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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8월호] 경제이론이 잘못되면 엉터리 분석과 주장이 난무한다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3-08-0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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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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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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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국제통화기금(IMF) 소속 세 명의 경제학자가 2022년 초 이후 발생한 유럽 인플레이션에 이윤이 45%의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들이 낸 보고서의 내용은 일명 ‘이윤 주도 인플레이션’으로 일컬어진다. 그것은 기업들이 과도하게 이윤을 추구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이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케이토(Cato) 연구소는 “기업들이 탐욕으로 자기 배만 채운다고 설명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연구소는 코로나 팬데믹 때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공급 증가가 인플레이션의 원인임을 지목했다.

통화공급 증가와 확장적 재정정책은 필연적으로 경기변동을 가져온다. 그리고 경기변동에서 붐 기간에는 자산들(주택, 주식 등을 지칭)의 가격과 임금을 포함한 모든 재화들의 가격이 상승한다. 그 때 이윤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경제이론은 말해주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 번에는 전쟁으로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일부 재화들의 가격이 추가 상승한 측면이 있지만 그것을 인플레이션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IMF 소속 세 명의 경제학자가 한 분석의 다른 문제점은 실증분석(이윤율)으로 이론(인플레이션)을 증명할 수 있다는 전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론이 현상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그 반대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실증분석으로 이론을 증명할 수는 없다’. 그들의 주장은 비유하면 말 앞에 마차를 갖다 놓은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달 “국제 밀 가격이 떨어졌는데, 기업들이 밀 가격에 맞춰 적정하게 라면 가격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라면업계는 몇 개의 라면 가격만 소액 인하했다. 소비자들은 업체들이 라면 가격을 내리는 시늉만 했다고 불만이다.

이런 일에 대해 국내 일부 경제학자는 라면 시장이 독과점 시장이고 그런 시장에서 독과점 사업자들은 ‘명시적 담합’은 말할 것도 없고 ‘묵시적 담합’ 또는 ‘합의 없는 담합’도 하기 때문에 그런 기업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묵시적 담합마저도 담합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법원은 묵시적 담합은 담합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상위 1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업체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 독과점 시장으로 규정한다. 라면업계에서는 농심이 1위이고 상위 4사 중 점유율이 56%이기 때문에 독과점 시장으로 보아야 한다고 공정위는 주장한다.

그러나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오학경)에서 독점은 정부가 기업에게 부여한 ‘특혜’ 또는 ‘특권’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과점이라는 개념은 없기 때문에 오학경에서 독점은 문제가 되지만 과점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재 라면 제조업계에서 정부가 농심 등에게 수여한 특권 또는 특혜는 없을 것이다(물론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저자의 직관으로는 그렇다). 다만 식품업계에서는 위생과 관련한 얼마간의 규제는 진입 규제로 보기 어렵다.

진입 규제의 대표적인 예로 자동차를 들 수 있다. 삼성이 김영삼 정권 시절에 우여곡절 끝에 자동차 생산 허가를 겨우 받았다. 그리고 부산 해안을 메워 공장을 지어서 겨우 생산을 시작할 시점에 1997년 경제위기가 발생했고, 그를 이유로 김대중 정부는 삼성이 자동차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지만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규제했다. 그렇게 해서 삼성자동차는 르노자동차에게 팔렸다. 해외 자동차사들도 국내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오학경에 의하면 국내 자동차사들 뿐만 아니라 해외 자동차사들도 독점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자신들이 만든 기준에 의거 그들을 독과점 사업자로 규제하고 있다. 오학경에 의하면, 전기 자동차는 보조금이 주어지기 때문에 전기차를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모든 자동차사도 독점자이다.

다른 예를 보자. 정부는 쌀을 자유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수매한다. 그러므로 쌀을 정부에게 파는 농민은 그 수와 관계없이 모두 ‘독점자’이다. 특혜 또는 특권의 크기는 정부 수매가격과 자유시장가격의 차이이다. 그러므로 오학경은 쌀을 정부에게 파는 농민은 누구라도 독점자로 규정한다. 주류경제학이나 그에 기초한 공정거래법은 그런 농민을 독과점업자로 규정하지 않는다. 쌀 농사를 짓는 농민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점 때문에 피해를 보는 집단은 쌀 소비자임은 너무도 명백하다.

‘라면플레이션’(라면+인플레이션)과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추경호 장관이 라면 값을 내릴 것을 주문한 것은 그런 아이디어에 근거하고 있거나 국민에게 보여주기 식 쇼를 한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윤 주도 인플레이션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라면 시장을 독과점 시장으로 규정하여 소비자를 위하여 정부가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경제이론이 잘못되면 엉터리 분석과 주장이 난무한다.


태그 : #간섭주의 #주류경제학비판 #가격 #경기변동 

썸네일 출처 : https://www.ob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03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