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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4월호] 청와대와 문명교체

국내 칼럼
정치·외교
작성자
작성일
2022-04-01 18:04
조회
693

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정치현안

2022년 미제스 와이어 목차 <펼치기>

필자는 2022년 1월호2021년 8월호 ‘미제스 와이어’에서 한국 사회의 문명교체에 대해서 논의한 바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위한 구조물로서의 ‘청와대’(본관과 그 부속건물들을 통칭)를 문명교체라는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2021년 8월호 미제스 와이어에서 필자는 2차 문명교체가 1876년 개항으로 시작되었음을 지적했다. 1차 문명교체는 시원문명에서 중국문명으로의 교체였고 2차 문명교체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중국문명을 버리고 서양문명으로 교체하는 것을 말한다.

2차 문명교체는 대략 1876년에 시작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2차 문명교체는 지금까지 150여 년이 흐르고 있다. 한반도에서 2차 문명교체를 시작한 이후에 많은 것이 바뀌었고 지금도 문명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부문도 없지 않다.

대통령이 임무를 수행하는 건축물들과 공간으로서 청와대는 문명교체가 있었는가? 건축양식으로서 청와대는 ‘전형적인 봉건왕조 건축의 짝퉁’이다. 즉 청와대의 건축양식은 중국문명 시대의 것이고 그 중에서도 왕들을 위한 것이다. 바로 그 이유로 청와대 본관을 포함한 대부분의 건물들은 권위주의적이고 위압적이다. 그리고 그런 건물들은 소통에도 매우 비효율적이도록 배치되어 있다. 조선왕조 시대 왕들이 통치를 행했던 건축물인 궁궐이 그렇듯이 말이다. 청와대가 문명교체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중국문명, 특히 봉건왕조에 머물러 있는 한에는 제왕적 대통령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울 것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한국인이 이용하는 모든 건축물(박물관과 같은 일부 공공건물을 제외하면)은 서양문명의 산물 또는 서양식이라고 하겠다. 즉 대부분의 한국인이 이용하는 건축물은 문명교체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청와대만 문명교체가 일어나지 않은 유일한 건물이자 공간인 것이다. 그것은 건축물의 양식과 배치에 있어서 대통령은 보통의 한국인과 완전히 유리(遊離)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런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시민 모두가 편안해지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역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청와대를 설계한 건축가들은 건축물들과 그 배치에 있어서 문명교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음이 분명해 보인다.

청와대의 대안으로 제시된 국방부 청사는 건물 층고가 높아서 위압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국방부 청사의 외형은 권위주의적이지는 않다. 국방부 청사의 위압적인 측면도 우리가 다수의 민간 고층빌딩에 익숙해져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사실 그 점은 미국 백악관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백악관은 권위주의적이지도 않고 위압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인구가 밀집된 서울에서 백악관을 본 떠 대통령 집무실과 공간을 새로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청와대 전체가 이용하는 토지는 백악관의 6배나 된다고 한다. 토지의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청와대는 크게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북악산 등의 등산로 개방은 시민에게 많은 편익을 줄 것이다. 청와대를 시민에게 개방하고 대통령이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면 시민은 엄청난 땅을 돌려받지만 대통령은 이제 이전보다 훨씬 좁아진 곳에서 대통령이라는 직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거래라고 하면 누구에게 유리한가?

민주정(民主政)은 완벽한 정치체제가 아니지만 군주정(君主政)보다 우월한 것임이 분명하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민주주의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민주주의는 서양문명의 핵심 중의 하나이고 대통령은 민주주주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청와대는 한반도에서 중국문명을 상징하는 마지막이자 매우 중요한 구조물이다. 청와대를 문명교체할 때만이 그를 디딤돌로 하여 민주정보다 우수한 정치체제인 '아나코-자본주의'(anarcho-capitalism)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여건 하나를 마련하는 것이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말이다.


태그 : #큰정부 #정치학 #정치비판

썸네일 출처 : 윤석열 인수위원회의 1호 사업은 '청와대 폐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