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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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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바드의 <인간, 경제, 국가> : 자유의 경제학

해외 칼럼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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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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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3

Henry Hazlitt

Henry Hazlitt (1984 - 1993)

프레데릭 바스티아의 '깨진 유리창의 오류'를 복원한 것으로 유명한 헨리 해즐릿은 20세기의 가장 훌륭한 대중 지식인 중 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해즐릿보다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엄밀한 논리를 쉽게 설명한 저술가는 아무도 없었다. 케인스 경제학에 대한 그의 총체적인 비판은 해즐릿이 대중 언변가인 동시에 뛰어난 학자임을 보여준다. 그는 미제스가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올때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으며, 1970년대에 미제스 연구소가 창립될 때에도 참여하였다.

주제 : #서평

원문 : Man, Economy, and State: The Economics of Freedom (게재일 : 1962년 9월)
번역 : 김경훈 연구원

제1차 세계대전의 불행한 희생양 중 하나는 경제학 '원리(principle)'에 대한 전통적인 '전문서(treatise)'였다. 이러한 책들은 기술적으로 난해하지 않아 지적인 '비전문가(layman)' 역시 읽을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현행 경제학 교과서들과 달리 일관성이 없거나 과도하게 단순화하여 편집하지도 않았다. 전통적인 전문서의 마지막 중 하나는 '프랭크 타우시그(Frank W. Taussig)'가 1911년에 처음 출판한 <경제학 원리(Principles of Economics)>였는데, 이 책의 서문은 전통적인 전문서의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예전에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았던 교육받은 식자층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그런 형태로 경제학 원리들을 서술하고자 노력했다. 이 책은 이 점에서 초심자를 위하여 계획된 것이지만, 어려운 것들을 그럴싸하게 얼버무리지 않고 심각한 추론을 피하지도 않는다. 지속적 주의를 요구하는 추론의 꼬리를 따라가기 원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도 경제현상을 이해할 수 없거나 경제문제를 다루기 위하여 스스로 준비할 수 없다. 나는 내용을 분명히 하는 데 최선을 다했고, 결론들 그 자체뿐만 아니라 내 결론들이 의존하는 기초들도 또한 조심스럽게 서술하고자 최선을 다했지만, 모든 사물을 단순화하려는 헛된 겉치레는 하지 않았다. 

총 1,000 페이지 분량의 두 권으로 구성된 라스바드 박사의 <인간, 경제, 국가(Man, Economy, and State)>는 이와 같은 정신에 입각해 쓰여졌으며,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약 40년이라는 엄청난 공백을 메우고자 하는 목적으로 발표되었다. 라스바드는 우리에게 타우시그, 윅스티드(Philip Wicksteed), 페터(Frank Fetter), 그리고 미제스의 전통 위에 세워진 작업물을 제시하였고, 그 시도는 성공적이다. 그는 ‘효용’, ‘독점’, ‘국제무역’, ‘노동’, ‘농업’, ‘재정’, 그리고 ‘선형계획(linear programming)’ 등 다양한 경제 개념을 단편적인 연구가 아니라 하나의 일관된 구조 속에서 이해하려고 하였다.

