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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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

해외 칼럼
정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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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8-0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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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

David Gordon
대표적인 라스바디안(Rothbardian) 철학자인 데이비드 고든은 미제스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다. UCLA에서 정신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머레이 라스바드의 삶과 사상, 그리고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철학적 기초에 대한 최고의 권위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제스 리뷰(Mises Review)의 편집자로서 매우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논문과 책들을 오스트리아학파의 시각에서 면밀하게 분석해왔으며, 리버테리어니즘을 대표하는 위대한 평론가로 자리매김하였다.

주제 : #전쟁과_외교정책

원문 : America's Delusion of Liberal Hegemoney (게재일 : 2019년 7월 4일)
번역 : 한창헌 연구원

    • 본 글은 존 미어샤이머의『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 자유주의적 패권 정책에 대한 공격적 현실주의의 비판』를 비판적 리뷰한 글입니다.
    • 해당 번역본을 그대로 인용하지 않았고 일부 용어는 편집하였습니다.
    • 여기에서 사용된 '자유주의'는 오늘날 흔히 말하는 좌익 리버럴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본래 좌익 리버럴을 뜻하는 liberal의 경우 발음을 그대로 음차하여 번역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 본 저자가 리버테리어니즘을 가리키는 일상적 자유주의(modus vivendi liberalism)와 진보적 자유주의(progressive liberalism)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정치적 자유주의(political liberalism)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번역상의 난점이 커서 번역본의 표기를 따라 모두 자유주의로 표기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 스티븐 월트의 『미국 외교의 대전략: 자유주의 패권의 연장인가, 역외균형으로의 복귀인가』을 비판한 고든의 리뷰도 참고하시면 글을 읽는데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 교수가 저술한 이 책은 루트비히 폰 미제스와 머레이 라스바드로 대표되는 자유 사회를 믿는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저서이다. 미어샤이머는 국제관계학에서 “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현대이론가로서, 자유시장 지지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현실을 지적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민족주의는 고전적 자유주의나 현대적 자유주의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세계에 자유주의적 가치를 강요하고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전쟁의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비록 외교정책을 전공하긴 했지만, 미어샤이머는 자신이 대학원에 재학하던 시절부터 정치이론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1976년 가을, 나는 아이작 크램닉(Issac Kramnick) 교수가 가르치는 정치이론 강좌를 수강한 적이 있었다. 이 강좌는 플라톤, 마키아벨리, 홉스, 로크, 루소 그리고 마르크스 등 기라성 같은 사상가들을 소개했는데, 나는 당시 수강했던 어떤 강좌보다도 이 강좌를 통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번역본 p.21) (크램닉은 <에드먼드 버크의 분노>(The Rage of Edmund Burke, 1977)에서 버크가 그의 저서 <자연 사회의 옹호>(A Vindication of Natural Society)에서 아나키즘을 옹호한 것이 풍자적인 효과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진지한 의도로 옹호한 것이었다는 라스바드의 관점을 지지했다.)

정치이론에 관한 논의에서 미어샤이머는 매우 통찰력 있는 지적을 보여주지만, 종종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에서 볼 때 그의 실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의 주요한 논점은 훼손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어샤이머가 주로 지적하는 영역은 바로 객관적 윤리라는 개념이다. 그가 보기에 객관적인 윤리란 불가능한 개념이다. 사람들은 좋은 삶에 대해 일치 된 의견을 가지지 않고, 그것에 대해 무언가 더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객관적 진리에 대한 이러한 믿음의 힘은 어떤 인간들이 도덕적 상대주의자ㅡ인생의 큰 문제들에 대해 올바르다거나 그른 답은 있을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ㅡ라고 비난받는 경우 종종 표면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 그러나 서로 다른 사람들은 같은 질문들에 대해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답하며 그들의 대답 중에 선택을 하기 위한 어떤 기제(mechanism)도 존재하지 않는다. 질문이 더 구체적일수록 의견 불일치는 더욱더 커진다. 어떤 사람이 올바른 해답을 가지고 있는지를 결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것은 개인적 선호 혹은 의견일 뿐이다. 상대주의라는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똑똑한 대책은 첫 번째 원칙들에 대한 객관적인 합의가 존재하고 자신은 그것들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지만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인식하도록 설득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 이러한 관점은 이성을 활용해 보편적이거나 혹은 널리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삶에 대한 이해를 도출해내는 우리의 집단적 능력에 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것은 판단력이 도덕적인 진리를 발견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번역본 p.63-64)

