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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은행이 아니라 완전히 정치적인 기관이다

해외 칼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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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2-0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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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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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an McMaken
라이언 맥메이큰은 미제스 연구소의 편집장이다.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콜로라도 주정부에서 10년 동안 주택 담당 경제학자로 근무하였다.

주제 : #화폐와_은행

원문 : The Fed Is a Purely Political Institution, and It's Definitely Not a Bank. (게재일: 2023년 1월 16일)
번역 : 전계운 대표

월가의 역사를 잘 아는 사람들은 폴 볼커의 전임자인 윌리엄 밀러가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연준을 인디언 보호 구역, 야생동물 보호구역, 혹은 위스키 브랜드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농담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당연하지만 연준은 위에서 나열한 것 중 어떤 것도 아니다. 그런데 연준이 실제 은행이 아닌 또 다른 한 가지가 있다. 연준은 은행처럼 유사한 일을 하는 정부 기관일 뿐이다.

왜 많은 사람들이 연준을 은행이라고 생각하는지 쉽게 알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처럼 12개의 지역은행이름에 ‘은행’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준은 은행처럼 들리는 게 하는 많은 호칭들을 갖고 있다. 연준은 때론 “최종 대부자”로 혹은 “은행가의 은행”라고 불린다. 더욱이 많은 사람들은 연준을 “중앙은행”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 표현들은 충분히 유용하겠지만, 사실과는 다르다.

심지어 연준의 비판론자들조차도 연준이 ‘민간 은행’이라는 신화를 반복하며 그것이 마치 연준의 주된 문제인 것처럼 말한다. 그리고 [주류]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정치 시스템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유능한 경제학자들이 해석한 경제이론에 따라 주로 경제정책 결정을 내린다는 거짓말을 퍼트리는 것을 좋아한다.

실질적으로 현실에서 연준은 정부 기술관료들이 운영하고 있는 정부 기관이며, 의회의 감독을 거의 받지 않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연준은 환경보호청보다  “민간 기관”이 아닐 뿐이고, 재무부보다  “은행 기관”이 아닐 뿐이다.

연준은 완전히 정치적인 기관이다.

연준 설립 초기에 의회와 연준은 연준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경제적으로 지불 능력을 갖췄으며, 시장 세력의 영향을 받는 민간 조직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약간의 노력을 기울었다.

예를 들어 연준은 적어도 서류상으론 매우 분권화된 조직처럼 만들어졌다. 오늘날까지도 연준에는 민간‘회원’은행인 ‘주주’가 있다. 초창기에는 연준의 지역 은행들이 상당히 독립적으로 운영되었다. 게다가 민간‘회원’은행 주주들은 연준이 적자를 기록할 경우 손실을 입어야 했다.(법적으로도 여전히 그리되어 있다.) 금본위제 시절에는 연준이 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연준의‘지폐(종이 증서)’는 은행의 금 보유량과 실제로 연동되어 있어야만 했다. 연준 은행들은 환어음 할인과 국채에 대한 이자 부과를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이렇게 비교적으로 단순한 조직은 은행이 지급 능력을 유지하고 금융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준비금을 대출해줬다.

연준이 은행에 실제 자본을 보유하도록 보장한다는 아이디어는 국내에 금본위제가 있었을 때나 어느 정도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대공황으로 인해 모든 것이 크게 바뀌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금본위제를 폐지하자 연준은 보유한 금을 미국 재무부에 넘겨야 했다. (오늘날까지도 연준은 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 후 금융 문제에 대한 규제 국가의 역할이 크게 확대되었고, 연준은 이 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오늘날 연준은 어떤 종류의 ‘은행’이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규제 기관에 가깝다.

