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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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完] 세계 최초의 리버테리언, 노자와 장자: 정치철학적 관점에서 본 노장과 공맹

국내 칼럼
철학
작성자
작성일
2021-01-08 11:57
조회
1374

전용덕

*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
* 경제학 박사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주제 : #정치철학과_윤리학

편집 : 전계운 대표
  • 편집자주: 이 글은 2007년에 출간된 전용덕 미제스 연구소 아카데미 학장의 저서 <권리,정부,시장>의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세계 최초의 리버테리언, 노자와 장자: 목차 <펼치기>

1) 노장의 도와 공맹의 도

노장과 공맹의 철학은 적어도 정치철학적 측면에서는 양극단에 있다. 노장의 철학이 작은 정부 또는 무정부를 지향한다면, 공맹의 철학은 간섭적이고 큰 정부를 지향한다. 그러므로 노자는 도덕경 ‘1장 도가도’(道可道)에서 공자와 맹자가 말하는 도를 진정한 도가 아니라고 부정한다. “도라고 일러지는 도는 참다운 도가 아니고, 이름으로 불려지는 이름은 변함없는 이름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것을 정치철학적 관점에서 해설하면,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공맹의 ‘군자의 도’니 ‘왕도’니 하는 말에서의 도란 간섭주의적 정치철학으로 노자가 말하는 항구불변의 절대적인 도 즉, 리버테리어니즘이 결코 아니다. 또 그들이 흔히 이름 붙여 말하는 인이니, 의니, 예니, 악이니 하는 등의 이름은 인위적이고 상대적인 도덕 강목에 불과한 것으로 항구불변의 절대적인 이름은 아닌 것이다. 사람들은 사실 이와 같은 이름을 빙자하여 ‘불인(不仁)’과 ‘불의(不義)’를 행하고 있다고 노자는 주장한다.

그러면 노자가 말하는 도란 어떤 것인가. 먼저 노자는 ‘제32장 도상무명’(道常無名)에서 “도의 본체는 이름이 없으니 (생략) 비유컨대 도가 천하에 있음은 마치 내와 골짜기의 물이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감과 같다.”고 하여 진정한 도란 공맹의 도와 달리 이름이 없지만 천하에 내재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하였다. 다시 ‘제25장 유물혼성’(有物混成)에서 부연하여 도를 설명하고 있다.1 결국 도란 아득한 태고시대부터 자연적으로 존재하면서, 우주와 만물을 다스리고 있는 절대적이면서도 현묘 불가사의하고 영원불멸의 허무인 것으로, 정치절학적 관점에서는 리버테리어니즘을 말한다고 하겠다.

2) 공맹의 인의는 큰 도둑만 양성하고 세상을 어지럽게 만든다

장자 ‘10장 거협’(胠篋)에서 장자는 공맹의 ‘인의’야말로 큰 도둑, 즉 나라를 훔치는 도둑만 만들게 된다고 가르친다. 장자는 공맹의 인의로 천하를 다스리면 공맹의 인의를 빙자하여 나라를 훔치는 큰 도둑이 생겨난다고 질타한다. 2 또한 공맹의 간섭주의적 정치는 필연적으로 큰 정부를 초래하고, 그러한 큰 정부에서는 많은 부정과 부패가 일어남을 보여주고 있다. 나라를 구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나라를 도둑질하는 경우는 역사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근세사에서도 한국인은 여러 번 경험한 사실이다. 춘추전국 시대에 많은 군웅들이 겉으로는 ‘존왕양이’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패권을 차지하려고 군대를 모으고 반란을 일으켰던 사실이 좋은 예라고 하겠다.

3) 노장과 공맹의 차이점

정치철학적 관점에서 노장과 공맹의 차이점을 밝혀 보기로 한다.3 첫째, 정부가 법과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하여 노장은 회의적이었고 공맹은 긍정적이었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노장은 정부가 오히려 무질서와 혼란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와 반대로 공맹은 정부가 자비롭고 정의롭다는 생각을 묵시적으로 또는 명시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둘째, 노장 철학에서 개인은 모든 가치의 궁극적 바탕이고 기초인 반면에, 공맹은 사회 전체의 공동의 복지를 중요시 여긴다. 공맹의 철학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개인은 사회 전체의 가치에 매몰된다. 결과적으로 간섭주의, 사회주의, 전체주의 철학이 대두된다.

