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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4월호]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과 경기변동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3-04-01 01:36
조회
768

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화폐와_은행

2023년 미제스 와이어 목차 <펼치기>

금리를 낮추어 통화공급을 증가시키면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 경기변동, 소득재분배, 경제계산의 문제, 국제수지 적자 등의 폐해를 초래한다. 그러나 앞에서 나열한 각종 폐해를 짧고 간결하게 서술하는 일은 쉽지 않다. 4월호 미제스 와이어에서 필자는 언론이 최근 일어나고 있는 가격 상승과 경기변동을 어떻게 잘못 설명하고 있는가를 지적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실리콘벨리은행(SVB)의 파산을 은행 자체의 잘못으로 돌리는 경우를 자주 본다. 미국, 스위스 등에서 최근 몇 개의 다른 은행도 잇달아 파산했는데 그 때마다 언론은 그 은행의 잘못을 탓하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설명은 나무는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것이다. 통화공급이 늘어나면 경기변동이 발생하고 경기변동은 다수의 은행을 포함한 기업과 개인을 파산으로 몰아간다. SVB가 투자에 실패한 것은 맞지만 그 이전에 통화공급이 증가하여 경제가 붐과 버스트, 그 이후에 침체로 빠지면서 SVB가 아니라도 다수의 은행, 기업 등이 파산하거나 파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 마디로, 은행 파산이 줄을 잇는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공급 증대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통화공급 증대로 인하여 경제가 붐과 버스트를 지나 침체로 빠지지 않을 수 없는 데 그런 전 과정을 경기변동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오래 지속되며, 그런 과정의 끝에서 우리는 출발점보다 예외를 제외하면 가난하게 된다. 경기변동으로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자본이 소비(capital consumption)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자본소비란 경기변동이 시작되기 전까지 축적한 자본이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경기변동에서 부동산, 주식(블록체인에 의한 코인 포함) 등과 같은 자산 가격은 폭등과 폭락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경우에 저축은행의 PF가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부동산에 과오투자(malinvestment)가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증대시킬 수 있는 것은 불환지폐의 발행권을 중앙은행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번 은행 파산의 책임이 중앙은행 제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작금의 여러 은행의 파산은 일차적으로는 은행 자신의 책임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중앙은행 제도와 불환지폐 제도 자체에서 연유한다. 이 번 경제위기의 인과관계가 이런데도 불구하고 중앙은행 제도와 불환지폐 제도를 문제 삼는 전문가를 포함한 언론을 볼 수 없다.

미국에서는 다수 중소은행들이 뱅크런 위험에 빠지면서 예금보험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예금보험 한도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예금보험은 강제이기 때문에 ‘세금’의 일종으로 보아야 한다. 예금보험의 궁극적 문제점은 건전한 은행이 건전하지 못한 은행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즉 예금보험은 위험을 추구하는(risk-taking) 은행에게 보조금을 주고 건전한 은행 또는 위험을 회피하는 은행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도덕적 해이 문제'(moral hazard problem)라고 부른다. 본질상 위험을 추구해서는 안 되는 은행이 예금보험을 믿고 위험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예금보험의 다른 문제점은 예금보험을 믿고 예금자가 자신이 예금을 맡겨둔 은행들을 감시·감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 기회에 예금보험의 폐지를 제안한다.

다른 한편, 각국 정부는 은행의 위기가 경제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파산의 위기에 직면한 은행들을 지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지원은 경기변동을 지연시키고 어렵게 한다. 경기변동이 발생하면 최선의 해결책은 정부가 위기에 빠진 은행, 기업, 개인 등을 구제하지 않고 시장에서 정상적인 청산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이다. 그런 청산과정이야말로 소비자의 선호가 반영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0%를 상회하고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6-7%를 넘나들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 그런 높은 물가 상승률의 가장 중요한 원인을 브렉시트라고 주장하는 것을 자주 본다. 그러나 브렉시트로 해외직접투자가 줄어들고 영국 밖에서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영국으로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틀린 것이다.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은 언제나 통화공급 증대의 결과이고 브렉시트, 노동자의 부족 등은 일부 재화의 가격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줄 뿐이기 때문이다. 즉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은 언제나 ‘화폐’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설명을 최근 한국의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을 설명하는 사례에서 볼 수 있다. 그들은 최근의 높은 물가상승률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의 상승과 코로나 확산 때 정부가 민간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재정지출을 늘릴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그런 설명은 틀린 것이다.

모든 재화의 가격이 빠르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원인을 브렉시트라고 주장하면 앞에서 필자가 통화공급의 증대가 모든 재화의 가격상승의 원인이라는 설명은 틀린 것으로 되고 그 때문에 화폐 현상의 재발에 대한 분석과 방지를 어렵게 하지 않을 수 없다. 원인에 대한 진단이 잘못되면 다음에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류경제학인 신고전학파종합은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 경기변동 등에 대한 이론이 없다. 시중의 경제학자들은 모두가 주류경제학을 배우고, 익혔으며, 신봉하기 때문에 가격 상승과 경기변동에 대한 이론이라는 나침반이 없이 항해를 하고 있는 것과 같다. 이것이 미국의 대공황 이후 경제위기가 전 세계에서 지속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태그 : #주류경제학비판 #다른경제학파 #경기변동 #중앙은행

썸네일 출처 :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3031600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