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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2020년 5월호] 부동산 문제에 리버테리어니즘을 적용해야 한다

국내 칼럼
자유주의
작성자
작성일
2020-05-01 13:35
조회
847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부동산

미제스 와이어 2020년 정기칼럼 목차 <펼치기>

최근 몇 년 간 서울·경기 지역(이하에서는 ‘수도권’이라 칭함)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고 지난 수 십 년 간 지속적으로 올랐기 때문에 부동산 문제야말로 보통사람에게는 최대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문제를 다룬다. 근래에는 아파트가 한국인 주거 생활의 중심이기 때문에 부동산이라고 하면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아파트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아래의 분석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과 아파트를 제외한 부동산에도 응용할 수 있는 것은 틀림없다.

부동산 가격이 장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상승했던 원인을 한 가지만 꼽으라면 화폐공급의 증대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원인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부동산 가격이 짧게는 5-6년 사이에 크게 상승했다가 하락하는 것도 화폐공급의 증대에 의해 발생한 경기변동의 결과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때 정부는 거의 언제나 부동산 투기(꾼)를 맹렬하게 비난하지만 실제로 그런 현상은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낮추어 통화공급을 증대시킨 결과이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도 투기(꾼)를 비난하는 일에 거의 언제나 가세한다. 그러나 ‘동학 개미 운동’에서 보듯이 주식을 구매하는 것도 부동산을 구매하는 현상도 모두 투기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은 투기라는 말로 비난하지 않고 부동산은 투기라고 비난하는 것은 그 원인인 통화와 투기 간의 관계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 무지가 비록 암묵적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런 무지는 부동산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해왔다.

그러나 필자는 이 글에서 화폐공급의 증대와 부동산 가격 상승 간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그리고 화폐공급의 증대는 다른 많은 문제의 원인이기도 하다. 경기변동, 인플레이션,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 소득재분배, 경제계산의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에 대해서도 잠시 논외로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두 번째 원인은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할 때이다. 수도권의 경우에 지난 수 십 년 간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자연적 증가도 있고 인구의 유입에 의한 증가도 있다-하여 부동산 수요가 상승하면 부동산의 공급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은 상승한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건축업자들은 공급을 늘리기 때문에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원점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다른 조건이 변화가 없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런 원점 회귀를 방해하는 요인도 적지 않다.

이 글에서는 부동산 수요가 증가할 때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서 가격이 원점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를 다루어보고자 한다. 이것은 도시 계획과 관련하여 토지의 이용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는 것이다. 정부는 한 편으로는 화폐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현상을 통제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 언제나 부동산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억제하고자 해왔다. 그리고 정부는 부동산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언제나 대규모 택지를 조성하여 신도시를 개발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것이 역대 모든 정부가 선택한 도시개발 전략이다.

그러나 그런 도시개발 전략은 두 가지 문제를 가지게 된다. 첫 번째 문제는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될수록 신도시를 위하여 대규모 택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수도권 지역이 그동안 잠실을 넘어 분당, 일산, 파주 등으로 그 외연이 지속적으로 확대된 근본적인 이유이다.

두 번째 문제는 수도권 지역이 외곽으로 넓어지면서 출퇴근을 위해 광역철도망, 직행버스 등이 필요해진다는 점이다. 문제는 광역철도망, 광역도로망 등을 건설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도시 외곽 지역에서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경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필자는 몇 년 전 한 일간지가 출퇴근에 4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를 다룬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물론 두 번째 문제는 첫 번째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제 첫 번째 문제로 돌아가 본다. 토지에 부동산을 건축하고자 할 때 용도지역 제한, 건폐율, 용적률, 고도제한, 일조권과 조망권, 각종 부동산 관련 조세와 부담금 등과 같은 각종 토지와 부동산 이용 규제가 너무 많아서 모두 망라하기가 곤란할 정도이다. 그런 규제가 얼마나 강력한가는 헬리콥터로 수도권 지역 상공을 돌아보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동일한 층수의 아파트가 계속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는 사실이 잘 보여준다. 정부가 정한 규제에 잘 맞추어 건축된 아파트는 고급 아파트임에 틀림없다. 도시 개발 초기에 건축된 아파트가 특히 그렇다. 소득이 적은 사람은 이제 도심에서 먼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로 밀려난다. 다시 말하면, 그런 규제는 토지의 이용을 제한하기 때문에 택지가 넉넉하지 못한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초래한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출퇴근에 시간이 적게 소요될수록, 즉 부동산이 도심에 위치할수록 부동산의 가격이 또 한 번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정부는 재개발 아파트 등에는 여러 가지 조건을 걸고 그런 규제를 일부 완화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토지 이용 규제의 효과는 강력하다.