라스바드의 설명처럼, 경제학을 '언어논리(verbal logic)'에 기초한 '연역과학(deductive science)'로 이해해야만 '통일된 체계(unified edifice)'가 성립할 수 있다: "경제학이 몇 가지 단순하고 명백한 공리(axiom)에 근거한 연역 논리로부터 출발한다면, 경제학의 다양한 세부 분야들은 궁극적인 엄밀함을 잃지 않으면서 지적인 비전문가에게도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 전체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제스로 대표되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방법이다. 사실, 미제스의 제자인 라스바드는 <인간, 경제, 국가>의 기초를 미제스의 명저 <인간행동(Human Action)>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 "경제학에서 건설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인간행동>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면 거의 불가능하다. … 어떤 의미에서 <인간, 경제, 국가>는 내가 이해한 미제스 경제학 구조의 상세한 의미를 설명하고, 그것 사이의 작은 틈을 채워 넣기 위한 시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미제스가 세운 구조에 라스바드는 어떤 기여를 했는가? 라스바드 본인이 이 서문에서 지적한 바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 경제, 국가>는 경제학의 총체를 몇 가지 단순한 '공리들'로부터 연역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인간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을 쓴다는 것이 '행동 공리(axiom of action)'이다.", "인적 및 천연자원은 다양하다.", 그리고 "여가(leisure)는 소비재의 일종이다." 라스바드는 대인간 관계를 분석하기에 앞서 구닥다리로 여겨지는 '크루소 경제학(Crusoe economics)'으로부터 시작하고, 화폐경제를 설명하기 위해 물물교환을 먼저 논하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라스바드는 소비와 생산을 설명하기위해 프랭크 페터 교수의 눈부시지만 완전히 무시당한 '임대차료(rent)'이론을 부활시켰다. 즉, 임대차료를 '단위 서비스(unit service)'의 고용가격으로 정의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자본화(capitalization)'를 재화의 예상되는 미래 임대차료의 현재 가치를 결정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페터-미제스의 순수 시간선호 이론은 페터의 임대차료 이론과 합성되고, 생산구조에 관한 오스트리안 이론과 합성되며, 생산된 생산요소의 격리된 본원적 생산요소와 합성된다. 생산에 대한 분석에서 하나의 '근본적(radical)' 특징은 현재 유행하는 기업의 '단기(short-run)' 이론과 완전히 관계를 끊은 것이고, 이 이론 대신에 한계가치생산과 자본화를 일반화된 이론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런 일반이론은 오스트리안의 동태적 '일반균형(general equilibrium)' 분석이지 현재 유행하는 '발라주의(walrasian)' 정태적 일반균형 분석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라스바드는 완전히 새로운 독점이론을 제시했다: "독점이란 국가에 의한 특혜의 수여로서만 의미 있게 정의될 수 있고, 독점가격은 그러한 수여로서만 획득될 수 있다. 요컨대 자유시장에서는 독점 또는 독점가격은 존재할 수 없다."

이상이 라스바드 본인이 요약한 <인간, 경제, 국가>의 성취이다. 그러나 나는 그가 자신의 모든 공헌을 완전히 설명했다고 보지 않는다. 예컨대, 나는 (미제스, 페터, 뵘-바베르크의 저술들을 제외하고는) 이자 현상을 설명하는 경우 외에도 모든 경제 활동에 내재된 (그러나 무시당하는) 시간의 보편적 역할을 완전하게 인정하는 어떤 책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라스바드는 모든 생산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요소로서 끊임없이 시간을 강조한다. 시간은 우리의 모든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희소한(scarce)' 수단이다.

다른 중요한 점을 지적해보자면, 라스바드는 정말 빛이 날 정도로 명쾌하다: 1. 그는 왜 물물거래에 비해 화폐경제가 막대한 이점을 가지는지 설명한다. 2. 왜 '국제'무역에 대한 별도의 이론이 불필요한지 설명한다. 3. 왜 국가의 '무역적자'를 따지는게 무의미한지 설명한다. 4. '이자의 순수 시간선호이론(pure time-preference theory of interest)'을 엄밀하게 설명한다. 5. 노동조합의 오류를 무자비하게 폭로한다. 6. 자유시장이 '무정부적(anarchic)' 혹은 '무계획적(planless)'이라는 비판과 달리, 진정으로 경제적 균형과 질서 수립이 가능한 유일한 조직임을 눈부시게 설명한다.

라스바드의 <인간, 경제, 국가>는 미제스의 저술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가? 이 질문은 양자의 비교를 통해서 가장 잘 해결될 수 있다. 한 수학자가 어떤 분야나 특정 문제들을 다룰 때 반드시 다른 수학자의 설명과 다를 필요는 없는 것처럼, 미제스와 라스바드의 주요한 차이점은, 라스바드는 미제스가 보다 철저하게 탐구한 경제학의 인식론적 근본 문제들에 훨씬 적은 분량을 할애하면서, 대립하는 교리의 반박에 미제스보다 더 많은 관심을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에 있다. 예컨대 라스바드는 헨리 조지(Henry George), 베블런(Thorstein Veblen), 마셜(Alfred Marshall), 피셔(Irving Fisher), 슘페터(Joseph Schumpeter), 나이트(Frank Knight) 등의 오래된 작품을 반박한다. 그러나 보다 두드러진 점은 [역주: 책이 출판된 1962년을 기점으로] 지난 25년 동안 발전된 문헌들, 즉 '케인스주의자(Keynesians)', '수리경제학자(mathematical economists)', 로스토(W. W. Rostow), 그리고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를 반박한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인간, 경제, 국가>에서 가장 논란이 될만한 사안일 것이다. 라스바드는 통계적 경제학과 수리경제학을 가차없이 공격한다. 그는 모든 ‘지수(index numbers)’들이 자의적이고, 비과학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수리경제학자들이 다루는 방정식들이 공허하고 기만적이라고 공격한다:

