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칼럼 및 번역자료 투고 요령 안내

세계 리버럴 패권주의의 실패

해외 칼럼
리뷰
작성자
작성일
2022-12-21 01:16
조회
722

David Gordon
대표적인 라스바디안(Rothbardian) 철학자인 데이비드 고든은 미제스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다. UCLA에서 정신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머레이 라스바드의 삶과 사상, 그리고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철학적 기초에 대한 최고의 권위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제스 리뷰(Mises Review)의 편집자로서 매우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논문과 책들을 오스트리아학파의 시각에서 면밀하게 분석해왔으며, 리버테리어니즘을 대표하는 위대한 평론가로 자리매김하였다.

주제 : #전쟁과_외교정책

원문 : The Failure of Global Liberal Hegemony (게재일 : 2019년 8월 5일)
번역 : 한창헌 연구원

  • 본 글은 스티븐 월트의『미국 외교의 대전략: 자유주의 패권의 연장인가, 역외균형으로의 복귀인가』를 비판적 리뷰한 글입니다.
  • 해당 번역본을 그대로 인용하지 않았고 일부 용어는 편집하였습니다.
  • 여기에서 리버럴은 정부 간섭주의자들을 의미합니다. 본디 리버럴이라는 용어는 말 그대로 '자유주의'를 뜻하는 것이였으나, 정부 간섭주의자들이 해당 용어를 남용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오늘날 리버럴은 '자유'와 '재산권'을 존중하는 자유주의가 아닌 정부의 간섭을 옹호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변질되었습니다. 

스티븐 월트(Stephen Walt)는 자진해서 어려운 입장에 발을 들였다. 그는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국제관계학 교수로 재직 중이고, 대표작인 『동맹의 기원』(The Origins of Alliances)을 비롯해 수많은 논문의 저자로서 그가 말하는 외교안보 분야 기득권층(foreign policy establishment)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나 자신도 경력의 대부분을 이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활동했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틀림없이 이런 세계에서 나는 별종 같은 존재였다고도 인정한다. (번역본 p.26) 

이러한 표현은 무척이나 절제된 표현이다. 커뮤니티 내에서의 월트의 위치가 그의 어려운 입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외교안보 분야의 인사이더로서 흠잡을 데가 없는 경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의 저서미국 외교의 대전략(원제는『선의가 낳은 지옥』(The Hell of Good Intentions). 여기서는 국내 번역본의 제목을 따른다)은 그의 기득권층 동료들을 혹독하게 비판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아주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오늘날 외교정책 엘리트들은 관련 지식을 지닌 대중에 의해 제약을 받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책임을 져야 할 필요성에 압박을 받는 전문가 집단이라고 하기보다는, 종종 대안이 될 만한 시각을 경멸하면서 자신들이 주장했던 정책의 결과에 대해서는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기능부전에 빠진 특권 계(caste)이다. 벤 로즈(Ben Rhodes) 국가안보부보좌관이 이 커뮤니티를 블롭’(The Blob, 작은 방울 덩어리라는 의미로 한 줌의 무리라는 경멸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이라고 폄하했던 사실 자체는 부적절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꼬리표에는 중요한 진실이 담겨 있다. (p.135-136) 

월트에 따르면 블롭의 견해가 미국에 재앙을 불러들였다. 소련의 붕괴와 냉전의 종식 이후 미국은 세계제일의 위치에 올라섰다. 냉전이 끝났을 때 미국은 로마제국 이래 유래가 없을 정도로 전 세계적인 우위를 누리는 지위에 있었다. 미국의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앞서 있었다.또한 미국은 전 세계에 군대를 파견한 유일한 국가였다.더욱이 미국은 여타 주요국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러시아와의 관계도 단극체제가 시작했을 때만 해도 놀랍도록 화기애애했다. 러시아가 시장경제로 체제를 전환하면서 서방의 도움을 원하고 있었고 안보협력을 구축하기를 열망했기 때문이다.”(p. 52-53) 

