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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층간 소음과 외부불경제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3-06-09 17:46
조회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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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사회현안

편집: 전계운

편집자 주: 이 글은 전용덕 교수의 저서 『권리, 시장, 정부』에서 발췌한 글이다. 비록 이 글은 2003년도에 쓰여진 글이지만 층간 소음 문제에 대한 리버테리언적인 해법은 여전히 유효하다.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까지 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도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는데, 이 글은 그 점에서 소음문제에 진일보한 것이다.

지난 11월 15일 건설교통부는 아파트 층간 소음을 규제하는 안을 입법예고 했다.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는 ‘외부불경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예이다. 소음 문제를 이용하여 외부불경제 현상도 이해하고, 건설교통부가 예고한 소음기준에 대한 내용을 분석하며, 바람직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을 논의하고자 한다.

(1) 외부불경제와 입법예고안

외부불경제란 행위자가 어떤 행위를 했을 때 그로 인한 이득은 자신이 챙기고 비용은 지불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외부불경제의 대표적인 예로 공해를 꼽는다. 자동차 사용의 편리함은 자신이 즐기면서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운전자가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불경제 현상이라고 한다. 아파트의 경우는 아파트의 소유자가 소음을 막을 수 있는 충분한 두께의 바닥과 벽을 시공하지 않음으로써 소음이 발생한다. 아파트 입주자는 아파트 시공비용을 절약하고 그로 인한 소음 발생이라는 비용을 자신이 지불하지 않는 것이다. 층간 소음 발생이 외부불경제 현상이 되는 것이다.

아파트가 주택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그 보급은 엄청나다. 현재 전국 아파트 가구 수는 약 580만이다. 가구당 4인 가족을 적용하면 2000만 명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인구의 약 절반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아파트 층간 소음에 관한 기준은 “각 층간의 바닥충격음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구조로 하여야 한다.”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 3항뿐이다. 다만 제14조에는 바닥이나 벽의 두께를 규정함으로써 소음을 간접적으로 억제하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이러한 규정이 충격음을 충분히 차단할 수 없기 때문에 소음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상에서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고통을 경험해 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다만 소음과 같은 사소한(?) 문제로 이웃간에 다툼이 생기는 것을 싫어하여 이 문제가 심각하게 다루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공동주택의 층간 소음에 대하여 입법예고안은 공동주택의 층간 바닥충격음을 경량충격음은 58데시벨(dB) 이하로, 중량충격음은 50dB 이하로 낮추거나 또는 건설교통부장관이 이를 충족하도록 정한 표준바닥구조로 시공하도록 했다. 이를 충족하려면 아파트 바닥이 현재보다 20mm 가량 두꺼워져야 하고 이로 인해 32평형 기준 150-200만원의 분양가 상승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건교부는 추정했다. 평당 분양가로는 5만원 안팎의 상승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층간 소음은 왜 발생하는가. 소음은 직접적으로는 층간 소음과 같은 외부불경제 현상을 다스릴 법 또는 규칙이 잘 정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소음에 대한 직접적인 규정은 모호하고 바닥과 벽의 두께를 규정하여 간접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사실 세대간의 경계벽의 두께는 소음만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 같지는 않다. 여기에 소음을 충분히 방지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상당한 자원이 든다. 건축비용과 소음의 크기는 상당한 수준까지 역의 관계이다. 분양가가 규제되어 있는 상황에서 건축회사는 건축비용과 소음의 크기를 적절히 타협하였을 것이지만 소음에 관한 규정이 모호한 만큼 바닥과 벽의 두께 규정을 충족하는 정도로 아파트를 건축하였을 것이다(대부분의 아파트는 분양가규제가 있을 때 지어진 것이다). 이 말은 소음에 관한 규정은 사실상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지면상 다루지는 않지만, 분양가규제가 폐지된 기간 동안 바닥과 벽의 두께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관심의 대상이다). 소음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였더라도 건축업체의 의지에 따라 바닥의 두께가 달라졌을 것으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소음에 관한 규정은 매우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2) 입법예고안의 예상되는 문제점

건교부가 소음의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는 방향으로 소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이런 해결 방법은 외부불경제와 관련한 이론과 일치하는 것이다. 문제는 외부불경제 현상은 지금의 소음처럼 법과 규칙이 미발달된 경우에도 발생하지만 법과 규칙의 허점이나 예외조항이 있는 경우에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소음에 대해 이 번에 입법예고된 내용은 그런 허점 또는 예외조항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차례로 보기로 하겠다.

첫째, 주상복합, 오피스텔, 20가구 미만의 공동주택 등에는 새로운 소음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들 주택에는 소음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여전히 있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소음기준에 따라 지어진 주택이 공급되면 이들 주택도 소음을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겠지만 그것만으로 이들 주택에 소음 문제 발생 여지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둘째, 예고안은 두 종류의 충격음을 규제할 것을 포함하고 있다. 또는 건축업체가 표준바닥구조로 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규정은 최소한의 것으로, 건축업자는 이 규정을 지키는 것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고 여기게 만들 것이다. 왜냐하면 건축업자는 그 규정만을 지키는 것으로 책임을 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이 상승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가 없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두께의 벽이나 바닥에서는 아파트 사용자가 어떻게 하느냐 또는 소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소음문제가 달려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부나 시민단체는 건교부안보다 5-10dB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 점에서 입법 예고안은 현재보다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를 완화할 것이지만 여전히 문제를 발생하게 만들 여지가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 규정은 소음에 관한 인간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기에는 너무 간단하다는 것이다.

