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칼럼 및 번역자료 투고 요령 안내

[2편] 사회주의 계산 논쟁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다: 슈퍼컴퓨터는 사회주의를 가능하게 만들지 않는다

해외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1-01-20 19:29
조회
1171

Hans-Hermann Hoppe
한스-헤르만 호페는 살아있는 오스트리아학파 학자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호페는 멩거, 뵘-바베르크, 미제스, 그리고 라스바드로 이어지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과 오스트로-자유주의(Austro-libertarianism)의 가장 뛰어난 대표자로서, 칸트(Immanuel Kant)와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의 합리주의 철학에 기초하여 미제스와 라스바드의 인간행동학 이론체계를 대폭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칼 멩거(Carl Menger)에 의해 창시된 오스트리아학파가 미제스의 인간행동학을 통해 완전한 선험적-연역적 이론체계로 탈바꿈했다면,—적어도 지금까지는—최종적으로 호페가 미제스의 방법론을 경제학을 넘어 형이상학과 윤리학에도 적용함으로써, 인식론, 윤리학, 그리고 경제학을 아우르는, 일종의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으로서의 오스트리아학파의 정체성이 완전히 확립되었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 : #경제계산과_지식의문제

원문 : Socialism: A Property or Knowledge Problem? (게재일 : 1996년)
번역 : 김경훈 연구원

  • 이 논문에 대한 한스-헤르만 호페의 요약: "저는 하이에크가 소위 계산 논쟁에 기여했다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사회주의 계산 논쟁에서 미제스는 올바른 견해를 펼쳤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하이에크는 사회주의의 근본적인 문제를 잘못 이해했습니다. 하이에크는 사람들이 알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곧 사회주의의 결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종류의 지식을 한 사람 혼자서 습득할 수 없기 때문에, 관료가 운영하는 사회주의 경제는 실패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하이에크의 견해와 달리, 저는 사회주의의 진정한 근본적인 문제를, 그 체제가 사유재산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음을 증명하고자 하였습니다. 사회주의에서 정보의 문제, 특히 가격에 대한 정보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그런 정보를 제공할 특정 유형의 사유재산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출처)
[1편] 하이에크의 주장은 틀렸다
[3편/完] 하이에크는 근본부터 틀렸다

하이에크의 종합은 다음과 같은 명제들의 결합으로 구성된다: "근본적으로, 관련된 사실에 대한 지식이 여러 사람에게 분산되어 있는 체제하에서, 가격은 서로 다른 사람들의 분리된 행동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가격체제는 정보를 제공하는 메커니즘으로 사용될 수 있다."1 이 명제의 둘째 부분은 희미하게나마 미제시언이라고 생각되지만, 어떻게 첫째 부분과 논리적으로 관련이 있는지는 전혀 분명하지 않다. 하이에크는 "가격""정보""지식"과 연결시키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시도를 통해 이 결합을 이루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연결은 엄밀한 논증이 아니라 의미론적 속임수에 불과하다.

한편으로, 가격이 정보를 전달한다는 주장은 전혀 해롭지 않다. 가격은 과거의 교환비율을 알려준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중심적 문제가 지식의 결핍이라고 결론짓는 것은 불합리한 추론이다. 이러한 추론은 가격이 정말로 정보인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가격은 지식을 전달하지만, 그저 다양한 재화들의 교환비율일 뿐이다. 가격은 사유재산 제도를 기반으로 한 개인들의 자발적인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 사유재산 제도가 없다면, 가격에 의해 전달되는 정보는 그저 존재하지 않는다. 지식이 가격을 통해 전달되는 필수조건(가능조건, die Bedingung der Moglichkeit)은 사유재산이다. 그리하여, 유일하게 옳은 결론은 사유재산의 결핍이 사회주의의 문제라는 미제스의 주장이다. 사회주의의 문제가 지식의 결핍에 있다는 하이에크의 주장은 원인과 결과, 또는 전제와 결론을 혼동하는 것이다.

미제스와 달리, "가격""지식"에 대한 하이에크의 식별은 기만적인 모호함을 수반한다. 하이에크는 제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제도적 지식-정보(예컨대, 가격에 대한 지식은 사유재산을 필요로 함)와 원초적인(raw) 혹은 제도 외적인 지식, 예컨대, "이것은 오크 나무이고, 나는 땅콩을 좋아하고, 새는 날 수 있다" 같은 유형의 지식 사이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다. 여기에 더해, 하이에크는 그가 사회주의와 중앙계획의 "실행적 불가능성"에 책임이 있다고 믿는 유형의 지식과, 가격에 대한 지식이 사실은 전혀 다른 유형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이에크에 따르면, 중앙계획이 불가능한 이유는 인간 지식의 일부가 본질적으로 개인적인 정보로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에 있다:

현실에서 모든 개인은 유익하게 사용될 수 있는 고유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모든 개인에 비해 어느정도 유리하다. 그러나, 그러한 정보의 사용은, 그 정보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결정이 개인에게 맡겨지거나, 또는 개인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행해질 수 있다.2

그러한 지식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며, 독특한 개인적 지식이 (정보의 손실 없이) 중앙집중화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가격에 대한 지식이 이 독특한 개인적 정보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확실히, 가격은 "특정한 시기와 장소에서 지불되는 가격"이지만, 그러하다고 해서 가격이 하이에크가 말하는 개인적 정보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격이 전달하는 정보는 공공 정보이다. 왜냐하면 가격, 즉 객관적인 교환비율은 실제 사건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에서 모든 사람의 물리적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처럼,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지불되는 모든 가격을 파악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의 경우 그러한 정보의 파악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컴퓨터 기술로는 아마 쉽다고도 말할 수 있다.

어쨌든, 나는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결코 완전히 알수는 없고, 당신도 그러하다. 그러나 우리 둘 다 동시에 같은 가격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 가정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가격이 전달하는 지식은 정말로 중앙집중화될 수 있다. 가격 정보가 공공 정보이기 때문에 중앙집중화될 수 있다. 그러나, 하이에크의 논제는 사회주의의 문제가 정말로 중앙집중이 불가능한 사적인 지식을 중앙집중화하려는 무능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하이에크에게는 가격의 결핍이 사회주의의 역경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러한 주장을 대신하여, 우리는 사유재산과 가격의 결핍이 사회주의의 문제라는 미제스의 논제를 고집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사회주의 계산 논쟁에 대한 하이에크의 기여는 거짓이고, 혼란스럽고, 전혀 무관한 것으로 여겨지며 추방되어야 한다.




태그 : #오스트리아학파개요 #가격 #가치와_교환 #사유재산 #사회주의 #생산이론 #자유시장 #다른경제학파 #마르크스주의비판 #미제스 #하이에크 #호페

  1. Ibid., pp. 85-86.
  2. Ibid., p.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