이렇게 유리한 입장을 고려해 보았을 때 미국이 취해야 할 합리적인 행동방침은 명백했다. 전세계에 걸친 개입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 미국이 직면한 위협이 아무것도 없는데, 왜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개입은 계속해서 유지되고 더 확대되었다. 월트는 이런 조치가 미국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상당 부분 이념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미국 지도자들은 침략이나 공격으로부터 미국의 본토를 보호하려고 우위를 추구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오히려 이들은 해외에서 자유주의 질서를 증진하기 위해 이런 우위를 추구했다.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는 조지 W. 부시보다 더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군사력을 사용했지만 탈냉전기에 집권했던 세 명의 대통령 모두 미국의 군사력을 야심찬 글로벌 구상을 증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했다. 가령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에도 미군은 7개국에 2만6천 발의 폭탄을 투하했다.” (p. 99-100) 

리버럴 패권(liberal hegemony)을 쫓는 이들의 추구는 잘못된 이론에 기반하고 있으며 나쁜 결과로 이어졌다. 리버럴 패권의 지지자들은 리버럴 세계 질서(liberal world order)가 자명하게 바람직하며, 감히 저항하는 국가들에게도 질서를 강제할 힘이 미국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다른 국가들이 주저한다면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미국이 이들을 강제로 순응하게 할 수단이 있다고 믿었다. 경제제재를 부과할 수도 있고,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의 국내외 반대세력에 원조를 제공할 수도 있으며, 비밀공작을 통해 경쟁국을 약화시킬 수도 있고, 군사력을 동원해서 굴복시킬 수도 있다. 만약 필요하다면 미국은 적은 비용으로 또는 별다른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도 적대적인 정권을 공격해 축출할 수도 있다. 폭군이 일단 제거되면 미국과 다른 리버럴 성향적 국제 공동체가 개입해서 해방을 도와줄 것이며, 고마워하는 현지 주민들이 정통성이 있는 새로운 민주주의 정권을 수립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리버럴적이고 친미적인 질서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p.94-95)

이렇게 야망 넘치는 프로그램은 결함 있는 토대에 기초하고 있다. 월트는 이러한 토대 중 하나인 ‘민주평화론’(democratic peace theory)에 대해 특히나 훌륭하게 비판한다. 그는 이 수상쩍은 교리를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서로 거의 전쟁하지 않는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왜 그렇게 되었는지 만족스러운 설명이 아직 없다. … [또한] 새롭게 민주주의 국가가 된 경우 국내외 갈등에 휘말리는 경향이 특히 심하다는 사실을 역사는 경고하고 있다. … 또한 민주평화론은 리버럴 국가들이 권위주의 정권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단지 이들을 타도하는 게 항구적 평화로 가는 길이라는 점 외에는 별다른 설명을 제시하지 않는다. … [민주평화론은] 리버럴 국가와 비리버럴 국가 간의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p. 107)

리버럴 패권 정책은 많은 부분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국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관한 기초적인 진실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 진실은 월트와 그의 동료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가 이끄는 구조적 현실주의’(structural realist) 국제관계학파의 주요 목표이자 항상 강조하는 바였다. 세력 불균형이 발생하면 국가들이 불안해하는데, 특히 가장 강력한 나라가 다른 나라들의 이익을 거의 신경 쓰지 않고 힘을 사용할 때 더욱 그렇다. 예를 들자면 소위 불량 국가들이 미국의 힘을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당연히 예상 가능했다. 미국이 민주주의 확산을 대전략의 핵심 목표로 삼았고 수많은 이런 불량 국가들을 정조준했기 때문이다.미국의 지배적 지위는 또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 중 일부 국가마저 불안하게 만들었는데 그중에는 민주주의 국가도 있었다.이들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미국이 프랑스 같은 우방국들에 해를 주려고 힘을 사용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방대한 능력으로 말미암아 우연히 우방국들이 쉽게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침공이 결국 ISIS의 출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한 추종자 모집과 잔혹한 행위로 수많은 유럽 국가에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부추겼으며 2015년에 유럽을 집어삼켰던 난민 위기에도 일조했다.” (p.109-110) 

