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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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完] 사회주의 계산 논쟁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다: 하이에크는 근본부터 틀렸다

해외 칼럼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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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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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Hermann Hoppe
한스-헤르만 호페는 살아있는 오스트리아학파 학자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호페는 멩거, 뵘-바베르크, 미제스, 그리고 라스바드로 이어지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과 오스트로-자유주의(Austro-libertarianism)의 가장 뛰어난 대표자로서, 칸트(Immanuel Kant)와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의 합리주의 철학에 기초하여 미제스와 라스바드의 인간행동학 이론체계를 대폭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칼 멩거(Carl Menger)에 의해 창시된 오스트리아학파가 미제스의 인간행동학을 통해 완전한 선험적-연역적 이론체계로 탈바꿈했다면,—적어도 지금까지는—최종적으로 호페가 미제스의 방법론을 경제학을 넘어 형이상학과 윤리학에도 적용함으로써, 인식론, 윤리학, 그리고 경제학을 아우르는, 일종의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으로서의 오스트리아학파의 정체성이 완전히 확립되었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 : #경제계산과_지식의문제

원문 : Socialism: A Property or Knowledge Problem? (게재일 : 1996년)
번역 : 김경훈 연구원

  • 이 논문에 대한 한스-헤르만 호페의 요약: "저는 하이에크가 소위 계산 논쟁에 기여했다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사회주의 계산 논쟁에서 미제스는 올바른 견해를 펼쳤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하이에크는 사회주의의 근본적인 문제를 잘못 이해했습니다. 하이에크는 사람들이 알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곧 사회주의의 결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종류의 지식을 한 사람 혼자서 습득할 수 없기 때문에, 관료가 운영하는 사회주의 경제는 실패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하이에크의 견해와 달리, 저는 사회주의의 진정한 근본적인 문제를, 그 체제가 사유재산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음을 증명하고자 하였습니다. 사회주의에서 정보의 문제, 특히 가격에 대한 정보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그런 정보를 제공할 특정 유형의 사유재산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출처)
[1편] 하이에크의 주장은 틀렸다
[2편] 슈퍼컴퓨터는 사회주의를 가능하게 만들지 않는다

하이에크는 사회주의의 본질을 잘못 인식했다. 하이에크는 경제학 뿐만 아니라 정치철학에도 근본적인 결점을 남겼는데, 이는 그가 "초주관주의(ultra-subjectivism)"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하이에크의 추종자들이 지겹도록 언급하고 인용한 바처럼, 하이에크는 "지난 100년 동안 경제 이론의 모든 중요한 진보는 주관주의의 일관된 적용의 단계적인 발전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고 확신했다.1 아마 이는 사실일 수도 있지만, 주관주의를 향한 모든 발전적인 진보가 경제 이론의 진보로 이어진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그러나 하이에크는 이러한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이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로 전락했다.

미제스가 생각하기를, 그리고 미제스의 영향 하에 머레이 라스바드가 훨씬 더 명확하게 생각하기를, 경제학은 인간행동의 과학이다. 행동에는 두 가지 불가분한 측면이 있다: 주관적인 측면(행동은 합리적이고(rational), 명료함(intelligible)2)과 객관적인 측면(행동은 항상 현실적인 상황 하에서 물리적 요소와 함께 이루어짐)이 그것이다. 따라서, 미제스와 라스바드의 경제학과 정치철학은 튼튼하며, 그들의 범주와 이론은 언제나 현실적이고 실제로 작동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미제스와 라스바드가 사유재산, 사유재산에 기초한 노동의 분업, 생산, 직접교환과 간접교환, 그리고 세금, 화폐위조, 입법, 규제 등 사유재산, 생산, 교환에 대한 강제적 간섭 등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언제나 현실적이고 실제로 작동한다.

뚜렷이 대조적으로, 하이에크는, 그리고 하이에크로부터 각각 다른 방향으로 잘못 나아간 이스라엘 커즈너(Israel Kirzner)와 루트비히 라흐만(Ludwig Lachmann)은, 경제학을 인간지식의 과학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하이에크의 범주와 이론은 순전히 주관적인 현상에만 주목하며, 언제나 이해하기 어렵고, 심지어 환상에 불과한 것이다. 그는 현실적인 상황 하에서 이루어지는 행동을 간과하며, 대신에 앎과 무지, 지식의 분열, 분산, 확산, 그리고 계획과 예측의 기민성, 발견, 학습, 조정과 불일치 등에만 집중한다. 하이에크는 외부(물리적) 세계와 실제적인(물질적인) 사건을 결코 고려하지 않는다. 하이에크의 범주는 정신적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모든 사건 및 사태의 물리적 상태와 완전하게 분리되며, 그에 따라 모든 물리적 조건과 완벽하게 호환가능하다.

