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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2020년 10월호] 간섭주의는 사회주의로 가는 출발역이다: 버스사회주의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0-10-0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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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간섭주의

미제스 와이어 2020년 정기칼럼 목차 <펼치기>

지난 9월호 미제스 와이어에서, 필자는 의료수가를 최고가격으로 고정하면 각종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저가격과 함께, 최고가격은 ‘간섭주의’의 일종이다. “정부가 규제나 간섭을 통해 의도하고자 하는 목적을 이룰 수가 없다”는 것이 경제학적 진실이다. 간섭주의는 궁극에는 혼란, 무질서, 갈등을 초래한다. 의료계의 파업과 휴업은 그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 번 호에서는 “더 장기에서는 간섭주의가 ‘사회주의’가 되는 경향”이 있음을 버스교통체계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전라남도의 한 군(郡)(이하 A군)이 2013년 5월에 버스의 소유와 운영에 있어서 완전한 사회주의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했고, 최근 여러 지방정부가 A군을 모방하여 ‘버스교통체계 사회주의’를 시작하기로 했으며, 100여 곳의 지방정부가 버스교통체계 사회주의를 배우기 위하여 A군을 찾았다고 한 일간 신문은 최근 보도했다. 버스교통체계 사회주의란 세금으로 버스의 구입, 운행, 노선운영, 기사채용, 관리 등 민간 버스업체가 하던 일체의 일을 지방정부가 맡아 하는 것을 말한다.

A군의 버스교통체계를 사회주의라고 하는 이유는 버스교통체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연 34억 원을 모두 세금으로 충당하고 버스 이용객의 83%가 무료로 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 A군은 월 300만 원 수준의 급여를 주는 운전기사도 채용하고 버스도 구입했다. 특기할 점은 5만 명이 채 안 되는 주민이 거주하는 A군의 2018년 재정자립도는 5%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버스교통체계 운영비 연 34억 원(정확하게는, 관련 공무원의 수도 늘어났을 것이고 그들의 연봉은 운영비에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의 운영비는 그보다 많을 것이다)의 대부분이 외부(중앙정부의 세금)로부터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약하면, A군의 버스교통체계는 군이 소유하고 운영된다는 점에서 사회주의이지만 그에 필요한 자원을 외부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가장 나쁜 것이다.

A군은 버스교통체계 사회주의를 2007년 5월에 일부 노선에서 먼저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 A군은 14개 섬(참고로 A군은 14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에서 14개 민간 버스업체가 운영 중이었고 1개 업체가 25인승 또는 29인승 버스 1-2대를 소유했다. 당연히 운전기사는 섬 전체에 22명밖에 없었다.

민간 버스업체들은 섬 내 또는 섬에서 다리로 연결된 다른 섬으로 주민을 실어 나르는 운송 서비스를 했다. 문제는 기상이 악화되면 버스 운행은 수시로 중단되었다는 것이다. 2007년 5월 이전에는, A군은 매년 5억 원의 세금을 투입해 버스업체의 운영비를 일부 보전해주는 방법으로 민간 버스업체의 불량한 서비스를 개선하고자 했지만 허사였다. 이제 A군은 불량 서비스를 해결하기 위하여 2007년 5월부터 ‘완전한’ 버스교통체계 사회주의를 향해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A군은 마침내 2013년 5월부터는 군 내의 버스교통체계 전체를 사회주의로 완성했다.

2007년 5월 이전에는 민간버스업체들이 군 내 대중교통을 책임지고 있었지만 어떤 구조였는가를 현재 알 길이 없다. 다만 민간버스 요금을 군 정부가 최고가격으로 고정했을 것으로 필자는 추정한다. A군 정부(지방자치단체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가 버스 요금을 최고가격으로 고정했기 때문에 민간버스업체들은 기상이 악화되어 승객이 적을 것으로 예상될 때는 버스 서비스를 줄이는 방법으로 대응을 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기상 악화 시에 버스 교통서비스가 감소했던 것은 최고가격 때문이라는 것이다. 군 정부가 민간업체들에게 5억 원의 보조금을 주었던 것은 최고가격으로 버스회사의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보조금은 최고가격을 상당히 밀어 올렸겠지만 보조금이 포함된 최고가격마저도 여전히 자유시장가격보다 낮았기 때문에 민간버스 교통서비스를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보조금도 간섭주의의 한 종류이다.

