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칼럼 및 번역자료 투고 요령 안내

칼 멩거, 오스트리아학파의 창시자이자 경제학의 혁명가

해외 칼럼
인물
작성자
작성일
2021-06-16 19:58
조회
651

Peter G. Klein, Ph.D. Professor of Entrepreneurship - Expert with Baylor University | ExpertFile

Peter G. Klein
미제스 연구소의 칼 멩거 특별 연구원이자 베일러 대학교의 경영학 교수인 피터 클라인은 가장 많은 연구성과를 산출한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기업가정신과 경영조직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기업의 출현, 기업의 정확한 정의와 내적인 구성, 기업가적 혁신, 정부 규제의 영향, 그리고 경제성장과 기업가정신의 관계 등을 연구한다. 지금까지 5권의 책을 저술하거나 편집했고, 75개 이상의 학술 논문을 출판하였다.

주제 : #인물평가

원문 : Menger the Revolutionary (게재일 : 2007년 2월)
번역 : 김경훈 연구원

  • 이 글은 미제스 연구소가 2007년에 재출판한 멩거의 <경제학의 기본원리>를 위해 클라인 교수가 쓴 서문(foreword)을 발췌한 것입니다.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한 시대에는 오직 극소수의 사람만이 경제학에 본질적인 무언가를 기여할 수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 극소수의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창시자이자 비엔나 대학의 경제학 교수였던 칼 멩거(Carl Menger, 1840-1921)이다. 1871년에 처음 출판되고 2007년에 미제스 연구소가 새로운 판본으로 재판한 그의 <경제학의 기본원리(Principles of Economics)>는 한계주의 분석의 개념을 도입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학파의 가치이론과 가격이론의 핵심을 형성하는 급진적이고 새로운 경제분석 접근법을 제시하였다.

그의 동시대 사람들과 달리, 멩거는 연역적이고, 목적론적이고, 근본적인 의미에서 인본주의적인 접근법을 선호하였다. 멩거는 추상적 추론(abstract reasoning, 구체적인 경험, 대상, 또는 상황과 무관한 복잡하고 상징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추론)을 선호하는 시대의 분위기를 공유하였지만, 그는 현실을 인공화하고 정형화하여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사람들의 실제 행동을 설명하는 것에 더 관심을 두었다.

멩거에게 있어, 경제학은 인간의 목적지향적인 선택, 즉 수단과 목적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는 이러한 선언과 함께 <경제학의 기본원리>를 시작한다. "모든 것은 인과법칙을 따른다." 그리고 "이 위대한 법칙에는 예외가 없다." 제본스(Jevons)와 발라(Walras)는 동시분석(simultaneous determination), 즉 복잡한 체계들은 어떤 변수가 다른 변수의 '원인'으로 간주될 수 없는 연립방정식체계에 따라 모델링될 수 있다는 생각을 옹호하며 인과법칙을 거부했다. 그리고 이들의 견해가 칼 멩거의 추종자[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경제학자가 받아들인 현대 경제학의 표준적 접근법으로 자리잡았다.

멩거는 가격을 구매자와 판매자의 목적지향적이고 자발적인 상호작용의 결과로서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구매자와 판매자 각각은 그들의 목표(오늘날 우리가 한계효용이라고 부르는 것)를 충족시켜주는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의 유용성에 대한 스스로의 주관적인 평가에 따라 행동한다. 따라서 교환은 아담 스미스(Adam Smith)가 제시하였듯 "인간이 태생적으로 가진 교환하고자 하는 성향"(propensity to truck, barter, and exchange)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의 복지를 개선하려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노력한 결과이다. 교환되는 재화의 정확한 양, 즉 가격은 사람들이 이 재화의 한계 단위에 부여하는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딱 한 명씩만 있다면, 서로 예전보다 더 잘 살게 되리라 믿는 교환비율에 합의할 수 있는 경우에만 재화의 교환은 성사된다.

그러나 수 많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가격은 뵘바베르크가 '한계 짝'(marginal pairs)이라고 명명한 구매자와 판매자의 가치평가를 반영하여 형성된다. 정확한 시장구조와 무관하게, 각각의 자발적 교환은 교환으로부터의 이익을 잠깐이나마 청산한다. 가격 형성에 대한 멩거의 대단히 보편적인 설명은 오스트리아학파 미시경제학의 핵심을 여전히 구성하고 있다.

멩거의 분석에는 '인과실재주의적'(causal-realistic)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멩거의 접근법과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의 접근법 사이의 차이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인과관계에 초점을 맞추지 않더라도, 멩거의 분석은 그가 가상의 경제관계를 공식화하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시장에서 일상적으로 지불되는 실제 가격의 해명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실재적(realistic)이다.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가격을 수요와 공급의 결과라고 해명한 점은 정확했지만, 그들에게는 구매자들이 재화와 서비스에 얼마나 지불할 의향을 가지는지 설명할 수 있는 가치평가 이론이 결여되었다.

