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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2020년 11월호 - 2] 자유시장경제 대(對) 공정경제

국내 칼럼
정치·외교
작성자
작성일
2020-11-02 15:40
조회
558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경제현안

미제스 와이어 2020년 정기칼럼 목차 <펼치기>

2019년 7월 9일 기획재정부는 청와대에서 ‘내 삶의 공정경제’라는 타이틀을 걸고 공정경제 성과 보고 회의를 개최했다. 공정경제3법은 문재인 정부가 내걸고 있는 공정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세 가지의 법률 제·개정안이다.

공정경제3법의 주요 내용을 차례로 검토해본다. 먼저 상법 개정안을 보기로 한다. 현행 상법은 이사회를 먼저 구성한 뒤 그 중 한 명을 감사위원으로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감사위원 분리선출제)하도록 하고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감사위원회 소속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은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보장하는 제도이다. 그리고 개정안은 감사위원 선출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특수관계인 지분과 합산해 3%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고 의결권 행사에 있어서 대주주의 지분율을 제한하는 것은 감사위원이 대주주의 입김에서 벗어나 경영활동을 잘 감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정부·여당은 주장한다.

감사위원이 대주주의 경영활동을 잘 감시할 수 있도록 하게 해야 한다는 정부와 여당의 의도는 좋은 것이다. 그러나 지분율에 따른 의결권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주식회사의 기본원리로서 감사위원의 선임에서도 지켜져야 할 것이다.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면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 대주주 입장이 반영되지 못함으로써 외부 자금의 공격으로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 즉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면 대주주의 경영권이 그만큼 외부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하는 조항이라는 것이다.

둘째,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가진 전속고발권제를 폐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전속고발권제란 공정거래법 그리고 하도급과 관련해 위법 행위를 한 기업을 공정위만이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제도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검찰도 공정거래법 위반한 자를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 즉 전속고발권 폐지는 두 개의 국가기관이 경쟁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공정거래법이 정의이론(theory of justice)과 경제이론에 의거하여 아주 잘 만들어진 법률이라면, 즉 ‘공정한’ 법률이라면 수사를 위하여 두 개의 국가기관이 경쟁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 공정거래법은 결코 그런 법률이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행 공정거래법은 이익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제정되어 정의롭지 못하거나 좋은 경제이론에 기초하여 제정되지 않아 경제학적 진리와 거리가 멀다. 다시 말하면, 현행 공정거래법은 어떤 조항은 불공정하고 어떤 조항은 반(反)자본주의적인 것 또는 친(親)사회주의적인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이 그럴진대 수사를 목적으로 두 개의 국가기관이 경쟁하는 것은 현행대로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가지는 것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이 잘 제정된 법률이라도 국가기관들이 경쟁하는 것은 '정치적 경쟁'(political competition)으로서 그 결과가 거의 대부분 ‘네거티브섬’(negative sum)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실 현행 공정거래법을 위하여 정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한다면 불공정 조항이나 반자본주의적인 또는 친사회주적인 조항을 삭제하거나 폐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부의 역할은 현행 공정거래법 자체를 개혁하는 것이지 개선한다는 확신도 없는 전속고발권 제도를 변경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셋째, 공정거래법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조항이 추가되는 것도 대기업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현행 규제는 총수 일가가 상장회사 지분 30%, 비상장 회사 지분 20%를 보유한 경우에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개정안에서 총수 일가가 지분 20%(상장 여부와 상관없이) 이상을 가진 회사는 일감 몰아주기를 원천적으로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는 자유계약 원칙에 따르면 사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런 규제가 도입된 것은 비즈니스그룹의 일감 몰아주기가 비즈니스그룹과 관련이 없는 기업을 경쟁에서 배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비즈니스그룹이 그룹 관련 기업에게 일감을 몰아주면 그것으로 얻게 되는 효율도 작은 것이 아니다. 이렇게 이득과 손실이 병존하는 경우에는 당사자인 비즈니스그룹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시 말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처음부터 잘못 제정된 것이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오히려 개악(改惡)하려고 하는 것이다.

넷째, 정부와 여당은 금융그룹을 감독하는 법안도 신규로 제정하고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대표회사를 중심으로 내부에 통제협의회를 만드는 한편 비즈니스그룹의 주요 위험 요인을 때맞춰 공시토록 하는 것 등이다. 이 법안은 삼성, 현대자동차, 한화, 교보, DB, 미래에셋 등 6개 복합금융그룹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 법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강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주식의 과다 보유로 삼성생명이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금융 당국이 삼성전자 주식 매각을 명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기본적으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해야 한다는 잘못된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자본은 자본일 뿐이고 자본의 원천이 어떤 산업에 있었는가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금산분리 원칙은 근본적으로 한국에서 재벌기업을 규제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자동차회사인 GM은 자동차 판매보다 자동차 담보 대출에서 이윤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

현 정권 실세들과 권력기관들의 수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번번이 무력화되고 있다. 사법부는 사회주의 이념을 신봉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 결과로 문재인 정부의 법치주의는 정권 초기부터 무너져 왔다.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친시장적인 법률의 제·개정과 함께 법치주의를 제대로 실현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앞에서 보았듯이, 공정경제3법도 친시장적인 법률들로 볼 수 없다.

경제는 자유시장경제 또는 자유시장이라는 개념이 정확한 것이다. 자유시장경제란 자유시장으로 이루어진 경제를 말한다. 자유시장이란 정부나 조직폭력배와 같은 집단의 간섭이나 통제가 없는 시장을 의미한다(시장에 대한 간섭이나 통제는 대부분 정부가 하기 때문에 편의상 이하에서는 조직폭력배를 제외한다). 그러면 무엇이 정부의 간섭이나 통제인가? 그것은 인간의 생명, 재산, 자유 등을 억제하거나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정부의 어떤 조치 또는 법률이 그 이전까지 통제되었던 인간의 생명, 재산, 자유 등을 확대한다면 그런 조치 또는 법률은 자유시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유시장, 즉 자본주의에서 핵심은 ‘자유기업주의’이다. 자유기업주의는 기업의 설립과 경영 그리고 재화의 생산과 유통이 완전히 자유로운 것을 말한다. 물론 여기에서 환경을 파괴하는 물질을 배출하는 등의 행위는 금지된다. ‘타다’가 논란 끝에 최종적으로 금지되었던 것은 자유기업주의가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가 아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부와 여당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자유기업주의를 ‘완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자유시장경제를 잘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법률의 제·개정과 법치주의의 실현도 중요하다. 반시장적인 경제법을 제·개정하고 법치주의를 무너뜨려서는 공정경제 뿐만 아니라 어떤 목표도 정치적인 슬로건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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