셋째, 이번 예고안은 바닥 충격음만을 규제 대상으로 하고 물 내려가는 소리 등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아마도 충격음에 비하여 다른 소음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입법예고안을 만들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비록 다른 소음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런 예외조항은 외부불경제 현상의 발생 여지를 여전히 남겨두게 되는 것이다.

넷째, 현재 대부분의 아파트는 세대 내부의 방음이 잘 되지 않는다. 비록 아파트 거주자가 대부분 한 가족이지만 방음이 잘 안됨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곤 한다. 정부나 시민단체 모두 세대간 소음 문제로 인하여 세대내 소음을 문제로 여기지도 않고 있지만 곧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법과 규칙이 잘 만들어진 경우에도 그것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으면 외부불경제 현상은 발생하게 된다. 법과 규칙을 지키게 하기 위해서는 ‘처벌과 배상’이라는 규정이 도입되어야 한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의 모법인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 시행규칙, 공동주택관리령, 관리규칙 등에는 건축업자가 건축기준을 어겼을 경우에 가하는 벌칙을 규정하고 있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처벌 규정은 일단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전 아파트 차원에서 또는 개별 가구 차원에서 하자가 발생하면 하자보수보증금을 사용하여 하자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배상 규정이다. 현재 소음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피해 배상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은 중앙환경분쟁위원회에 호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택관련 법 등에는 구체적인 배상 규정은 없다. 소음 등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에 건축업자에게 직접 피해를 구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시점부터 실제로 배상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질 수도 있다. 한 예의 경우에 새로 지은 아파트에 입주를 해서 1년 6개월간 소음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그 동안 그 입주자는 소음을 해결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자신의 고통을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주택관련 법이나 시행령 등에 배상 규정을 명문화하든지 또는 현행 민법의 어떤 조항을 원용하도록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소비자가 건축의 하자로부터 발생하는 고통이나 피해에 대한 배상 규정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법이나 규칙이 제정되고 처벌과 배상 규정이 명문화된 경우에도 그 법이나 규칙을 집행할 공무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앞의 사건의 경우에,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은 해당 아파트 건축업체가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명시된 바닥과 벽의 두께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준공검사에 통과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말은 주택 관련법이나 규칙을 집행하는 공무원이 검사 과정에서 어떤 방법으로든지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만약 공무원이 바닥과 벽의 두께만이라도 규정대로 시공토록 건축업체를 감독하였다면 심각한 소음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법이나 규칙의 집행에 있어서 집행자의 자질과 도덕성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공무원의 자질과 도덕성은 끊임없는 연마를 통해 함양하는 길 이외에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3) 소음이라는 외부불경제 해결방안

적절한 법과 규칙의 제정, 처벌과 배상 규정의 명시, 관련 공무원의 자질 향상에 의한 엄격한 법집행 등이 완전히 이루어질 때 아파트 층간 소음과 같은 외부불경제 현상은 문제없이 해결될 것이다. 여기에서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앞에서 분석한 현행법이나 규칙과 입법예고안의 허점을 보완하여 소음으로 인한 외부불경제 현상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모든 매매용과 임대용 주택은 바닥과 벽의 두께, 흡음 자재와 그 위치, 주택내 위치별 예상되는 소음의 크기 등을 의무적으로 공고하도록 한다. 이 방안은 앞에서 지적한 입법예고안의 문제점을 업체간 경쟁에 의해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택의 구매자나 임대자가 자신의 능력과 수요에 따라 어느 정도의 소음을 수용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이 제안은 건교부의 새로운 소음 기준이 단순한 규제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 배상 규정을 도입할 것과 공무원의 자질과 도덕성의 함양도 매우 필요함은 앞에서 이미 지적하였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외부불경제가 있는 재화의 경우에 생산자는 사회비용(social cost)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재화를 사회적으로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한다고 설명한다. 외부불경제가 발생하는 재화는 과다 생산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외부불경제는 시장에 맡겨두면 ‘시장실패’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장실패 때문에 정부가 시장에 간섭 또는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앞에서 외부불경제가 법과 규칙의 허점과 집행의 문제점으로 인하여 발생한다는 설명과 비교하면 틀린 것임을 알 수 있다. 외부불경제는 신고전학파의 설명과 달리 ‘정부실패’의 결과이다. 왜냐하면 법이나 규칙의 제정과 집행은 현재는 정부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고전학파의 분석에 기초한 대책이나 정책 제안은 외부불경제에 대한 정확한 원인에 토대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대책이나 제안은 외부불경제를 잘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외부불경제에 대한 신고전학파의 설명과 정책제안을 폐기하는 일이야말로 외부불경제에 대한 자유시장경제적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분석과 대책은 민간이 법이나 규칙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리버테리언 사회에서는 모두 다시 검토해야 할 것임을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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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출처 : https://www.etoday.co.kr/news/view/2250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