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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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릿 대처와 인두세: 그녀는 자유주의자가 아니다

해외 칼럼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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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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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ray N. Rothbard
머레이 뉴턴 라스바드는 매우 지적이고 박학다식한 학자였으며, 주로 경제학, 정치철학, 경제사, 그리고 법학에 중대한 공헌을 남겼다. 그는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저술을 바탕으로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을 개발하고 확장하였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라스바드는 오스트리아학파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이론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고, 1929년의 대공황과 미국의 은행사와 같은 역사적 사건에 오스트리아학파의 이론을 응용하기도 했다. 라스바드는 경제를 통제하는 강제적인 정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독점적인 힘이야말로, 대중의 자유와 장기적인 복지에 대한 가장 거대한 위협이라고 생각했으며, 모든 종류의 국가를 가장 부도덕하고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집결된 ‘거대한 도적 패거리’로 정의했다.

주제 : #경제사

원문 : Mrs. Thatcher's Poll Tax (게재일 : 2013년 4월10일)
번역 및 편집 : 전계운 대표


거리에서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와 폭동이 일어나고 경찰들이 시위대를 체포하는 것은 요즘 들어 익숙한 이야기다. 하지만 급작스럽게도 우리는 시위가 동유럽에서 벌어진 공산주의 독재를 향한 것이 아니라, 소위 자유와 자유시장의 모범 케이스로 여겨지는 영국의 대처 정권을 향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대체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동유럽에서 반정부 시위대들은 영웅적인 자유 투사들이지만, 서구에서는 그저 미친 무정부주의자들과 소외된 불량배들만 있는 것일까?

3월 말 런던에서 벌어진 반정부 소요사태[역주: 1990년 3월 31일 영국 시민들은 트라팔가 광장에 모여 반(反)인두세 시위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그저 평화로운 가두행진으로 시작되었으나 총리 관저에도 시위대가 모이자 대처 정권은 경찰을 동원해 무력 진압을 시도했다. 그 결과 시위는 유혈이 낭자하는 폭동으로 이어졌다.]는 반(反)세금 소요사태였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확실히 과세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모두 나쁠 수는 없다. 하지만 시위 운동이 본심으론 부자들로부터 많은 돈을 뜯어내라는 질투가 섞인 요구가 아니였을까? 새로운 대처세(Thatcher tax)를 향한 적대감은 평등주의적 평등화 그 자체를 포기한 것에 대한 시위이지 않을까?

▲분노한 시민들이 경찰을 향해 돌을 투척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처의 새로운 ‘주민세(community charge)’는 대담하고 매력적인 실험이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좌파 노동당의 피난처인 지방정부 의회는 최근 몇 년 동안 대부분 낭비적인 지출을 일삼고 있다. 미국 지방 정부처럼 영국의 기본 지방 수입은 재산의 가치에 비례하여 부과하는 재산세(영국에서는 ‘비율’)로부터 충당된다.

미국에서 보수주의 성향의 경제학자들은 시장에 부과하는(특히 소득에 대한) 비례적인 과세가 이상적이고 ‘중립적’이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처주의자들은 이러한 주장의 오류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수입에 비례한 만큼 상품과 서비스에 지불을 하지 않는다. 다른 모든 사람들은 빵 한 덩이에 1.50달러를 내는데 록펠러가 1000달러를 낼 필요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상품은 하나의 상품, 하나의 가격으로 시장 전체에 통틀어 동일한 가격으로 책정이 되려는 강한 경향이 있다. 실제론 모든 사람들이 소득에 비례해 똑같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이 [소득과 상관없이] 똑같이 세금을 내는 것이 시장에 훨씬 중립적일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의 세금은 동등해야 한다. 게다가 민주주의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1인 1표라는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1인 한 세금의 원칙을 갖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동등한 세금, 동등한 투표 말이다.