리버럴 패권 프로그램이 명백히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실수에 책임을 지는 경우가 드물다. 월트는 이런 옹호자들 가운데 한 그룹인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을 향해 정당한 비판을 가한다.미국 외교정책과 관련해서 두 번째 기회실패해도 승진하기’(falling upward) 분야에서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이 가장 뛰어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강경파 평론가, 언론인, 싱크탱크 분석가, 정부 관계자들의 막강한 네트워크는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의 힘이 세계 문제에서 긍정적 요소가 된다는 포괄적인 비전을 개발해서 제시하고 이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라크 침공과 사담 후세인 축출이라는 아이디어를 구상했고 홍보했으며, 이런 대담한 행동을 통해 미국이 중동의 많은 지역을 친미 성향의 민주주의의 바다로 바꿔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이들이 제시했던 장밋빛 비전 중에 제대로 실현된 게 하나도 없었다. 만약 이런 전략을 주장한 사람들이 책임을 진다는 외교정책 커뮤니티 내부의 지침이 있었더라면 이들은 영향력이 위축되었을 것이다. (p. 246-247) 그들은 실제로 여전히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월트가 언급한 신보수주의 인사 중 한 명으로 엘리엇 에이브럼스(Elliot Abrams)는 최근 베네수엘라 특사로 임명 받았다.  

월트는 설득력 있게 리버럴 패권을 비판했다. 하지만 대안으로 무엇을 제안하는가? 그는 구조적 현실주의에 충실하게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을 제안한다. 이 정책 아래서 미국은 리버럴 패권을 전세계로 확장하려는 헛된 시도를 폐기할 것이다. 대신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달렸다고 여겨지는 일부 지역에 선택적으로 집중할 것이다. 역외균형에 따르면 미군을 보내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정도로 전세계에서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관한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은 일부에 불과하다. 첫 번째로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은 서반구 그 자체다. 이 지역에서 미국의 지배적 위치는 어떤 이웃 국가도 미국 본토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할 수 없도록 만든다.하지만 고립주의자와 달리 역외균형론자는 멀리 떨어진 세 지역인 유럽, 동북아시아, 페르시아만 지역이 미국에 중요하다고 믿는다.” (p. 328) 

미국의 목적은 이 지역에서 새로운 지역 패권국’(local hegemon) 출현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만약 어떤 국가가 지역 패권국으로 떠오르는 것처럼 보인다면 미국은 이 지역의 국가들에게 지원하여 떠오르는 강대국에 맞서 균형을 이뤄야 한다. 미국은 최대한 역외에 남아 있어야 하며, 이 지역의 국가들이 균형을 이루는 데 실패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군사를 개입해야 할 것이다. 

월트의 전략이 리버럴 패권 정책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미국이 누리는 우위를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은 옳다. 하지만 도대체 왜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이익인가? 월트는 미국 외교의 대전략』 전체에 걸쳐 탁월하게 비판한 세계주의적(globalist) 가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대신에 우리는 론 폴(Ron Paul)이 강력하게 옹호하는 반간섭주의(non-interventionist)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 오직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것만이 국가의 사활적 이익이다. 월트는 패권 정책을 비판하는 자신의 논리를 일관적으로 밀어붙여 반간섭주의적 결론에 도달하는 데 실패했다. 러한 점을 보면, 왜 그가 외교안보 분야 기득권층의 완전한 대적자가 아니라 별종으로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는 무척 안타깝지만, 이 책은 평화와 번영을 국가의 목표로 삼는 사람에게 매우 큰 가치를 담고 있다.   


태그 : #경찰국가 #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