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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12월호] 소비자물가지수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설명하는 것이다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1-12-01 18:56
조회
703

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주류경제학비판

미제스 와이어 2021년 정기칼럼 목차 <펼치기>

최근 주택가격이 급상승하자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지수 산정에 넣어야한다는 주장을 한국은행의 일부 금융통화위원이 제기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지수를 작성할 때 주택과 관련해서는 주택임차에 따르는 비용만을 고려한다. 미국 등은 주택임차에 드는 비용 뿐 아니라 자가주거비도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의 주택 관련 비용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이지만 미국은 그 비중이 32%, 영국 26%, 독일 21% 등이다. 최근 주택가격이 2-3배씩 오르는 상황에서는 자가주거비를 물가지수 산정에 포함하면 그 비중은 9%의 2-3배는 되어야 할 것이다. 즉 한국의 현행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방법은 주거비의 비중을 실제보다 너무 낮게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현행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방법은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이 언제나 타이밍을 놓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필자가 보기에는 이번 주택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할 때도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상할 시점을 거의 2-3년이나 놓친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필자는 30년 전에 ‘자유와 시장’(김영용과 공저)이라는 경제에세이집에서 소비자물가지수 산정시의 자가주거비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 책에서 필자는 소비자물가지수 산정에서 제외된 다른 항목들, 예를 들어 자가용 구입과 유지비,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遊學)을 가는 경우에 드는 하숙비나 기숙사비(학비는 제외), 과외비 등을 지적한 바 있다. 이번에 한은 금통위원의 지적은 30년 전에 필자가 지적한 자가주거비를 아직도 소비자물가지수 산정에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 것이다.

30년 전 그 때 필자는 아직도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이하 ‘오학경’)을 몰랐지만 정부 통계작성 기관의 소비자물가지수 작성 방법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그런 문제점을 발견했다. 그 때도 지금처럼 주택가격과 전세금이 단 2-3년만에 2-3배나 상승하여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했다. 그런 이유로 필자는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 작성 방법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런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런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학경 이론은 화폐공급이 증대하면 경기변동과 함께 붐(boom)시기에는 자산들과 재화들의 가격이 상승하고 침체(depression)기에는 그런 것들의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류경제학과 달리 오학경 이론은 자산들과 재화들의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더라도 상승과 하락 시점과 그 정도가 모두 다르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면, 자산들과 재화들의 가격이 물가수준처럼 일률적으로 상승하거나 하락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소비자물가지수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설명하는 도구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을 포함한 정부 기관은 물가지수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물가 상승의 정도를 측정하는 데 그것마저도 기회비용이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통계를 작성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주택이라는 재화는 그 어떤 재화보다 빠르게 그리고 큰 폭으로 상승해왔다. 물론 일부 기간에는 그 가격이 큰 폭으로 내리기도 했지만 그런 때는 예외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리고, 하락하는 경우에도, 1997년과 같은 큰 경제위기가 아니라면, 그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그런 경험은 주택가격이 급속하게 그리고 큰 폭으로 오를 때 물가작성 기법이 한국은행과 정부에게 더 많은 통화공급을 하게 만들고 주택가격 상승에 더 적게 신경을 쓰되 문제가 없게 만들어왔다. 다시 말하면, 한국은행을 포함한 정부 통계작성 기관이 소비자의 어려움을 실제보다는 작게 보게 되고 따라서 정책 타이밍도 언제나 뒷북을 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물가를 낮추려고 금리를 올렸는데 자가주거비가 늘어 오히려 물가가 올라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데 이것은 통화정책과 자가주거비를 물가지수에 포함하는 문제가 상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붐 기간에는 금리를 올리는 일부 구간에도 주택가격이 상승하여 자가주거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만약 통화정책만을 위하여 자가주거비를 물가지수에 포함하지 않는다면 물가상승 정도의 축소와 왜곡 그리고 통화정책 타이밍의 실기(失機)라는 두 가지 폐해를 동시에 맞을 수밖에 없다. 이 번처럼 주택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할 때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다.

주류경제학의 소비자물가지수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설명하는 것으로 부정확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라는 개념은 폐기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개념을 굳이 고집한다면 조금이라도 현실을 잘 반영할 수 있게 작성 방법에 문제가 없는가를 언제나 검토해야 할 것이다.




태그 : #경기변동 #호황과_불황 #중앙은행 #부동산 #간섭주의

썸네일 출처 : 6월 소비자물가 상승, 채소·과일값 폭등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