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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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앙화와 중립화: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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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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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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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Hermann Hoppe
한스-헤르만 호페는 살아있는 오스트리아학파 학자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호페는 멩거, 뵘-바베르크, 미제스, 그리고 라스바드로 이어지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과 오스트로-자유주의(Austro-libertarianism)의 가장 뛰어난 대표자로서, 칸트(Immanuel Kant)와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의 합리주의 철학에 기초하여 미제스와 라스바드의 인간행동학 이론체계를 대폭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멩거(Carl Menger)에 의해 창시된 오스트리아학파가 미제스의 인간행동학을 통해 완전한 선험적-연역적 이론체계로 탈바꿈했다면,—적어도 지금까지는—최종적으로 호페가 미제스의 방법론을 경제학을 넘어 형이상학과 윤리학에도 적용함으로써, 인식론, 윤리학, 그리고 경제학을 아우르는, 일종의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으로서의 오스트리아학파의 정체성이 완전히 확립되었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 : #탈중앙화와_분리독립

원문 : Decentralized and Neutral (2022년 4월 27일 게재)
번역 :  전계운

국가는 헌법에 무슨 내용이 담겼든 상관없이 경제적인 활동을 하는 기업이 아니다. 후자[경제적 기업, 자유기업]와는 달리 국가는 자발적으로 돈을 내는 고객들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여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아닌, 폭력과 위협을 사용(문자 그대로 허공에서 만들어내는 지폐를 통해)하여 강제적으로 재원을 조달한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정부, 즉 국가 권력의 소유자를 정주형 강도라고 불러왔다. 정부와 정부로부터 급여를 받는 모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훔친 약탈품으로 먹고 산다. 이들은 강제적으로 ‘숙주’가 된 국민을 희생시키면서 기생적인 삶을 영위한다.

여기에서 더 많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정주형 도적들은 당연히 작은 약탈품보다 더 큰 약탈품을 선호한다. 즉, 국가는 항상 세수를 늘리려 하고 더 많은 지폐를 발행함으로써 지출을 늘리려고 노력할 것이다. 약탈품의 규모가 클수록 국가 그 자신과 자신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 정부 지지자들에게 더 많은 선물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정주형 도적들은 자신의 기생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숙주’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어 숙주가 일을 멈추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론 도적들은 자신들의 숙주—특히 가장 생산적인 사람들이 자신들의 지배(영토)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정착할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여러 가지 역사적 경향과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우선, [국가가] 영토 확장과 정치적으로 중앙집권화 경향을 갖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이 두 가지 방법을 통해 국가는 점점 더 많은 ‘숙주’들을 통제하에 두는 데 성공하게 되고 외국 영토로 이주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이 방법은 더 많은 약탈품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 과정의 종착점에서는 세계 국가의 수립이 모든 인류에게 결코 축복이 될 수 없는 이유도 분명해진다. 왜냐하면 세계 국가에서는 이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민을 통해 국가의 약탈을 피할 가능성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 국가가 수립됨에 따라 국가 착취의 범위와 정도, 즉 국가 수입과 지출 수준, 통화 인플레이션, 소위 공공재와 ‘공공 서비스’에 고용된 사람의 수와 양은 이전에 알려진 수준 이상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는 세계 국가의 상층부들에게 재원을 내야만 하는 ‘숙주 인구’에게는 결코 축복이 아니다.

둘째, ‘서구’가 세계 최고의 경제, 과학, 문화의 지역으로 부상한 주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중국과는 달리 유럽은 중세 초기부터 최근까지 수백 수천 개의 독립 국가가 존재하였고 고도의 정치적 분권화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일부 역사가들은 이런 상황을 ‘질서정연한 정치적 무정부 상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경제사학자들 사이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러한 준(準) 무정부상태를 소위 유럽의 기적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독립된 소규모 영토가 서로 인접한 환경에서는 국민이 직접 투표를 하고 이민을 통해 국가 통치자의 강탈을 피하는 것이 비교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통치자들은 이러한 위험을 피하고 지역 생산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끊임없이 착취를 조절해야 한다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절제는 경제적 기업가 정신, 과학적 호기심 그리고 문화적 창의성을 촉진한다.

마지막으로 위의 고찰들을 비추어볼 때 유럽연합(EU)에 대한 근거가 있는 역사적인 분류와 평가가 가능하다.

EU는 앞서 언급했던 영토 확장과 정치적 중앙집권화 경향의 대표적인 예시이며, 그 결과로 착취적인 국가 정책들의 증가와 이에 맞물린 기생적 국가 상층부(키워드: 브뤼셀)의 성장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은 유럽 초국가(superstate) 수립을 위한 첫걸음이며, 이는 결국 미국과 그 중앙은행인 연준이 지배하는 하나의 세계 정부로 통합되어야만 한다. 화려한 정치적 공표와는 달리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은 결코 자유로운 국제 무역과 경쟁에 관한 것이 아니다. 자유로운 국제 무역과 경쟁을 위해 수천,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조례와 규제로 가득 찬 종이가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이러한 방식으로 모든 경제적 경쟁이 일어나는 곳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서 모든 회원국의 세금, 법률 및 규제 조항을 항상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였다. 왜냐하면 세율과 정부 규제들이 모든 곳에서 동일하거나 점점 일률화 되고 있다면 생산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활동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야 할 경제적 이유가 점점 줄어들고 정주형 도적들은 더욱 방해받지 않고 약탈품을 빼앗고 분배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다양한 정부로 구성되어있는 카르텔인 현재의 유럽연합은 생산성이 높은 ‘숙주 인구’를 활용할 수 있는 부유한 도적단, 특히 독일 정부가 생산성이 낮은 ‘숙주’를 가진 남부와 동부 지역의 빈곤층을 영구적이고 대규모로 지원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한 유지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그 지역의 생산성 있는 사람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졌다!

