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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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화폐제도와 금융제도 - 시작하며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0-12-14 23:01
조회
1298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경기변동

편집 : 전계운 대표
  • 이 글은 전용덕 아카데미 학장의 2007년 저서 <권리, 시장, 정부> 제4장 "화폐제도와 금융제도"에서 발췌했다. 
[1편] 시작하며
[2편] 화폐의 종류, 기능 그리고 기원

[3편] 화폐의 정의
[4편] 대출은행업과 예금은행업
[5편] 부분지급준비자유은행업의 문제점과 폐해

[6편] 중앙은행업의 기능과 폐해
[7편/完] 화폐와 금융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

편집자주: 경제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미제스 연구소는 2021년부터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대표 저서 중 하나인 2015년작 <경기변동이론과 응용>을 홈페이지에 연재하고자 한다. <권리, 시장, 정부>에서 발췌한 이 글은 본격적인 연재에 앞서 독자들에게 경기변동이론의 개론을 소개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스트리아학파의 여러 경제이론 중 경기변동이론은 시장경제의 호황과 불황의 원인을 매우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불황 치유의 정책적 진단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사람들은 대체로 1930년대 초반의 대공황과 2000년대 후반의 금융위기를 자본주의 체제의 내적 모순 때문에 발생했다고 여기며, 2020년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위기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경제에 적극 간섭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오스트리아학파에 따르면 이러한 진단과 처방은 잘못된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발생하는 모든 중대한 문제의 근원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있기 때문이다.


1.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의 개혁1

(1) 글을 시작하면서

화폐와 신용수단 팽창의 중심에 중앙은행 제도와 지폐본위제가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항상 정부가 있다. 자발적인 저축을 초과하는 신용수단의 확대는 파멸의 씨앗을 내재하고 있다. 하이에크 등에 의해 상당수 연구자들은 그것이 경기변동과 공황을 가져온다고 오래 전에 지적했다. 현재의 ‘발권시장’(currency market)이 자유시장이 아니고 정부의 통제된 시장이라는 사실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자유의 억압과 위기의 반복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발권시장을 포함한 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를 자유시장이 되도록 개혁하는 일이 21세기에 인류가 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한국은 새천년이 시작되는 21세기를 경제위기로 시작했다. 이러한 위기가 축복이 될 것인지 닥쳐올 더 큰 재앙의 예고가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각종 공적자금의 급격한 증가와 정부재정의 적자는 화폐와 금융 위기의 더 이상의 재발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현 세대는 많은 적자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게 되었다. 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의 총체적인 개혁만이 물가안정을 통한 생산과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고, 그 방법만이 아마도 정부의 부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다. 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에 있어서 정부가 문제의 궁극적 원인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깨닫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하여 정말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차분히 생각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화폐 헌법의 제정은 우리 모두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2) 화폐 헌법의 제정을 제안하며

정보와 통신의 발달은 경제의 세계화를 촉진하고, 세계화의 정도와 정비례하여 화폐와 금융의 중요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 점은 이미 20세기말에 한국을 포함한 지구촌의 몇 나라가 연쇄적으로 경제위기에 휩싸임으로써 잘 증명되었다. 20세기에 사회주의가 작동되지 않는 이념인 것이 증명됨으로써, 인류의 지속적인 평화와 번영을 위한 21세기의 과제는 무엇보다도 먼저 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를 자유시장경제에 맞게 개혁하는 일인 것처럼 보인다.