연준은 정부 부채를 화폐화한다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연준이 정부 부채를 세탁하는 수단이라는 사실이 완전히 드러나게 되었다. 연방 정부가 전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신규 채권을 발행했을 때 연방 정부가 부채를 갚을 수 있는 이자율로 국채에 대한 시장 수요를 소진시켰다. 그래서 연준 이사회가 나서서 대량의 채권을 매입하여 이자율을 낮추었다. 헨리 모젠타우 연준 의장은 “연방 부채의 이자율을 낮은 수준으로 ‘고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페깅을 위해서는 연준이 많은 국채를 매입해야 했다. 물론 그때까지 연준은 의미 있는 금과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연준은 단순히 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돈을 찍어내어 부채를 ‘화폐화’한 것뿐이었다. 여기엔 경제이론이나 상식적인 ‘은행 논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연준은 정치인들을 위한 전쟁 자금 조달이라는 시키는 일을 하는 조직이었을 뿐이다. 게다가 1971년 금 창구가 폐쇄된 이후 달러가 더 이상 금에 묶여 있지 않았기 때문에 연준은 거의 마음대로 돈을 찍어낼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전쟁 이후 수십년 동안 조금씩 정상화되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 모든 것은 시장 기반의 건전성에서 훨씬 더 크게 멀어지게 되었다. 금융위기 이후 연준 이사회는 정치적으로 연결된 은행의 자산 가치를 지지하고 연방 정부의 적자 지출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부 부채와 모기지 증권을 밥 먹듯이 매입했다. 예를 들어 2020년과 2021년 연방 정치인들이 코로나 락다운 기간 동안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수조 달러를 지급하고자 했을 때, 연준 이사회는 연방 정부가 금리를 올리지 않고도 수조 달러의 신규 부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연준은 이를 위해 3조 달러 이상의 국채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와 유사한 방식으로 새로운 부채를 조달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연준은 미국 정권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연준은 파산할 수 없다

연준의 이러한 행적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실제 대차대조표, 실질 자산, 실질 부채를 가진 일종의 민간 조직이라는 허상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연준은 또한 실제 은행이 운용하고 있는 회계 기준을 전혀 준수하지 않고 있다. 폴 쿠피에크와 알렉스 폴락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회계 원칙(GAAP)의 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타 금융 기관과는 달리 연준이사회가 연준의 수입 및 대차대조표 현황을 보고하는데 사용하는 회계 기준을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작년에 이러한 현실이 중요해진 이유는 100년 만에 처음으로 연준이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쿠피치와 폴락은 “연준이 은행이나 여타 규제를 받고 있는 금융 기관이었다면 이미 경제적으로 심각한 파산 상태이기 때문에 진작에 문을 닫았을 것”이라면서 “2011년에 연준 이사회가 채택한 회계 정책의 ‘혁신’은 이사회가 법을 무시하고 연준이 아무런 문제 없는 것처럼 계속 운영하려는 의도를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금본위제 폐지 이후 연준은 마음대로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혁신’은 2011년에 연준이 파산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도록 회계 처리 방식을 의도적으로 바꿨다고 로버트 머피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자세한 것은 로버트 머피의 <Ac-cent-tchu-ate the Positive: The New Accounting at the Fed>을 읽어보길 바란다]

연준이 본질적으로 지불 능력이 있었던 2011년에는 분식회계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2022년에 실제 회계는 연준이 파산했음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의 저축 및 대출과 매우 유사한 문제를 현재 연준이 안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나 그 원인 무엇이 되었든 간에 현재 연준의 파산은 연준이 시장에서 신중한 자체 관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실제 은행이나 민간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연준이 파산 상태에서도 돈을 찍어내어 일반 사람들이 보유한 달러 가치를 부풀려서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이다. 연준에 자금을 지원하는 세금이 연준의 이익을 위해 달러 가치를 떨어뜨려 저축자와 근로자의 부를 빼앗는 ‘인플레이션’ 세금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연준은 세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또 다른 정부 기관일 뿐이다. 혹은 쿠피치와 폴락이 지적했던 것처럼 연준은 ‘연준의 손실을 화폐화하여 인플레이션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준의 지폐, 달러로 표시된 현금 잔액과 고정 금리자산을 보유한 모든 사람들에게 손실을 이전’할 수 있다.

연준은 민간 기관이 아니고 재정적으로 건전하지도 않으며 은행도 아니다. 우리를 속이고 있는 또 다른 정부의 기술주의(technocracy)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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