셋째,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노장은 자생적 질서관을 피력하고, 개인들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평화로운 질서가 생겨난다고 주장한다. 공맹은 인의예악에 의해 인위적으로 질서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질서의 형성에 있어서 노장과 공맹은 완전히 반대쪽에 있다.

넷째, 노장은 공맹에 비하여 인간에 대한 믿음이 더욱 컸다고 여겨진다. 노장과 공맹 모두 성선설(性善說)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동일하다고 하겠지만, 노장이 공맹보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더 깊었다고 하겠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생적 질서관을 제시하지 않았을 것이다.4

다섯째, 이러한 철학 체계를 바탕으로 노장은 초인과 범인, 인간과 동물의 구별이 없는 정말로 평화롭고 풍요로운 세상을 그려 보인 반면, 반대로 공맹은 그들의 관계를 엄격히 구분하였다.

(9) 끝맺는 말

노자와 장자는 세계 최초의 리버테리언이었다. 노장에게서 개인은 유일한 가치이고 자유는 그 자체가 궁극적 목표이다. 그러므로 장자의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하게 하라는(letting people alone)’ 개념은 가장 완벽하고 순수한 형태의 리버테리언니즘적 철학이다. 특히 장자야말로 급진적 무정부주의자라고 하겠다.

아담 스미스 이후로 서양, 특히 영국과 미국은 노자와 장자의 가르침과 거의 일치하는 정치철학을 사회의 얼개로 채택하여 개인의 안녕과 번영을 도모하고 종래에는 그러한 부를 바탕으로 세계 역사의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5 동양은 이미 세계 최초로 노장과 같은 위대한 리버테리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안녕은 보호받지 못했고, 헐벗고 굶주리게 되었으며, 급기야는 서양의 식민지가 되는 뼈아픈 역사를 경험했다.

인간의 행동 원리에 어긋나는 정치체제는 혼란과 위기를 초래하고 궁극적으로는 그 사회를 쇠망하게 만든다. 윤리와 규범이 취약한 개인들이 모인 사회도 또한 붕괴하기 쉽다. 조선왕조는 공맹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하여 통치되었고 그들의 가르침은 아직도 한국 사회 곳곳에 매우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맹의 가르침은 개인의 윤리와 규범으로서는 매우 값진 것이 많지만 정치체제의 근간으로서는 간섭주의나 사회주의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즉, 공맹의 정치철학은 극단적인 경우에는 사회의 멸망을 초래할 것으로 예견되고 실제로도 그러하였다. 노장은 공맹의 바로 그러한 점을 직시하고 비판을 가했다. 리버테리언으로서 노장은 공맹과 정반대되는 정치철학을 제시했다. 노장에 대한 연구는 공맹의 문제점, 특히 공맹의 정치철학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개혁할 수 있는 길을 분석하는 데 있다. 세계 최초의 리버테리언인 노자와 장자는 인류가 지향해야 할 유토피아를 제시하고 있다.




태그 : #큰정부 #자유주의일반 #세계사 #인물평가 #철학과_방법론

  1. (원문 160번) 도덕경 제25장의 내용 ‘(4) 자생적 질서와 인위적 질서’를 참고.
  2. (원문 161번) 장자 ‘제10장 거협’ 본문은 ‘(2) 어떤 정부가 과연 훌륭한 정부인가’에서 ‘5) 장자의 정부관’을 참고.
  3. (원문 162번) 노자와 공자는 거의 동시대인으로 비슷한 체험을 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전혀 다른 철학 체계를 구축했다. 노자와 공자가 다른 정치철학을 갖게 된 이유를 밝히는 것은 매우 가치가 있는 일로 여겨지나 여기에서는 지면 관계상 생략한다.
  4. (원문 163번) 노장과 공맹의 인간관을 비교하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나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5. (원문 164번) 자생적 질서를 쁘르동(Proudhon)이 19세기에, 하이에크가 20세기에 주장한 것과 비교하면, 노자와 장자는 서양의 리버테리어니즘을 신봉하는 철학자나 사상가들보다 엄청나게 앞섰다. 장자는 국가가 큰 도둑이라는 생각을 세계 최초로 주장한 사람으로, 서양에서는 키케로(Cicero), 성오거스틴(St. Augustine), 중세 시대 교회 사상가들보다 매우 앞섰다고 하겠다. 노장을 서양 리버테리언과 비교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나 자세한 내용은 지면관계상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