현재 전 세계의 모든 나라는 정부가 강제적으로 통용시킨 명령화폐란 뜻의 ‘영화’(fiat money) 또는 ‘지폐’(paper money)를 사용하고 있다. 즉, 지폐는 시장에서 사람들이 발견적 과정을 거쳐 찾아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이에크는 발견적 절차를 거친 자생적 질서만이 인류를 평화와 번영으로 인도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의 메시지를 오늘날의 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에 적용해보면 지폐는 당연히 인류에게 평화와 번영을 안겨주기 어렵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이러한 유추의 타당성은 지폐를 사용하고 난 이후의 전 세계의 화폐와 금융의 역사가 잘 말해주고 있다. 현재의 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를 낙관적으로 평가하더라도 제도가 지닌 결함 때문에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화폐의 발행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중앙은행 또는 정부에 의해 독점되어 있다. 경기의 변동이 대부분 화폐 공급의 증가에 의한 것이라면 화폐와 금융에 있어서 중앙은행과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정확히 규명하는 일이 긴요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잘못된 믿음을 그들 나라의 국민에게 계속 주입하기 때문에 그것의 정확한 이해는 매우 어렵다.2 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와 관련한 중앙은행이나 정부 경제부처의 주장도 예외일 수는 없다. 중앙은행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국민과 전문가의 인식이 별로 개선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른 한편, 아래에서 보겠지만 경기의 변동은 민간 부문의 금융 제도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그러나 이 점은 대부분 간과되고 있거나 그러한 문제점을 거꾸로 칭찬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민간 금융기관, 중앙은행,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경제적, 법적, 또는 윤리적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제스(Mises)와 하이에크는 화폐와 금융과 관련한 많은 글들에서 우리가 어떤 정책과 목표를 추구하느냐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화폐와 금융 제도 전체의 틀, 즉 ‘화폐 헌법’(monetary constitution)의 내용이다. 즉, 화폐와 금융에 관한 규칙과 제도가 정책과 그것을 실천하려는 의도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독립과 같은 과제도 화폐 헌법적 개혁이라는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이 글은 화폐 제도와 금융 제도의 개혁을 위하여 화폐 헌법에 담아야 할 내용을 논의한 것이다.

발권시장에도 자유시장과 정부나 외부의 통제를 받는 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서 발권시장이라 함은 화폐의 제조와 유통 시장을 말한다. 이 글의 주된 내용을 좁게 해석하면 발권시장에서 자유시장과 정부의 통제를 받는 시장을 비교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발권시장도 자유시장이 아니면 재화시장처럼 많은 왜곡과 폐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3

이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제3절에서는 화폐의 종류, 기원, 그리고 특징을 설명한다. 또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발견된 화폐인 금본위제와 정부에 의해 강제된 지폐본위제를 비교하고, 지폐본위제의 문제점과 폐해를 지적한다. 제4절에서는 대출은행업(loan banking)과 예금은행업(deposit banking)의 기능을 설명하고 그 기능을 분리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제5절에서는 부분지급준비자유은행업(fractional reserve free banking(이하 FRFB로 표기))의 각종 문제점을 설명하고, 두 연구자 그룹간의 FRFB에 관한 논쟁과 쟁점을 요약한다. 4 제6절에서는 독점장치로서의 중앙은행업(central banking)을 설명하고 폐해를 지적한다. 제7절에서는 화폐와 금융에 있어서의 정부의 역할을 비판한다. 제8절에서는 화폐 헌법의 제정과 그 곳에 포함해야 할 내용을 앞에서 검토한 것을 토대로 제시한다. 마지막 절에서는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태그 : #중앙은행 #주류경제학비판 #호황과_불황 #간섭주의 #화폐와_은행

 
  1. 이 글은 자유기업원 홈페이지(2001.12.11)에 발표했던 것을 수정한 것이다.
  2. 휠즈만(Hülsmann)은 정부 자체가 경기변동이라는 오류(error)의 구조적 또는 제도적 원인임을 주장하였다. Hülsmann, Jörg Guido, “Toward a General Theory of Error Cycles,” Quarterly Journal of Austrian Economics, vol. 1, no. 4, 1998, pp. 1-23 참고.
  3. 재화시장에 대한 자유시장과 통제된 시장의 구분에 대하여는 전용덕 저, <산업조직론> 제1장 참고.
  4. FRFB는 부분지급준비은행업(fractional reserve banking) 또는 자유은행업(free banking)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아래에서는 혼용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