사람 머릿수대로 부과되는 세금의 개념을 ‘인두세(Poll tax)’라고 하는데 대처 여사는 ‘주민세(community charge)’라는 완곡한 표현을 써가며 지방세를 폐지하고 성인 1인당 똑같은 인두세로 대체하는 것을 법제화해 지방의회를 굴복시키기로 했다. 적어도 지방 차원에서는 부자들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것이 똑같은 세금으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세금에는 몇 가지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애초에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는데 시장 가격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함으로써 지불되는 반면에, 세금(또는 요금)은 정부의 ‘서비스’의 가치가 지불하는 요금보다 훨씬 적거나 심지어 마이너스더라도 개개인에게 강제적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여전히 시장에 중립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인두세는 한 개인의 존재에 부과되는 요금이다. 그리고 간혹 세금을 내도록 강제하기 위해 큰 비용을 들여 그 개인을 추적해야만 한다. 그 개인의 존재 자체에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정부가 모든 주체, 신체, 영혼을 소유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 치명적인 결함은 강제성의 문제와 관계가 있다. 대처 여사가 인두세로 대체하기 위해 재산세 폐지를 원하는 것은 확실히 영웅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인두세가 주는 중요한 포인트를 놓친 것 같다. 인두세가 정말로 좋은 점은 이를 납부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선 세금을 똑같이 부과하기 전에 현행 수준에서 세금을 극적으로 줄여야만 한다는 점이다.

가령, 현재 갑자기 연방 세금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세금으로 전환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보통 사람이나 특히, 저소득층이 갑자기 자신들이 엄청나게 연간 세금을 더 내고 있는 중임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대략 5,000달러 정도 말이다. 그래서 평등 과세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정부가 과세와 지출 수준을 대폭 낮추도록 강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만약 미국 정부가 연간 10달러의 보편적이고 평등한 세금을 도입하고, 정부 지출을 연간 20억 달러로 제한한다면 우리 모두는 새로운 세금 제도로도 꽤 잘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평등주의자도 부자들에게서 돈을 뜯어내지 못한다고 시위하는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게 될 것이다.

하지만 대처 여사는 지방세를 대폭 낮추는 대신 정부 지출에 한도를 두지 않고, 전처럼 총 지출과 세금 수준을 지방의회에 맡겼다. 노동당뿐만 아니라 보수당 지방의회도 실질적으로 세금 인상을 단행했다. 이 때문에 보통의 영국 시민들은 지방세의 약 3분의 1을 더 낼 수밖에 없었다. 거리에서 폭동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유일한 수수께끼는 폭동이 더 과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요컨대, 인두세의 위대한 점은 이를 막대한 세금 인하를 강요하게 만드는 곤봉으로 쓸 수 있는 점이다.  모두가 동등해진 뒤 세금을 인상하려고 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이는 탈세와 혁명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인두세가 시행 중인 스코틀랜드에서는 체납에 대한 처벌이 없으며 시민의 3분의 1이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납부가 강제인 영국에서는 상황이 더욱 험악하다. 어느 쪽이든 대처 정권의 지지율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대처 정권은 현재 지방 세율에 상한선을 두는 것에 대해 논의 중이지만 상한선은 거의 충분하지 않다. 인두세가 유지된다면 과감한 [정부 지출 및 세금] 삭감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필수적이다.

▲대처와 레이건

안타깝게도 이번 지방세 사건은 대처 정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대처주의는 레이건주의와 너무 비슷하다. 자유시장이라는 수사학을 쓰지만 정작 내용은 국가주의라는 점에서 말이다. 대처 정권기에 일부 분야를 민영화 했지만, GNP에 정부 지출과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졌다. 이제는 통화 인플레이션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정권에 대한 기본적인 불만은 커져 왔고, 결정적으로 지방세 인상은 마지막 뇌관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내가 보기에 ‘자유시장 수호’라는 영예를 정권이 받으려면 최소한의 기준이 정부의 총 지출 삭감, 전반적인 세율과 세입 삭감, 인플레이션적인 화폐 창출의 중단이여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보통의 기준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 영국이나 미국 행정부는 자격을 얻지 못했다.


태그 : #어용보수세력-가짜자유주의 #세금과_지출 #세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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