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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2020년 8월호] 자본주의스포츠 대(對) 사회주의스포츠

국내 칼럼
사회·문화
작성자
작성일
2020-08-01 12:12
조회
1230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사회현안

미제스 와이어 2020년 정기칼럼 목차 <펼치기>

경주시청 소속 최숙현 철인3종경기 선수는 지난 6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숙현 선수는 가짜 팀닥터, 감독, 선배와 동료 선수 등에 의한 성추행(성폭행), 폭언·폭력, 금품 갈취, 왕따, 강요(강제에 의한 음식물의 흡입), 무면허 의료 행위 등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와 육체적·심적 상처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스포츠계의 4대악(惡)(성폭력·폭력, 승부조작, 입시비리, 조직 사유화)이 거의 매년 그리고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2014년 2월에 안현수는 러시아 국적을 취득해 소치 올림픽에 출전했다. 안현수는 빙상체육계의 집단 왕따 등의 보이지 않는 폭력을 당했기 때문에 국적을 변경하여 소치 올림픽에 출전했다.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준우승한 여자 컬링팀은 올림픽이 끝나고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김민정·장반석 경북체육회 감독 등 지도부의 비인격적 대우와 폭언, 사생활침해, 의성컬링센터 사유화, 포상금 유용 의혹 등을 폭로했다. 실제로 여자 컬링 ‘팀킴’은 동계 올림픽이 끝나고 2018-2019년 시즌 월드 컬링 투어 대회, 그랜드 슬램까지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경북체육회 감독들로부터 대회 출전을 제지당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0일 팀킴은 기자회견을 열고 문체부 합동 감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후속 조치도 없었으며 대통령 이하 관계 당국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조속히 취해줄 것을 호소했다. 2019년 1월에는 쇼트트랙 국가 대표팀 코치 조재범은 심석희 선수를 폭행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서는 스포츠계에서 발생한 굵직한 사건만 나열해 보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11월 운동선수 인권 실태를 조사해서 발표했다. 조사에 의하면 초등학생(응답자 18,007명)이 언어, 신체, 성폭력 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약 34%, 중학생(응답자 21,952명)도 약 34%, 고등학생(17,598명)도 약 35% 등이고, 대학생(4924명)은 약 73%, 성인실업선수(1251명)는 약 60% 등이다(조선일보 2020년 7월 6일자 재인용). 다시 말하면, 한국 스포츠계는 각종 폭력과 비리가 일상화된 세계라는 것이다.

한국 체육계는 왜 4대악을 근절할 수 없는가? 다음과 같이 많은 원인이 제시되어 왔다. ‘메달만 따면 된다’는 성적지상주의(또는 ‘일등문화’), 체육계의 자정 노력 부족, 비위 지도자 자격을 취소하는 등의 노력을 체육계가 말로만 하고 실제로 잘 실천하지 않는 것, 선수를 인격체로 보지 않는 일부 지도자의 잘못된 생각, 선수의 성적이 감독 등의 연봉과 연결되어 있는 인센티브 구조, 합숙훈련을 하면서 생기는 체육계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런 원인 분석에 기초한 각종 대책은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그 결과 체육계의 각종 악은 반복적으로 발생해왔고 선수를 포함한 많은 피해자들은 야만사회에 살고 있는지가 아주 오래되었다. 체육계의 야만적 행위를 뿌리 뽑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선진사회로 갈 수 없다. 코로나19 방역의 성공으로 우리 사회가 선진국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현실(학교폭력, 성폭력 등도 체육계의 폭력만큼 심각하다)을 너무 모르는 소리일 뿐이다.