인간행동에는 양적인 상수가 없다. 필연적으로, 모든 인간행동학적-경제학적 법칙들은 양적이 아니라 질적이다.

케인스주의 교리에 대한 라스바드의 폭로는 철저하고, 갤브레이스에 대한 비판은 참혹할 정도이다.

<인간, 경제, 국가>는 정말로 중요한 책이고, 칭찬할 점들이 너무 많으며,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어떤 '정통(orthodox)' 혹은 '비정통(unorthodox)' 교리에 대한 유익한 도전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몇가지 결점을 지적하며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은 배은망덕할 정도이다. 아주 세심한 토대 위에서 세워진 사상 구조를 전개하고, 훌륭하고 통찰력 있는 논의를 진행하는 와중에, 라스바드는 갑자기 추상적이고 파편화된 교조적 논리를 바탕으로 하여 몇가지 기이한 결론을 내놓는다. 예컨대 그는 '저작권(copyrights)'과 '특허권(patents)' 사이의 뚜렷한 차이를 제시한다. 라스바드는 저작권은 영구적으로 부여될 수 있지만 후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암시한다. [역주: 오늘날의 후학들은 저작권에 대한 라스바드의 견해가 틀렸으며, 심지어 저작권마저도 정당하게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정부의 부채가 전혀 중요한 악이 아니며, 심지어 '사회적 효용(social utility)'까지 가지고 있다고 결론짓는다. 정부가 미래에 대출하는 것을 보다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명예훼손과 유언비어는 불법화되어선 안된다고 주장하며, 심지어 '공갈 협박(blackmail)'에 대해서 말하기를, "공갈은 자유자회에서 절대 불법화되어선 안된다. 공갈이란 상대방에 대한 특정 정보를 공표하지 않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다. 이는 신체나 재산에 대한 폭력이나 위협을 전혀 포함하지 않는다."

이러한 일탈은 설명하기 어렵다. 그것들은 마치 다른 사람에 의해 추가된 것 마냥, 책의 중심 논의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고 느껴진다. 대체로 그 문제점들은 경제학이라기 보단 실질적으로 법학 혹은 정치학에 대한 것이다. 내게 가능한 가장 합리적인 설명을 풀어보자면, 라스바드가 자신이 매우 엄격하고 풍요로운 추리를 해낼 수 있는 엄밀한 경제학 분야에서 방황하던 와중에, '극단적 선험주의(extreme apriorism)'라는 인식론적 교리에 현혹되어 인간 경험의 여러 세대들이 구축한 관습법 원리를 자신의 즉각적인 법학으로 대체하려고 한 것 같다.

[역주: 라스바드가 <인간, 경제, 국가>에서 오스트리아학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을때는 분명 해즐릿이나 미제스같은 학자들에게 몇가지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후학들은 라스바드의 견해가 대체로 옳으며, 해즐릿과 미제스가 부분적인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에는 라스바드가 소장학자로서 기이한 견해를 제시했다고 여겨졌지만, 오늘날에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정론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의 반대자들과 라스바드의 파괴적인 반박에 희생당한 사람들이 이 약간의 문제들을 인용하며 <인간, 경제, 국가>의 훌륭한 나머지 부분을 무시하려고 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의 자잘한 실수를 언급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결코 무시되어선 안된다. 사실 <인간, 경제, 국가>는 1949년 출판된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인간 행동(Human Action)> 이후 경제학 원리에 대한 가장 중요한 일반적 전문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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