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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2021년 5월호] 이건희의 유산

국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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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5-01 15:31
조회
1399

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사회현안

미제스 와이어 2021년 정기칼럼 목차 <펼치기>

상속세 폐지

삼성 일가가 국세청에 신고한 상속세 과세표준은 총 26조 1000억 원이고 그에 따라 12조 원 이상의 상속세를 낼 예정이라고 한다. 참고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유산은 약 70억 달러(7조 7천억 원)이고 상속세는 약 28억달러(3조 원)로 추산된다. 잡스 유족에 비해 삼성 일가의 유산은 약 3.3배이지만 상속세는 4배나 많은 것이다. 이 점은 한국의 상속세가 얼마나 무거운가를 잘 보여준다.

상속세는 세 가지 결함이 있는 세금이다. 첫째, 상속세는 이미 세금을 납부한 재산에 대해 국가가 세금을 추가로 징수하는 세금이다. 이중 과세의 금지가 과세의 기본원리라는 점에서 상속세는 문제가 큰 세금인 것이다. 많은 외국에서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제 과세의 기본원리에 충실할 때가 된 것이다.

둘째, 소득이 많은 사람은 이미 높은 세율의 세금을 부담하고 난 뒤에 다시 상속세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상속세는 부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되어야 그 사회도 물질적으로 풍요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부자를 우대하지는 못하더라도 징벌해서는 사회 전체적으로 물질적으로 풍요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셋째, 가업의 크기나 종류와 상관없이, 그 기업이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경우에는 그런 가업을 후대가 승계하는 것을 장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높은 상속세율은 가업의 승계를 어렵게 하거나 방해하는 것이다.

넷째, 부가 합법적으로 형성되고 난 뒤를 생각해보자. 어떤 부가 세금으로 국가로 귀속되는 것과 민간인의 손에 남아 있도록 하는 것을 생각해보자. 부가 민간인에게 상속되면 그 민간인은 부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게 된다. 그러나 국가가 세금으로 부를 환수하면 그 부는 소비되고 만다. 애초에 국가는 소비하는 기관이지 생산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점이 상속세를 폐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세금(현물 세금 포함)을 극한으로 징수한다고 볼 수 있는 북한에서 부자가 된 민간인은 없고 김정은과 같은 소수 권력자만 부자가 되어있다. 그렇게 된 결과로 북한은 지구상에서 최빈국가가 되어 있는 것이다. 불룸버그 통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상속세율 평균은 15%"라고 지적했다. 과세표준에 비해, 삼성 일가가 스티브 잡스 유족보다 더 많은 상속세를 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고 온당한 일도 아니다.

상속세를 많이 징수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 상속세를 폐지할 때가 되었다. 삼성 일가의 상속세 납부를 계기로 상속세를 폐지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제도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길이다.

이건희 미술관

미술품을 포함한 각종 고가의 수집품에 대해서도 국가가 세금으로 받거나 기증을 받고 그런 수집품을 각 지역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보낸다고 한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수집품 기증자를 기리기 위하여 ‘특별관 설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그런 방법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먼저 특별관 건립과 운영 등에 국민의 세금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코로나와의 전쟁에 어느 때보다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이 때에 세금을 더 징수하는 방법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미래에 세금이 충분하지 못하여(2021년 현재 재정적자는 1000조 원 수준이고 그런 재정적자는 향후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크게 틀리지 않는다) 특별관의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건희 수집품을 여러 장소에 흩어서 전시하는 것은 관람자나 관광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하고 운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건희 미술관’ 또는 ‘이건희 박물관’을 삼성 일가가 건립하고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 때 이건희 미술관 또는 박물관에 납입되는 각종 수집품은 상속세를 면제해 주도록 한다. 게다가, 이건희 수집품을 한 장소에서 전시하는 것은 여러 장소에 흩어서 전시하는 것보다는 관람자나 관광 차원에서도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다. 만약 이건희 미술관 또는 박물관이 건립되고 운영된다면 그 곳은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삼성 일가가 이건희 미술관 또는 박물관을 짓고 운영하도록 하면 향후에 세금이 하나도 들지 않을 것이다.

대영박물관은 세계적으로 1-2위를 다투는 유명한 박물관이다. 그러나 전시품은 다른 나라에서 약탈한 것이 적지 않다. 영국인은 그 박물관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건희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최소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정부가 건립하는 특별관은 어디에 속하는가?

각종 수집품은 수집가 자신이 가장 애착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민간 미술관 또는 민간 박물관이 건립되고 운용될 수 있도록 이건희 수집품에 대해서 상속세를 완전히 면제해주되 미술관 또는 박물관 건립과 운영을 조건부로 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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