분석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를 분명히 한다. 단순한 취미로 스포츠를 하는 경우를 여기에서는 제외한다. 예를 들어, 직장인 야구 동호회는 야구를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분석 대상에서 제외한다. 왜냐하면 한국 스포츠계에서 문제가 되는 폭력, 비리 등은 모든 스포츠 행위가 현재나 미래에 경제행위의 일부로서 행해지는 경우에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누가 돈을 지불하는가에 따라 크게 ‘자본주의스포츠’, ‘사회주의스포츠’, ‘간섭주의스포츠’로 구분할 수 있다. 자본주의스포츠는 관객인 소비자가 돈을 내고 그 돈으로 경기를 운영하여 수익을 내는 구조를 하고 있는 스포츠를 말한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골프 등이 자본주의스포츠의 대표적인 예이다. 사회주의스포츠는 이번에 문제가 된 철인3종경기를 포함하여 거의 대부분의 비인기종목 스포츠가 여기에 속한다. 학교 스포츠도 재단이나 동창회 등이 스포츠 경비를 대지 않는 한 거의 대부분이 사회주의스포츠이다. 간섭주의스포츠는 소비자가 돈을 내지만 정부가 스포츠 서비스의 가격을 통제한 경우를 말한다. 이것은 이론적인 구분이다.

현실에서는 앞에서 설명한 세 가지 스포츠가 혼합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의 경우에 입장권에 세금이 포함되었다면 그만큼은 사회주의스포츠인 것이다. 프로축구의 경우에 ‘상무’ 프로축구단은 축구단 자체가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회주의스포츠이다. 사실 프로축구는 축구단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사회주의스포츠이다. 정부가 입장권의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면 그 스포츠는 간섭주의스포츠이다. 일부 구기 종목은 대기업 사장이나 대기업이 물심양면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 경우에 그 자원봉사가 순수한 것이라면 그만큼은 그 종목도 변형된 형태의 자본주의 스포츠이다.

즉 현실에서는 세 가지 종류의 스포츠가 완전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하여 그 세 가지가 완전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아래에서는 간섭주의스포츠는 제외한다. 두 가지 스포츠만을 대상으로 원인 분석과 처방을 해도 현재로서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먼저 자본주의스포츠를 보자. 프로야구에서 보듯이 소비자가 돈을 내고 경기를 즐기기 때문에 야구 선수, 감독, 코치, 트레이너, 구단 운영자, 리그 운영자 등이 소비자가 싫어하는 폭력, 비리 등을 저지를 수 없다. 누구라도 그런 일을 하면 즉각 퇴출당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스포츠에서도 일탈자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시장에 사기꾼과 도둑이 존재하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탈자는 많지 않고 일탈자가 발생하더라도 즉각 도태된다. 그러나 시장에서 사기꾼과 도둑을 징벌하는 법률과 경찰이 존재하듯이 리그 운영자는 일탈자를 징벌하는 규정을 제정하고 집행한다. 야구선수 강정호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2016년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고, 추가로 두 차례 음주운전을 했던 사실이 조사 도중 드러났다. 법원은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메이저리그는 사실상 강정호를 퇴출했다.

강정호는 지난 5월 국내 복귀를 타진했으나 한국야구위원회와 구단은 끝내 그의 복귀를 허락하지 않았다. 소비자인 야구팬들의 압력이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다. 자본주의스포츠에서도 선수 등의 행위가 리그 운영자의 통제를 벗어나면 법률과 경찰의 도움을 받는다. 야구 선수, 감독, 코치, 트레이너, 구단 운영자 등은 상대를 이기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하지만 결코 폭력, 비리 등을 저지르지 않는다. 다만 근래에 각종 프로 스포츠에서도 스포츠 4대악이 적지 않은 것은 그 스포츠에 사회주의적 요소 또는 사회주의스포츠의 방식이 깊이 침투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회주의스포츠 감독이 자본주의스포츠 감독에게 폭력이 선수의 성적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를 전해주는 경우이다.

