철학
작성자
작성일
2020-05-01 23:58
조회
2287

David Gordon
* 미제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 <미제스 리뷰(The Mises Review)> 편집자

주제 : #철학과_방법론

원문 : A Problem with Paternalism (게재일 : 2019년 11월 22일)
번역 : 김경훈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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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철학(Friday Philosophy) <펼치기>


정부는 종종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우리를 구속하는 법률을 제정한다. 예컨대 건강에 해롭다고 여겨지는 마약을 금지하는 법처럼 말이다. 이러한 법률은 '온정주의적(paternalistic, 정부가 국민에 대해 마치 아버지가 자식을 보호하고 간섭하듯이 보호ㆍ간섭하자는 주장이나 이념)' 이다.

자유주의자(리버테리언)들은 온정주의에 반대한다. 그러나 오직 자유주의자만이 온정주의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온정주의는 고전적 자유주의에 속하는 모든 전통과 충돌한다.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자유론(On Liberty)'에서 온정주의를 반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신에 그는 '위해원칙(the Harm Principle)'을 옹호했다: "문명화된 공동체의 어느 한 구성원에게 그의 의지에 반해서 권력이 정당하게 행사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타인들에게 해를 가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경우밖에 없다. 물리적 이익이든 도덕적 이익이든 그 자신의 이익은 충분한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그에게 더 좋다는 이유로, 그것이 그를 더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는 이유로, 타인들이 보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 현명하다거나 심지어 올바르다는 이유로 그가 어떤 행동을 하거나 하지 않도록 강제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온정주의는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탄산음료 캔의 크기를 제한하는 것과 같은 부조리한 조치가 대표적이다. 나는 영향력 있는 변호사이자 정부 관료인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1 이 그의 베스트 셀러 '넛지: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에서 밀의 위해원칙에 반대하며 제시한 한 가지 논증을 살펴보고자 한다. (선스타인에게 공평히 말하자면, 그는 자신이 '그냥(tout court)' 온정주의자가 아니라 '리버테리언 온정주의자(libertarian paternalist)'라고 말한다. 나에게 있어 '자유주의적 온정주의자' 라는 용어는 매우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일단 이 점은 제쳐 두도록 하자.)

내가 다루고자 하는 것은, 선스타인이 이른바 '인식적 논증(the Epistemic Argument)', 즉 "개인은 관료보다 자신의 취향과 상황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목적을 파악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을 강구하는 데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에 대하여 응답한 것이다. 그는 인식적 논증이 위해원칙을 옹호하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논증이라고 생각한다.

인식적 논증에 도전하기 위해, 선스타인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인지적 실수(cognitive mistake)'를 지적한다. 그가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의 선도적인 인물이기에, 선스타인은 엄청난 권위를 가지고 이 실수에 대하여 설명한다. 심리학자(동시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을 추종하며, 선스타인은 우리 마음 속의 두 가지 '인지체계(cognitive system)'을 구별한다: "첫째 체계는 일종의 자동 조종 장치로서, 빠르게 작동한다. 그것은 습관에 따라 움직이며, 감정적이고 직관적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둘째 체계는 "신중하고 성찰적이다."

모두가 종종 그러듯, 만약 첫째 체계에 따라 행동한다면, 우리는 '행위적 시장 실패(behavioral market failure)'로 간주되는 다양한 실수를 저지른다. 우리가 이러한 실수를 저지를 때, 그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당장 염려하지는 않는다. 그 실수들은 '현재중시 편향(present bias)'2, '시간 비일관성(time inconsistency)'3, '가려진 (그러나 중요한) 속성의 무시(ignoring shrouded (but important) attributes)', '비현실적 낙관성(unrealistic optimism)', 그리고 '확률의 문제(problems with probability)' 등의 오류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은 대체로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거나, 잘못된 예상을 가지고 비효율적인 행동을 하는 등의 실수를 저지르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목적에 불필요하거나 방해되는 수단을 선택하곤 한다. 우리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선스타인이 도달하는 결론이다: "온정주의와 관련하여 연관지을 수 있는 논지는, 사람들이 이러한 오류를 범하는 한, 그들의 선택은 자신의 목적을 도달하는데 실패하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들이 범하는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성공적인 노력은, 대체로 선택자의 판단을 '관료의 판단(official judgment)'으로 대체하는 것이 된다. 단, 그들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과 관련해서 말이다."

일단, 인지적 실수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원하는 목적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선스타인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우리는 인식적 논증을 거부할 이유를 하나 제공받은 것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식적 논증에 따르면, 각각의 사람은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선택하는 데 있어 정부 관료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러한 주장은 사람들이 인지적 실수를 저지른다는 주장과 완전히 일치할 수 있다. 인식적 논증의 요점은, 사람들이 관료들보다 상황을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지, 그들의 판단에 오류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는데, 만약 선스타인이 미제스가 반자유주의 경제학자인 존 엘리엇 케언스(J. E. Cairnes)의 '자유방임주의 혹은 독재(Laissez-Faire or Dictatorship)' 에 대하여 남긴 논평을 읽었더라면 더 나은 논지를 펼칠 수 있었을 것이다:

"논증의 전개를 위하여, 인간이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종종 그들의 진정한 관심사에 필요한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할 수 있다는 케인스의 문제 제기와 주장이 사실이라고 가정해보도록 하자. ... 현실이 그렇다는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들이 나쁜 판단과 악의에 의해 상처받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인류에게 있는지 반드시 따져보아야 한다. 시민 개개인이 가진 선택의 자유를 정부의 재량권으로 대체함으로써, 인간적 약점이 초래하는 참담한 결과를 피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불합리한 추론(non sequitur)'이 아닌가?"

선스타인이 인지적 실수를 이유로 온정주의적 간섭을 정당화 하는 데에는 더 큰 문제도 있다. 선스타인은 자신이 개선시켜주기를 원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인지적 실수의 희생양이라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담배를 피거나, 탄산음료를 엄청나게 마시거나, 연비가 나쁜 자동차를 구입하지 못한 사람들은 인지적 실수에 시달리고 있는가?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인지적 실수에 취약하다는 사실만으로, 그리고 어떤 특정한 예시를 가져온다고 해도, 사람들이 이런 실수를 저질렀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인식적 논증에 대한 도전은 이렇게 실패하게 된다. [역주: '넛지'에 대한 또 다른 비판으로는 민경국 교수의 '넛지, 경제적 번영의 길인가'를 참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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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역주: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오바마 행정부 백악관에서 근무했으며, 헌법학, 행정법학, 환경법학, 행동경제학 전문가로 시카고 대학교 로스쿨에서 27년 간 법학을 가르쳤고, 현재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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