가장 주목할만하고 충격적인 하이에크의 초주관주의적 전회는 정치철학에서 발견된다. 미제스와 라스바드가 공유한 오랜 정치철학 전통에 따른다면, 자유(freedom)는 개인적으로 실제 재산을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자유로 정의되며, 강제(coercion)는 타인의 사유재산에 대한 물리적인 피해를 개시하는 것이다. 뚜렷이 대조적으로, 하이에크는 자유를 "개인이 자신의 지식을 목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상태"라고 정의한다.3 그리고 강제는 "타인에 의한 환경 혹은 상황의 통제로서, 개인이 더 큰 악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일관된 계획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목적을 위해 행동하도록 강요받는 것"을 의미한다.4 또는 "강제는 개인의 행동이 타인의 의지를 위해, 즉 자신의 목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목적에 봉사하기 위해 행해질 때 발생한다."5 분명히, 자유와 강제에 대한 하이에크의 정의는 희소한 재화나 실제적인 유형의 재산에 관한 그 어떤 언급도 포함하지 않으며, 어떤 상태의 실존이나 비실존에 대한 물리적인 기준 혹은 지표도 제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에게 있어 강제와 자유는 주관적인 의지, 계획, 생각 또는 기대의 특정한 형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자유와 강제에 대한 하이에크의 정의는 일종의 정신적 술어이며, 모든 실제적이고 물리적인 상황과 양립할 수 있다. 그리하여 하이에크는 강제와 자유를 진정으로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6

[역주: 실례로, 하이에크는 징병제와 세금이 자유주의적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하였다. 징병제와 세금이 얼마만큼 부과될지 미리 알려진다면, 국민들은 자신이 미래에 군대에서 몇 년이나 근무해야 하며, 소득의 몇 퍼센트 정도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미래 인생계획을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0년이나 20년 동안 아무런 보상도 없이 군대에서 복무하고, 소득의 90%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강제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에, 라스바드는 징병제와 세금이 최소한의 수준으로 약하게 부과되는 경우에도 그것은 언제나 노예제이며 강제라고 주장하였다. 단 하루에 불과한 병역 의무나 연간 100원 수준의 세금일지라도 동의받지 않은 것이라면 언제나 사유재산에 대한 물리적 침해이다. 이렇듯 하이에크는 강제와 자유에 대한 명확한 구별을 제시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명백하게 강제로 여겨지는 사례들도 자유롭다고 해석할 여지를 제공한다.]

하이에크의 초주관주의에 대한 상세한 비평과 반박을 제공하는 것은 이 글의 주제를 벗어난다. 그러나, 하이에크가 구상하는 지식의 과학이 가능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 제기, 즉, 논리학, 인식론, 그리고 사상사 이외에 지식의 과학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제외하더라도,7 두 가지 결론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명확하다. 심지어 하이에크의 지식의 과학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은 인간행동학적으로(실행적으로) 무의미하기 때문에 정말 엉뚱한 것이다. 최악의 경우, 그것은 상대주의를 조장하기 때문에 치명적으로 위험하다.

물리적 재산, 생산과 교환, 화폐와 시장, 이윤과 손실, 자본의 축적과 파산에 관하여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행동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을 관장하는 법칙이 존재하며, 행동이 일반균형의 조정을 향한 인간의 경향이고, 항구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은 결코 의심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이와 반대되는 법칙의 존재, 즉, 현실 세계의 세금, 화폐위조, 입법, 그리고 규제가 상기한 균형을 파괴하는 경향을 필연적으로 가진다는 점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말로, 이러한 법칙과 경향을 인식하지 못하고 상대주의적 관점을 채택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을 수반한다. 그러나, 행동과 재산의 현실적이고 유형적인 세계가 아니라, 지식, 사상, 계획과 예측의 영적인 세계로 은근슬쩍 주의를 옮긴다면, 상대주의적 관점은 매력적이고 또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 하이에크가 만들어낸 지식의 세계에는 뚜렷한 규칙과 경향이 없다. 사실, 순수하게 주관적인 현상의 맥락에서 "법칙"과 "균형"이 무엇을 의미할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그저 영원히 변화무쌍한 변화만 외견상 존재할 뿐이다.

그렇다면, 하이에크와 그의 추종자들이 상대주의 구호를 선언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자생적인 진화에만 의존하는 것 외에는 우리의 상황을 개선할 방도가 아무 것도 없으며, 우리의 미래는 완전하게 파악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기에, 열린 대화에 끊임없이 참여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하이에크와 그의 추종자들은 말한다.

우리가 순수하게 주관적인 현상의 영역에만 집중한다면, 그리고 순수하게 정신적인(육체에서 분리된) 존재에 대해서만 주의를 집중한다면, 하이에크의 선언은 아마 좋은 조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물리적인(육체적인) 존재라면, 그런 말은 전혀 들을 필요가 없다. 신체적인 행동과 물리적인 재산이 존재하는 현실 세계에서, 하이에크의 충고는 자기파괴적인 헛소리에 불과하다.




태그 : #오스트리아학파개요 #사유재산 #자유시장 #다른경제학파 #인간행동학 #철학과_방법론 #인식론 #미제스 #하이에크 #호페

  1. (원문 4번 각주) The Counterrevolution of Science (New York: Free Press. 1955). p. 31
  2. 역주: 데카르트의 합리주의 철학에서 "이해가능한 성질"을 의미하는 표현, 데카르트에 따르면 논리적 추론과 제1의 원리와 같은 인간의 사고구조는 환상없이 이성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칸트 역시 선험적 지식이 경험의 내용과는 무관하다며 비슷한 주장을 하였다. 이는 미제스가 합리주의 철학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예시이다.
  3. (원문 5번 각주) Law, Legislation, and Liberty, Vol. 1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73), pp. 55-56.
  4. (원문 6번 각주) Constitution of Liberty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601, pp. 20-21.
  5. (원문 7번 각주) Ibid.,p. 133.
  6. (원문 8번 각주) 특히 Hans-Hermann Hoppe, "Hayek on Government and Social Evolution," Review of Austrian Economics 7, no. 1 (1994): esp. 70f 를 보라.
  7. (원문 9번 각주) 특히 Hans-Hermann Hoppe, Kritik der kausalwissenschaftlichen Sozialforschung (Opladen: Westdeutscher Verlag, 1983) 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