가치 주관주의를 거부한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수요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간주하고, 상품의 '객관적' 특성, 즉 생산원가가 가격을 결정한다는 가상의 '장기적' 조건에 집중하는 경향을 가졌다. 또한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생산요소를 토지, 노동, 자본 등 광범위한 범주로 분류하는 경향을 가졌고, 이러한 요소들의 개별적이고 잡다한 단위의 가격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멩거는 [사람들이]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지불한 실제 가격이 어떤 객관적이고 '고유한' 특성이 아니라, 개별 구매자와 판매자가 주관적으로 인식한 재화와 서비스의 개별 단위들의 쓸모(uses)를 반영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경제학의 기본원리>는 여러 권의 책으로 구성된 시리즈를 위한 도입부로 쓰여진 책이다. 불행하게도, 후속 책들은 쓰여지지 않았다. 멩거는 기회비용의 개념을 명시적으로 발전시키지 않았고, 생산요소의 가격을 설명하기 위해 그의 분석을 확장하지 않았고, 화폐계산의 이론도 개발하지 않았다. 이러한 발전은 훗날 그의 제자이거나 후계자인 오이겐 폰 뵘바베르크(Eugen von Böhm-Bawerk), 프리드리히 폰 비저(Friedrich von Wieser), 존 베이츠 클라크(J.B. Clark), 필립 윅스티드(Philip Wicksteed), 프랭크 페터(Frank A. Fetter), 허버트 대번포트(Herbert J. Davenport), 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 그리고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A. Hayek)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수 많은 중요한 생각들이 이미 멩거의 분석에 내포되어 있던 것이다.

예컨대, 생산의 시간적 순서에서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더 낮은 재화와 더 높은 재화 사이의 '순서'(orders)에 대한 멩거의 구별은, 오스트리아학파 자본이론의 가장 독특하고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를 형성한다. 실제로, 그는 경제분석 전체에서 시간의 경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주류경제학 이론은 여전히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현대 경제학 이론서는 진부하고 지루하지만, 멩거의 책은 오늘날까지도 정말 놀라울 정도로 읽기 수월하다. 그의 산문은 명쾌하고, 분석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며, 예시는 명확하고 유익하다. <경제학의 기본원리>는 경제학적 추론에 대한 훌륭한 입문서로 남아 있고, 특히 전문가들은 오스트리아학파의 핵심 원칙들을 진술하는 고전으로 받아들인다.

하이에크가 이 책의 서문에서 밝혔듯이, 오스트리아학파의 중요성은 "전적으로 이 단 한 사람, 멩거가 세운 기초 덕분"이다. 그러나, 멩거가 오스트리아학파의 설립자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가격 형성에 대한 그의 인과실재주의 접근법은 현대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에서조차 항상 인정받는 것은 아님을 지적해야 한다.

멩거의 기여에 대한 또 다른 주목할 만한 특징은, 그것이 독일어로 쓰여졌다는 것이다. 당시 독일어권을 지배하던 접근법은 '신선한' 독일 역사학파의 접근법이다. 독일 역사학파는 귀납적이고, 관념적으로 유도하는 역사적 사례연구를 중시하며 이론적 분석을 전적으로 경시했다. 가장 뛰어난 이론 경제학자 중 한 명인 영국 고전학파의 존 스튜어트 밀(J.S. Mill) 등은 독일어권 학자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하이에크가 지적했듯이, "영국에서의 경제이론의 진보는 정체되었을 뿐이다. 독일의 2세대 역사학파 경제학자들은 그 당시에 존재했던 잘 개발된 이론 체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이론적 추측이 실증적으로 해롭지는 않더라도 전혀 쓸모가 없다고 학습받았다." 멩거의 접근법은, 독일 역사학파의 지도자인 구스타프 슈몰러(Gustav Schmoller)에 의해 '오스트리안'(Austrian)이라는 경멸적인 꼬리표가 붙은 채 오만하게도 무시당했지만, 유럽에서의 이론경제학의 부흥을 이끌었고, 이후 미국에서도 같은 역할을 해내었다.

요컨대, 현대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핵심을 이루는 개념들, 인간 행동, 수단과 목적, 주관적 가치, 한계 분석, 방법론적 개인주의, 그리고 생산의 시간적 구조 등과, 오스트리아학파의 가치 및 가격이론은 모두 멩거의 혁신적인 작업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조셉 살레르노(Joseph Salerno)가 썼듯이,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은 언제나 멩거주의 경제학이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Austrian economics always was and will forever remain Mengerian economics.)




태그 : #일대기 #오스트리아학파의_역사 #오스트리아학파개요 #주관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