이제 사회주의스포츠를 보자. 철인3종에서 선수, 감독, 팀닥터를 사칭한 운동처방사 등의 연봉은 세금으로 지급된다. 선수의 전지 훈련비를 포함한 각종 경비, 국내외 메달을 따면 나오는 연금 등도 세금에서 나온다. 경주시청 소속 철인3종 선수, 감독, 팀닥터를 사칭한 운동처방사 등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직원도 지방 공무원으로서 연봉은 세금으로 지급된다. 이 번 경주시청 소속 철인3종 팀은 예산은 지자체가 지급하고 그 운영은 지방 체육회가 맡아왔다. 팀의 예산과 운영이 분리됨으로써 둘 간의 긴밀한 관계는 없어지고 감시와 감독 기능은 작동될 수 없었다. 철인3종 협회, 경북 체육회, 대한 체육회도 일체의 경비가 세금에서 나온다. 대한 체육회의 2020년 예산은 약 3531억 원이고 그 전액이 국민의 세금이다. 물론 모든 비인기종목이 철인3종과 같이 사회주의스포츠는 아니지만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비인기 종목은 사회주의스포츠이다.

자본주의스포츠에서는 궁극적으로 관객인 소비자가 선수, 감독 등의 일탈을 규제하고 통제한다. 사회주의스포츠에서는 그런 소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주의스포츠에서 세금 납부자는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세금 납부자는 세금 납부자일 뿐이다. 사회주의스포츠에서는 감독이 선수를, 감독을 상급자인 종목 체육회가, 종목 체육회를 지방 체육회가, 지방 체육회를 상급 지방체육회가, 상급 지방체육회를 대한 체육회가, 대한 체육회를 문체부가, 문체부를 대통령이 감시·감독하고 통제할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구단주나 리그 운영자와 달리 그들은 자신들이 감시·감독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에는 큰 관심이 없다. 사회주의스포츠에서 그 많은 공공기관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사회주의스포츠에서 감독은 선수에 대해서 매우 ‘제한적’ 관심만을 가진다. 예를 들어, 철인3종 감독은 선수의 메달에만 오로지 관심이 있었다. 게다가, 선수의 생사여탈권도 감독이 가진 경우가 많다. 그런 구조에서 선수가 감독, 코치, 체육회 등의 폭력이나 비리를 고발하는 것은 자신의 선수 생활 전부를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다. 더 나쁜 것은, 정부의 각종 기관, 예를 들어 국가인권위원회 등도 ‘문제가 없이’ 굴러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주의스포츠에서는 선수에서 출발해서 대통령까지 모든 관계가 패권적이기 때문에 감독 등이 선수에게 가하는 폭력, 비리 등은 구조화·일상화되기 쉽다.

북한에서 경제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나 김정은이 나서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그 경제문제는 해결이 잘 되지 않는다. 많은 중간 간부가 존재하지만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북한에서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국가 전체의 경제체제가 사회주의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체제를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하지 않는 한 북한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스포츠도 자본주의가 있고, 사회주의도 있으며, 간섭주의도 있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필자는 모든 사회주의스포츠가 경주시청 소속 철인3종팀처럼 폭력, 비리 등의 야만적 행위로 점철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필자는 그런 야만적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는 근본적 원인은 사회주의스포츠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필자는 자본주의스포츠가 모든 야만적 행위를 근절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본주의스포츠는 야만적 행위의 발생 빈도와 종류를 크게 줄여주고 미래에 그런 행위를 억제할 수 있는 장치를 스스로 만들고 작동케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전체 스포츠에서 사회주의스포츠가 많아지면 자본주의스포츠는 사회주의스포츠와 다를 바가 없어진다.

어떤 이는 국위 선양을 이유로 비인기종목 스포츠도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자 세계 각국은 한국인의 입국을 즉각 불허했다. 이것은 국위 선양이 비인기종목 스포츠 존치의 허울 좋은 이유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우리 사회를 문명사회로 만들고자 한다면 사회주의스포츠를 자본주의스포츠로 전환하거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폐지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스포츠 구단이나 스포츠 리그는 폭력, 성폭력 등의 예방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상벌 체계도 지금보다 더 분명해져야 한다. 사회주의스포츠의 전환 또는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은 자신의 돈으로 사회주의스포츠를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폭력, 성폭력, 각종 비리 등이 일상화된 세계는 야만사회이지 선진사회가 아니다. 한국 스포츠계가 4대악으로 점철되어 있는 한 우리 사회는 결코 선진사회가 될 수 없다.




태그 : #사회주의 #간섭주의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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