수도권과 같이 대규모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에서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는 앞에서 지적한 첫 번째 문제와 두 번째 문제를 점차 악화시켜왔다. 즉 도시에서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하여 점점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출퇴근 시간은 점점 더 길어지며, 그 결과 삶은 점점 더 팍팍해져왔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혼이 늦어지거나 비혼이 되는 이유들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것은 또한 부의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이유들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토지와 부동산에 대한 작금의 각종 규제는 ‘토지공개념’이라는 사회주의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헨리 조지의 토지 국유화 사상의 한국판이 토지공개념이다. 문제는 토지공개념으로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이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삽입하고 그에 근거하여 부동산 관련 규제를 크게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통화공급의 증대와 부동산 가격 간의 관계와 토지와 부동산 관련 규제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의미하는 바는 부동산 가격이 매우 높고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던 것은 ‘정부의 실패’ 때문이라는 것이다.

뉴욕 맨해튼은 토지의 소유와 이용에 특별한 제한을 가하지 않고 있다. 다만 부동산 관련 세금을 내는 것과 토지에 건물을 건축할 때 ‘공간권’(air rights)을 허용하여 건물주들 간에 공간의 이용을 두고 협상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Houston)에서는 용도지역 제한과 같은 규제는 없다. 휴스턴은 ‘토지분할규칙’(The Rules of Land Subdivision)이라는 규제만을 가하고 있다. 이 규칙은 최소 대지규모, 대지경계선으로부터 떼어야 할 거리(set back), 건축선의 지정, 대지규모와 하수관 간의 관계 등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토지 이용에 관한 주정부 규제의 전부이다. 그 이외의 토지 이용은 토지 소유주들 간에 맺은 ‘약관 계약’(restrictive covenant)에 따른다. 결론만 요약하면, 휴스턴은 최소 규제에도 불구하고 택지와 주택의 가격이 저렴하고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휴스턴 사례는 김정호의 ‘사유재산권과 토지공개념’에서 참조).

한국의 수도권 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상업시설, 공장 등이 매우 밀집해있다. 그리고 수도권에는 또한 한국 인구의 절반 정도가 몰려있다. 이것은 맨해튼이나 휴스턴보다 수도권 지역에서 토지와 부동산 이용과 관련한 규제를 더 없애는 것이 좋을 것임을 시사한다.

수도권을 포함한 한국 부동산 문제의 해결은 리버테리어니즘을 토지와 부동산에 적용하는 것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리버테리어니즘이야말로 토지와 부동산에 대한 민간의 소유권을 가장 잘 보호하는 정치 철학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토지와 부동산의 소유자가 모든 권리를 가지고 그 결과 정부의 어떤 규제도 소유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최고의 리버테리언이자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을 신봉하는 월터 블락(Walter Block)은 부동산은 말할 것도 없고 도로마저도 사유(私有) 도로가 국유(國有) 또는 공유 도로보다 훨씬 우수하고 정의롭다는 것을 설파한 바 있다.

토지와 부동산 문제에 리버테리어니즘을 당장 적용하기가 어렵다면 ‘부동산 규제자유구역’을 도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부동산 규제자유구역이란 최소한의 부동산 이용 규제를 가하는 지역을 말한다. 이 때 규제는 건축을 할 때 대지경계선으로부터 떼어야 할 거리, 대지규모와 하수관 간의 관계, 주차장 면적의 크기와 의무화 등만을 포함하면 될 것이다. 물론 부동산 규제자유구역은 리버테리어니즘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인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토지와 부동산 문제는 헨리 조지의 사상에 따라 토지 국유화 또는 사회주의화로 가고 있다. 그것은 토지와 부동산 문제를 점점 더 어렵게 할 것이다.

리버테리어니즘을 토지와 부동산에 적용하는 것 또는 부동산 규제자유구역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첫째, 일자리와 상권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부동산도 밀집되고, 그 다음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부동산이 점점 더 적게 건축될 것이다. 즉 대규모 토지의 필요성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둘째, 지금의 규제 방식에 비해 리버테리어니즘 또는 부동산 규제자유구역에서는 토지와 주택의 가격이 훨씬 낮아질 것이다. 셋째, 직장과 주택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출퇴근 시간은 지금의 1/3 내지 1/2로 줄어들 것이다. 넷째, 광역철도망, 광역도로망 등이 불필요해지고, 정부 예산도 크게 절약이 될 것이며, 환경오염 문제도 크게 개선될 것이다. 다섯째, 부동산 소유의 불평등으로 인한 계층 간 갈등도 작지 않게 완화될 것이다.

종합하면, 부동산 문제에 리버테리어니즘을 적용하는 길만이 부동산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너무 깊숙이 우리의 삶에 들어온 토지공개념과 토지 국유화 사상을 털어내는 일이 부동산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 되어야 한다.




태그 : #사유재산 #가격 #가격통제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