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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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 세계 최초의 리버테리언, 노자와 장자: 리버테리어니즘의 성취 방법

국내 칼럼
철학
작성자
작성일
2021-01-08 11:26
조회
1198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정치철학과_윤리학

편집 : 전계운 대표
  • 편집자주: 이 글은 2007년에 출간된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저서 <권리,정부,시장>의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세계 최초의 리버테리언, 노자와 장자: 목차 <펼치기>

(7) 리버테리어니즘의 성취 방법1

모든 정치 철학은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라스바드(Rothbard)에 의하면 리버테리어니즘을 성취하는 방법은 크게 나누어 네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시민들이 모두 독재나 불만족스런 체제에 불복종하는 것이다. 이 때 불복종이란 반드시 폭력적일 필요는 없다. 즉, 봉기를 하거나 유혈 폭동을 일으킬 필요는 없고 단순히 자유를 향한 의지를 단호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독재나 불만족스러운 체제가 실시되고 나면 여러 가지 이유로 독재나 불만족스러운 체제에 항거해야겠다는 시민들의 합의가 어렵다는 점에서 이 방법은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

두 번째 방법은 왕, 독재자, 또는 지도 계층을 설득하여 자신이 설정한 정치 철학을 실현하는 것이다. 리버테리언은 왕을 다음과 같이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왕이 자신의 인민에게 자유와 재산권을 허용하면 개인이 번영하여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그러한 번영과 부강은 왕 자신을 이롭게 한다. 그러므로 왕은 인민에게 자유와 재산권을 허용하여야 한다고 왕을 설득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위로부터의 혁명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왕의 자비에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단기적으로 또는 장기적으로 왕이 자신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그의 인민을 쥐어짠다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세 번째 방법은 소수의 지배자나 정치인을 국민의 대표를 통해 감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국민의 대표에 대해서는 국민 자신이 직접 감시인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국민 자신이 감시인이 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소수 지식인이 다수를 교육하고 조직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이 방법은 소수가 다수를 이끌어 원하는 정치 체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 정치 체제의 방향은 당시 소수의 지식인 엘리트가 어떤 사상이나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노자와 장자가 제시한 방법으로 은둔주의(retreatism)가 있다. 노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노자는 도덕경 ‘제3장 불상현’(不尙賢)에서 지혜를 끊어야 한다고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항상 백성들로 하여금 앎이 없고 욕심이 없게 하여, 저 아는 자로 하여금 감히 손댈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무위를 행하기만 하면, 다스려지지 않는 경우가 없다.”라고 하여, 노자는 리버테리어니즘을 성취하기 위하여 혁명을 선전치 않고 앎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자는 ‘제19장 절성기지’(絶聖棄智)에서도 제3장과 유사한 주장을 펼친다. “현성함을 끊고 지혜를 버리면, 백성들의 이익이 백 배나 더하고, 인을 끊고 의를 버리면, 백성들이 효도와 사랑으로 돌아가고, 잔재주를 끊고 이욕을 버리면, 도둑이 없어질 것이다.” ‘제20장 절학무우’(絶學無憂)에서 “학문을 끊어버리면 근심이 없다.”고 하여 노자는 자신이 제시한 이상의 실현에 대하여 은둔주의적이다. 이 방법은 소극적인 의미에서는 방법으로 볼 수는 있지만 적극적인 의미에서는 방법으로 보기가 어렵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가를 보여주지 못한다.

노자가 정부를 공격하고 리버테리어니즘을 선전한 것은 단순한 항거의 표시일 뿐 어떤 직접적인 행동을 할 것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이 방법은 지혜를 끊어 자유로운 세상이 만들어지고 난 후에 여러 가지 이유로 다시 자유롭지 못한 세상으로 바뀌는 경우를 막기가 어려울 것이다. 비록 노자는 ‘제3장 불상현’(不尙賢)에서 지혜를 끊으면 자유롭지 못한 세상으로 바뀌는 경우를 막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사실상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경우에 지혜가 없는 다수의 시민이 리버테리어니즘을 관철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리버테리어니즘을 성취하기 위하여 노자와 장자가 제시한 은둔주의는 소극적이고 부정적이어서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바로 이 점이 노장과 현대의 리버테리어니즘과 다른 점이다. 현대와 같은 시민 사회에서 리버테리어니즘을 성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법은 앞에서 제시한 방법들중에서 세 번째 방법이다. 소수의 지식인이 다수를 이끌어가되 바로 그 소수의 지식인이 리버테리어니즘을 지향할 때 사회의 정치 체제로 리버테리어니즘을 성취할 수 있다. 그 점에서 동서고금을 통해 지식인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태그 : #큰정부 #자유주의일반 #세계사 #인물평가 #철학과_방법론

  1. (원문 159번) 이 부분은 Rothbard Murray N. (1990), “Concepts of the Role of Intellectuals in Social Change Toward Laissez Faire,” The Journal of Libertarian Studies, vol. IX No. 2를 주로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