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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2020년 6월호] 기부와 진보: 본래의 의미를 잃으면

국내 칼럼
자유주의
작성자
작성일
2020-06-01 12:18
조회
790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정치비판

미제스 와이어 2020년 정기칼럼 목차 <펼치기>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지난 5월 7일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전액(60만원)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11일 더불어 민주당 지도부도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겠다”며 기부 의사를 밝히는 서약서를 들고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필자는 이 글에서 ‘기부’라는 개념의 의미를 검토한다.

첫째, 대통령과 같이 자신의 연간 소득 전부(1억 3천 여 만원)가 세금인 경우를 생각해보자. 60만원의 재난지원금도 역시 세금이다. 대통령이 60만원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그만큼 세금을 적게 쓰겠다는 점에서 칭찬받을 일이다(정부가 60만원을 돌려받아 재정적자를 갚는 데 쓴다면 의미가 있지만 그 돈을 지출해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60만원을 기부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받지 않기로 한 60만원의 정확한 의미는 60만원의 ‘약탈’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소득이 영(零) 이상이고 그런 소득이 세금으로만 이루어진다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대통령과 같은 전업 공무원, 모든 소득이 정부의 보조로 이루어져있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는 이 때 이 행위를 규정하는 개념이나 용어가 현재 없다. 그렇지만 그것이 기부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굳이 말해야 한다면 그것은 세금이라는 약탈을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긴급재난지원금의 소요 재원은 12조 2천억 원이지만 3조 4천억 원은 적자 국채를 발행하여 보전한다고 한다. 적자 국채를 발행하는 경우에 국민 모두가 ‘인플레이션에 의한 세금’(inflationary tax)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의 조세와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조세인 것도 변함이 없다.

둘째, 4인 가족의 맞벌이 부부를 생각해보자. 순세금(=총납부 세액-정부 총보조금)을 1200만원(2019년 1인당 세금은 316만원)을 납부했다고 가정하자. 만약 그 가구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받는다고 하면 세금이 이제 1100만원으로 줄어든다. 만약 100만원의 지원금을 받지 않기로 하면 세금은 여전히 1200만원이다. 이 때의 100만원이야말로 기부인 것이다. 그 가구는 100만원을 기부하기 위하여 100만원의 세금을 더 내는 것이다. 100만원을 제외한 순세금이 영(零) 이상인 사람이나 가구는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 이해찬 더불어 민주당 대표와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정당 당직자의 소득은 정부가 보조한 금액과 당원이 납부한 당비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것이 얼마나 비중이 큰가는 그 정당의 수입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에 정부가 보조한 금액은 세금이고 당비는 민간의 순수한 소득이 이전된 것이다. 결국 당직자가 반환하기로 한 금액은 앞에서 말한 첫 번째와 두 번째 경우를 혼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어떤 사람의 소득이 세금과 민간 소득을 합산한 것이라면 그가 반납하기로 한 것은 일부는 기부이고 일부는 약탈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종합하면, 진정한 의미의 ‘기부’와 ‘약탈을 줄이겠다는 것’은 다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세금을 더 납부하여 기부를 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면 과연 그는 기부를 할 것인가? 긴급재난지원금 반납에서 대통령, 여당의 당직자들 등은 기부라는 말로 자신의 행위를 실제보다 미화했다. 어떤 행위를 실제보다 미화하면 그것이 바로 선전·선동이고 그 때 우리는 잘못하면 그만큼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잘못된 개념이 우리의 생명, 재산, 자유 등을 파괴할 공산이 큰 경우를 한 가지만 더 보기로 한다. 최근에 언론계에서 ‘진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진보라는 것은 어떤 정책이나 제도로 그 이전보다 생명을 더 잘 보호하는 것, 재산이 늘어나는 것, 자유가 증진되는 것 중에서 한 개 이상이 일어나는 경우로 정의된다. 국내에 존재하는 어떤 정당도 앞에서 나열한 세 가지 중에 한 가지라도 개선을 했다면 그 정당은 그 점에 관한 한 진보적인 정당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언론계는 좌파를 진보, 우파를 보수라고 규정하여 부르고 있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 좌파는 평등이라는 목적을 위하여 일반적으로 인간들의 생명, 재산, 자유 등을 파괴해왔기 때문에 진보라는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한국 우파도 언제나 인간들의 생명, 재산, 자유 등을 보호하고 개선하는 정책이나 제도를 시행해왔던 것은 아니다. 지금의 한국 좌파는 생래적으로 국가주의자들이고 우파도 그에 못지않게 국가주의자들이다(그 점에서 지금의 야당을 보수라고 규정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진보라는 개념이 그 본래의 의미를 잃었다. 공자는 개념이나 말이 본래의 의미를 잃으면 사람들은 자유를 잃는다고 했다. 공자의 말에 저자가 한 마디 더 붙인다면, 자유를 잃으면 우리는 사실상 모두를 잃게 된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진보라는 개념을 좌파가 차지함으로써 우리는 구조적으로 그런 함정에 빠져있다.

기부와 진보처럼, 본래의 의미를 잃은 개념이나 용어가 지금의 우리 사회에는 적지 않다. 우리 모두가 그런 것을 찾아내어 그 의미를 바로 잡을 때 그만큼 선전·선동이 적고 더 자유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태그 : #한국정치#정치현안 #정부복지  #세금과_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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