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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 확대의 주범, 인플레이션

해외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3-06-30 00:37
조회
528

Philipp Bagus
* 미제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스페인 후안카를로스 국왕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저자

주제 : #인플레이션

편집 : 전계운
    • 역주 : 이 글은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에서 일부를 발췌한 글입니다.

우리는 작은 도시에서 펼쳐진 두 가지 시나리오를 약간의 차이만 제외하고 오늘날의 화폐 시스템에 고스란히 옮겨놓을 수도 있다. 중요한 차이가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우리의 작은 도시에서 새로운 돈이 생성되는 방식과 오늘날 돈이 생성되는 방식이 다른 게 그 차이점이다. 요컨대 우리의 작은 도시에서는 금의 발견을 통해 새로운 돈이 만들어지는 반면, 오늘날의 새로운 돈은 무에서 만들어진다.

만약(순수하게 금을 기반으로 하는 화폐 시스템 같은) 현물 화폐 시스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금 유통량이 점점 늘어나서 걱정된다면 곧장 다른 종류의 현물로 옮겨갈 것이다. 그 현물은 은이 될 수도 있고 백금이 될 수도 있다. 이는 결코 억측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혹은 자연 발생적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즉 어떤 경우이든 일체의 (국가적인) 강압 없이 다른 종류의 교환수단에 합의를 하게 된다. 반면 오늘날처럼 국가가 화폐 독점 체제를 구축한 상황에서는 안타깝게도 정해진 프로그램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발권은행과 시중은행 시스템이 만들어낸 화폐공급 과잉현상이 연이어 국민들을 덮친다. 그리고 국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수입과 자산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금화와 지폐 간의 또 다른 중요한 차이점은 바로 인플레이션 가능성과 그 규모다. 금의 양이 대규모로 증가하는 일은 드물다. 16세기에 스페인 정복자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약탈한 금을 구대륙으로 가지고 왔을 때조차도 유럽의 통화량이 두 배로 늘어나기까지는 꼬박 10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금의 양은 오래전부터 거의 변함없이 연간 1~2%증가해왔다. 하지만 화폐 시스템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2007년을 예로 들면, M2통화량이 10%나 늘어났다. 이 같은 성장률은 7년마다 통화량이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사례로 든 작은 도시에서 통용되는 금과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지폐 사이의 또 다른 차이점은 그 땅에서 금을 캐낼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상황이 다르다. 모든 사람들이 화폐 인쇄기를 마련해 유로를 찍어낼 수 없다. 독점체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독점권을 지닌 사람들은 노력과 비용을 거의 들일 필요가 없다. 금 시굴자들은 새로운 굴착기를 고안해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많은 비용과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단추만 누르면 통화량을 10배로 늘릴 수도 있다.

화폐 생산에 따른 특권을 이용하고 싶은 유혹은 거의 불가항력적이다. 통화량 증가율도 높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직접 컴퓨터 앞에 앉아서 시험해보라. 먼저 엑셀데이터를 열고 '내 계좌'를 만들어라. 그리고 유로를 상징하는 기호 앞에 1과 다수의 0을 입력하라. 전혀 어렵지 않다. 그렇지 않은가? 유럽중앙은행은 바로 그런 일을 할 수도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파산한 국가의 국채를 매입하거나 시중은행에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기 위해서, 아니면 프랑크푸르트에 10억 유로가 넘는 건설비용을 들여 사무용 복합건물을 신축하기 위해서 등등 그 이유는 아주 다양하다.

추가로 만들어진 새로운 돈의 작용은 언제나 동일하다. 통화량이 확장되어 물가상승을 유발할 때 뿐만 아니라, 새로 돈을 찍어내지 않으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시기에 통화량 확장이 이뤄질 때도 마찬가지다. 두 경우 모두 사회 내부에서 수입과 자산의 재분배가 이루어진다. 그것도 대체로 아래쪽으로 위쪽으로 재분배가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식으로 진행된 재분배는 언제나 그렇듯이 돌이키기가 불가능하다. 이른바 영속적인 성격을 띤다.

2000년에서 2012년 사이에 유로 존에서 유통되는 M3 통화 총량은 100%(!) 증가했다. 반면 경제생산은 고작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100%! 이 숫자 뒤에 숨겨진 재분배 규모를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어쨌든 어마어마한 규모임은 틀림 없다. 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에 맞춰 통화량을 유연하게 조절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그릇된 생각이다. 이런 견해를 지닌 경제학자들조차도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통화량 확장은 틀림없이 거센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항의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당신도 우리가 하는 말에 동조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통화량 확장(인플레이션)은 사회의 빈부격차 확대에 대한 책임이 있다. 임금만으로는 더 이상 먹고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과 외벌이 수입만으로는 더 이상 가족을 부양할 수 없게 된 현실에 대한 책임이 그것이다. 그러나 발권은행이나 은행 시스템 관계자들로부터 이런 말을 듣게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더더욱 그렇다.

만약 사람들이 무에서 만들어진 돈이 자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명히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국가와 화폐 생산자는 결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사기꾼은 사기를 칠 때 상대에게 쓰는 트릭에 대해 절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다.


태그 : #노동과_임금

썸네일 출처 : https://www.verywellmind.com/how-rising-inflation-is-impacting-mental-health-5546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