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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2020년 11월호 - 1] 삼성의 그림자는 무엇인가?

국내 칼럼
사회·문화
작성자
작성일
2020-11-01 16:53
조회
1109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사회현안

미제스 와이어 2020년 정기칼럼 목차 <펼치기>

삼성 이건희 회장이 지난 10월 25일 타계했다. 그는 삼성그룹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이낙연 대표(이하 이 대표)는 그가 남긴 그림자도 지적한다. 그 그림자라는 것이 과연 진정한 그림자인가?

첫째, 이 대표는 삼성이 ‘정경유착’이라는, 경제와 사회에 해로운 행위를 해왔다고 지적한다. 기업을 포함한 한 국가 내의 모든 경제주체는 기회만 있으면 정부의 자원을 자신의 것들로 만들고자 노력한다. 이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과거에는 대기업이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았다면 근래에는 개인을 포함해 중견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이 이런저런 이유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사실 정부가 민간으로부터 자원을 강제로 징수하고 배분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처음부터 기업을 포함한 어떤 경제주체도 정부의 지원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정경유착이 근본적으로 기업의 책임이 아니라 ‘정부의 책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대표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지금까지도 정경유착이 기업의 책임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둘째, 이 대표는 삼성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런 비판을 받아들여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얼마 전 삼성에서 노조의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조가 경제에서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하는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 점은 경제전문가들마저도 큰 차이가 없다. 노조는 현직에 있는 노조원을 제외하고 경제 내의 모든 경제주체에게 피해를 입힌다. 피해를 입는 경제주체는 노조가 있는 기업(기업가 포함)과 그 기업의 노조원이 아닌 노동자, 노조가 없는 기업(기업가 포함)과 노동자, 노조와 상관이 없는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노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가정주부, 학생, 교사, 공무원, 은퇴자 등을 포함하는 일반 국민이다. 한 마디로, 노조는 임금을 인상할 수 있지만 그것은 노조원을 제외한 경제 내의 모든 경제주체에게 피해를 입힌 대가이다. 물론 피해의 정도는 모두 다르다. 여기에서 지면상 짧게 설명했지만 앞에서 설명한 노조 이론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필자는 독자가 이 기회에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이론을 학습하기를 바란다.

노조가 본격적으로 파업활동을 하기 시작한 시기는 민주화 이후이다. 그러므로 민주화 이후에 노조의 폐해는 노조원을 제외한 경제 내의 모든 비노조원에게 누적되어왔다. 삼성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을 제외한 대기업,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에서 노조가 임금을 인상하면 삼성도 노동시장에서 현대차와 경쟁하는 만큼 임금을 자유시장임금보다 높게 지불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노조를 허용하지 않았던 삼성도 노조의 피해자라는 것이고 그 피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노조가 경제와 사회에 미쳐왔던 누적된 폐해를 생각하면 노조를 폐지하는 일에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그러나 현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친(親)노조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그런 정책은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을 넘어서 법 위에 군림할 뿐만 아니라 반민주적인 행태를 취하도록 해왔다.

셋째, 이 대표는 삼성이 ‘재벌중심의 경제구조를 강화’해 왔다고 비판한다.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복합기업(재벌의 학문적 명칭이 복합기업이다)을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찾을 수 없다. 복합기업의 외형적 모습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바뀌어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에서만 복합기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복합기업을 정치화하여 정치권의 제물로 삼겠다는 발상일 뿐이다.

넷째, 이 대표는 삼성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지적한다. 한국의 소수 대기업 또는 기업집단은 매우 짧은 기간에 빠르게 성장하여 왔기 때문에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할 자금과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상법을 포함한 기업 관련 법규가 허락하는 한, 기업의 소유자인 기업가는 지배구조를 결정할 때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어떤 지배구조가 가장 좋은 것인가는 기업가만이 가장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로 세상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지배구조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기업가가 기업을 소유하고 경영함에 있어서 기업가의 자원과 노력이 불필요하게 낭비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문제 삼는 것은 복합기업을 정치화하는 일일 뿐이다.

다섯째, 이 대표는 삼성이 ‘조세 포탈’을 했다는 비판을 했다. 이 회장은 회사 돈을 횡령했다는 의혹과 다수의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양도소득세를 포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두 가지 의혹에 대해 이 회장의 건강상의 이유와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했다. 두 가지 의혹은 궁극적으로는 재판을 받아봐야 그 범죄성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이 회장의 행위가 범죄성이 없었다 하더라도 그런 일은 하지 말았어야 좋았을 것이다.

종합하면, 유명 정치인을 포함하여 보통 사람까지도 복잡한 경제이론을 모두 알아야 할 것을 누구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제이론에 대한 무지의 결과가 초래할 폐해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몫만큼 책임을 져야 하고 폐해에 대한 유명 정치인의 몫은 그가 가진 권력에 비례하여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는 4류라는, 25년 전 이건희 회장의 질타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태그 : #정치비판 #인물평가 

썸네일 출처 : 코리아 포스트, "[이건희 1942-2020] 대한민국을 이끄는 힘, 삼성 이건희 회장 어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