요컨대,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은 도덕적 경제적 괴물이다. 생산성과 경제적 성공에는 지속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동안 재앙을 일으키지 않고서 기생, 낭비, 경제적 실패에 보상을 줄 수 없다. 유럽연합은 한 번의 경제 위기에서 그 다음 위기로 무너져 결국 해체될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강력해지고 있는 현재의 정치적 중앙집권화 과정에 대한 가능성 있는 명확한 대안을 얻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유럽의 기적’에 대한 기억은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다. 유럽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급진적인 분권화가 필요하다.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 대신 자유무역과 국제 금본위제로 이어져 있고 매력적인 입지 조건으로 생산적인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수천 개의 리히텐슈타인과 스위스 칸톤으로 구성된 유럽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상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현가능하게 만들려면 국가와 정치인이 더 이상 자신들이 자칭하는 ‘국민의 일꾼’이 아니라 면피 그대로 즉, 정주형 도적, 깡패, 사기꾼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최근까지 이러한 통찰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을 이용한 정권은 외출, 접촉, 집회를 자의적이고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어 금지하고 백신강제접종을 포함한 검사, 접종증명서, 백신 접종 규정을 끊임없이 바꾸면서 많은 정치인을 중무장한 파렴치한 폭력 범죄자로 간주하게 만들었다.

PS: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은 위의 분석에 대한 검토나 수정이 필요한가?

그 정반대다.

우선 전쟁을 일으키는 건 러시아, 우크라이나, 독일 또는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독일 및 미국을 지배하고 전쟁 비용을 민간인들에게 전가할 수 있는 도적 갱단들이다.

그리고 작은 국가나 작은 깡패 조직은 작은 적을 상대로 소규모 전쟁만 벌인다. 반면에 초창기에 성공적으로 소규모 전쟁을 치러 등장한 대국은 일반적으로 더 호전적이며 소규모 전쟁뿐만 아니라 대규모 전쟁도 여러 적들과 벌인다. 그리고 모든 국가 중 가장 크고 강력한 국가인 미국과 NATO에 모인 속국들은 전쟁과 팽창에 가장 열성적이다. 이것만으로도 작은 국가와 분권화가 필요한 이유를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작은 국가가 더 큰 국가의 팽창주의적인 정책 추진과 위협에 직면했을 때 기본적으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항복하거나 아니면 독립을 유지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독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전쟁을 피하거나 전쟁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중립이라는 단 하나의 가능성 있는 방법이 있다. [작은 국가가] 강대국의 내정에 간섭하거나 위협하지 않고 도발하지 않는 것이다. 강대국이라 할지라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다른 나라를 침공할 수 없다. 침공을 위해선 항상 전쟁의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자국민들에게 정당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가가 작을수록 이런 행동을 위협이나 도발로 보기가 더 어렵다. (누가 리히텐슈타인의 위협을 느끼겠는가?)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경우처럼 동시에 라이벌임을 자처하는 두 강대국을 직면했을 때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것은 다른 한쪽에 대한 추가적인 위협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때 더욱 중립을 유지하는 것에 전념해야만 한다.

현재의 전쟁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 규칙을 여러 차례 위반한 결과다. 2014년 미국이 사주한 쿠데타로 집권한 우크라이나 현 정부가 스위스처럼 나토와 유럽연합의 가입을 명시적으로 거부하고, 당시 분리 독립을 선언한 동부 러시아권 2개의 주(돈바스, 루한스크)를 괴롭히거나 테러를 가하는 대신 내버려 두었다면 러시아에 대한 잠재적인 위협이 줄어들었을 것이고 현재의 재앙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과 무모함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 집권 세력은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줄기차게 나토 가입을 요구했다. 이는(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미국의 군사력이 적국으로 선포되어온 대러시아 국경으로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행동이 러시아 측에게 엄청난 도발과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될 것이라는 점엔 아무도 의심치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실제 행동에 러시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없었지만, 이러한 행동이 러시아가 어떤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은 예측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역사에서 종종 그래왔던 것처럼 이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일련의 사건들이 있다. 현재 서방 국가들에 퍼져있는 완전히 편향적인 반러시아 히스테리와 선동은 사실상 틀린 것뿐만 아니라 현재 연극 속 서방 국가들이 자신의 역할에서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소련 붕괴 이후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해온 짓보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과 나토의 속국이 전쟁 사상자와 전쟁 피해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잊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태그 : #전쟁과_외교정책

썸네일 출처 : https://www.nbcnews.com/news/world/west-prepares-putins-moves-ukraine-war-enters-new-phase-rcna26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