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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5월호] 중추가 고장났다면?

국내 칼럼
정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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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5-0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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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정치비판

2023년 미제스 와이어 목차 <펼치기>

2023년 5월의 대한민국은 정치와 경제, 모두가 한계 상황에 다다른 것처럼 보인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는 모두 망했거나 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합계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최근 0.8명 이하로 떨어진 사실이 그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사람들이 그동안 축적한 부(소득을 포함)는 적지 않기 때문에, 미중 패권 전쟁이나 북한이 전쟁을 도발하지 않는다면, 몇십 년은 그럭저럭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을 필자는 직관한다. 그 기간에 우리는 정치와 경제가 망한 원인을 자세히 분석하고 대책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차후의 과제로 하고 필자는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아주 간략히 스케치해본다.

먼저 정치와 경제는 어느 사회에서나 중추(backbone)이기 때문에 중추가 망했다거나 망하고 있다는 것은 중추를 새로 세우거나 다른 것으로 갈아 끼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정치와 경제의 아주 작은 일부를 개혁·개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또한 뜻한다. 이 점을 철저히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적으로는, 대한민국은 개항 후 150여 년 동안 중국문명을 서양문명으로 교체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그 150여 년 동안 우리가 한 문명교체는 실패했음을 작금의 한국 정치와 경제가 잘 보여준다. 문명교체라는 관점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지난 150여 년 동안 서양문명, 특히 선진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정치와 경제의 중추는 어떻게 되어 왔는가? 이 질문은 앞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을 역사적 관점에서 조명한 것이다.

경제에서 중추는 ‘자유시장경제’(free market economy)이다. 자유시장경제를 다른 말로는 ‘자본주의’라고 한다.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은 자본주의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세 가지란 사유재산(private property)의 보호, 계약의 자유, 건전한 화폐(sound money) 등이다.

지금의 한국 경제는 자본주의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간섭주의와 사회주의가 지배적이다. 예를 들어, 전기요금은 정부가 고정한다. 다른 많은 재화도 가격이 정부에 의해 고정되어 있다. 즉 가스, 수도, 금리, 의료보험과 그와 관련한 각종 의료수가 또는 의료비용 등, 쌀, 대학 등록금, 각종 교통 요금, 각종 보험, 최저임금, 노조에 의한 임금 결정, 유무형의 무역장벽 등, 수많은 재화가 간섭주의이다.

정부는 사회주의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정부가 커진다는 것은 사회주의 영역이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록금 등 무료, 각종 복지 지출, 출산보조금을 포함한 각종 보조금, 화폐제도와 금융제도 등이 사회주의이다. 재정적자가 커지는 것은 사회주의가 그만큼 비대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를 잘 돌아가게 하려면 정치가 간섭주의 그리고/또는 사회주의를 줄이거나 혁파하는 개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정치계는 국가주의자들로 가득하다. 국가주의자들은 자본주의보다는 간섭주의를, 간섭주의보다 사회주의를 선호한다. 그런 국가주의자들은 이제 누가 더 많은 간섭주의 또는 사회주의를 도입할 것인가를 놓고 경쟁하고 다툰다. 국민들도 대략 두 집단의 국가주의자들로 나누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집단의 국가주의자들이 다투는 상황은 이제 전쟁을 방불케 한다.

자본주의의 조건이라는 관점에서, 자본주의를 한 국가의 경제체제로 받아들인 국가 중에서 오늘날에는 지구상의 어떤 국가도 진정한 의미에서 자본주의 국가는 없다. 그런 세 개의 조건이 잘 충족되지 않는 경제체제를 유지한다면 언제든지 경제위기를 포함한 각종 사회·정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은 문명의 멸망일 것이다.

2008년 미국에서 촉발된 경제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자본주의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그런 경제위기는 화폐제도와 금융제도의 사회주의화에서 비롯되었다. 다른 많은 간섭주의와 사회주의와 함께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자본주의 주장이나 대안이 제시되고 채택되면서 장기적으로 경제는 더 나빠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치는 경제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지금의 경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다룬다면 경제 중추를 어떻게 세우거나 갈아 끼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제 중추는 고장이 난 상태이고 그런 경제 중추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를 다루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과제이다. 우리 모두가 이제 경제의 아주 작은 일부를 개혁·개선하는 일은 그만두고 경제라는 중추를 어떻게 세우거나 갈아 끼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정치 중추는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정의 근본적인 한계는 무엇인가? 견제와 균형의 원칙은 잘 작동하고 있는가? 현재의 민주정에 대한 심각한 검토와 바로 세우기가 필요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민주정을 갈아 끼운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리버테리어니즘은 훌륭한 대안일 뿐만 아니라 유일한 대안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경제 중추보다 정치 중추를 해결하는 일이 훨씬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대다수 한국 사람은 한국이 민주화에 성공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태그 : #경제적자유 #간섭주의 #큰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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