A군의 사례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간섭주의가 장기화되면 사회주의가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경제학적 진실이다. A군의 버스교통체계 사례가 그 점을 잘 보여준다. 천연가스버스를 도입하는 데 광역시 정부가 가스용 엔진 구입 비용을 세금으로 지원하면서 광역시의 버스도 크게 사회주의화가 진행 중이다. 지하철, 도시철도, 철도 등도 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각종 친환경 자동차도 예외가 아니다. 작금의 학교교육도 버스교통체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교육은 초·중학교는 이미 오래 전에 사회주의가 되었고 고등학교도 사회주의화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A군과 같이 사회주의화되고 있는 경우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이다.

둘째, 사회주의가 ‘지속가능한’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체계로서 사회주의가 왜 그리고 어떻게 나쁜가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군 군수, 관련 공무원 등은 A군 버스교통체계를 ‘완전공영제’로 지칭하고 그 제도가 현재까지 매우 성공적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들의 잘못된 광고에 따라 100개가 넘는 지방 정부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사회주의가 지속가능한 제도가 아닌 점을 잊곤 한다. A군 버스교통체계는 외부의 지원이 끊기는 순간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다. 그들이 A군 버스교통체계를 성공한 것으로 선전할 때 그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했어야 했다.

셋째, 당초 민간버스업체들이 아니라 간섭주의가 잘못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A군은 민간버스업체들의 서비스가 불량하다는 이유를 들어 버스교통체계를 사회주의화하는 결정을 했다. 여기에는 섬 주민의 교통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이것은 경제현상의 인과관계와 그 결과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현상의 인과관계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지만 존재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경제현상을 분석할 때는 조심을 요할 뿐만 아니라 분석 이전에 정확한 경제이론을 꼼꼼하게 챙겨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넷째, A군 군수, 관련 공무원, A군 사례를 보도한 신문은 사회주의라는 개념 대신에 완전공영제라는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의 사고를 마비시켰다고 하겠다. 사회주의라면 쉽게 오늘날의 북한을 떠올릴 수 있지만 완전공영제라는 개념은 듣기에 따라 얼마나 그럴 듯하게 들리는가 하는 것이다. 게다가, 노선은 33개에서 117개로, 이용자도 20만 명에서 67만 명으로, 보유 버스도 22대에서 65대로, 운전기사도 22명에서 70명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당연히 날씨에 따라 버스 운행이 중단되었던 서비스는 정시 운행이 정착되면서 버스 이용자의 불만은 말끔히 사라졌다. 그러나 34억 원이라는 예산은 모두 군민 아닌 외부인의 세금에서 온 것이라는 사실은 강조되지 않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버스 이용객의 83%가 무료였기 때문에 이용자가 증가한 것을 시장에서의 수요 증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섯째, 만약 A군 버스교통서비스를 군민 스스로 해결하도록 했다면 연 34억 원의 세금은 민간에서 연봉 3000만 원짜리 일자리를 약 110개 만들어 냈을 것이다. 이것은 누군가의 행복(즉 군의 버스 서비스가 향상되었던 것)이 다른 사람의 불행(도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을 대가로 한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면 언제나 그렇게 된다. 게다가, 이런 계산에는 물론 정부의 세금 징수 비용과 민간의 세금 회피 비용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작금의 높은 청년 실업률은 정부의 간섭주의와 사회주의의 폐해가 누적된 결과이다.

여섯째, 정부의 재정적자는 자원을 사회주의화하는 아주 중요한 수단 또는 방법이다. 재정적자는 사회주의화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그러므로 재정적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주의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재정적자는 버스교통체계의 사회주의화와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째, 재정적자는 미래의 자원을 현재 시점에서 사회주의화하는 것이다. 둘째, 재정적자는 적자를 일으킬 때와 갚을 때, 두 번 사회주의화한다는 것이다. 그 두 가지 이유로, 재정적자가 버스교통체계의 사회주의화보다 훨씬 나쁘다.

일곱째, A군 사례를 보도한 한 일간지는 A군이 주는 보도자료를 요약해서 옮겨 적었다고 추정된다. A군 버스교통체계를 완전공영제로 보도하면서 한 줄의 논평이나 지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사에서 논평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이 버스교통체계가 사회주의라는 점을 상기하는 일은 필요하고도 적절한 것이라고 필자는 주장한다. 사회 내의 제도를 결정할 때 언론은 영향력이 작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태그 : #가격통제 #사회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