미어샤이머가 옳은 것과 보편적인 동의를 구하는 것 사이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의 주요 목적을 고려해 보면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설령 객관적으로 참인 도덕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객관적인 도덕성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 도덕성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이제부터 이 점이 미어샤이머가 반대하는 리버럴 헤게모니 프로그램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보게 될 것이다. (우리의 논점을 벗어나는 내용이지만, 미어샤이머가 수수께끼 같은 인물인 레오 스트라우스(Leo Strauss)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그가 주장하기를 스트라우스는 “이성의 장점은 진리를 발견해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왕에 존재하는 도덕률 혹은 널리 받아들여지는 다른 믿음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데 있다” (번역본 p.71)고 믿는다.)

저자의 핵심 논제로 돌아가서, 그는 정치적 자유주의(political liberalism)를 두 종류로 구분한다. “일상적 자유주의(modus vivendi liberalism)와 진보적 자유주의(progressive liberalism)가 그것이다. (…) 일상적 자유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 사이에는 크게 두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양자는 개인의 권리에 속하는 내용은 무엇이고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서 차이를 나타낸다. 일상적 자유주의자들에게 권리란 정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에 관한 것이다. (…) 진보적 자유주의자들 역시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지만,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은 정부가 자국 시민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믿는다.” (번역본 p. 98)

미어샤이머의 주요 비판대상은 리버럴 패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이다. “강력한 국가가 리버럴적인 외교정책을 채택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다른 말로, 개인적 자유의 증진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이 같은 권리를 증진시키기 위해 사회공학적 행동을 하는 나라가 그 같은 본보기를 보다 넓은 세계에 적용시키려 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그 막강한 국가는 리버럴 패권(liberal hegemony)을 추구하는 나라가 될 것이며, 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향해 중요한 사회공학적 행동을 시도하고, 전쟁을 치르는 등 개입주의적 외교정책을 채택하게 될 것이다. 그 나라 외교정책의 중요한 목표는 자유민주주의를 확산하고, 그 같은 과정에서 다른 나라의 권위주의적 정권들을 붕괴시키며,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로 가득 찬 세상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번역본 p.210) 대부분의 국가는 그러한 의제를 추구할 수 있는 입장에 있기 힘들다. 라이벌 강대국들과 갈등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련의 해체로 “단극체제의 국제 정치적 상황”이 펼쳐지면서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리버럴 패권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바로 여기서부터 미어샤이머가 강조한 도덕적 불일치가 표면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전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진보적 자유주의의 가치를 거부하기 때문에 이러한 가치를 강요하려는 시도가 거대한 저항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를 침략했을 때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데, 이 경우 그 나라를 점령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력은 필연적으로, 작동 가능한 자유민주주의의 국가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민족-국가 건설이라는 과제를 떠맡게 되기 때문이다. (…) 역사적 기록들도 다른 나라에 민주주의를 이식하려는 일은 대체적으로 실패한다고 말해준다.” (번역본 p.284)

리버럴 패권은 훨씬 더 거센 저항을 직면하게 될 것이고, 이 저항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이 저서가 우리에게 주는 주요한 교훈이다. 우리가 얼마나 자유 시장을 사랑하든지 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민족주의가 고전적 자유주의보다 더 감정적으로 강력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핵심적인 사실을 누구보다도 더 깊이 명심해야 할 사람들은 진보적 자유주의의 지지자들이겠지만, 우리 역시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민족주의에 대해 미어샤이머는 이렇게 지적한다. “민족주의는 정말로 막강한 정치 이념이다. 민족주의 이념은 세계를 다양한 국가들로 나누어 놓는 중심적인 이념이고, 국가는 막강한 힘을 가진 사회 단위이며, 그들은 각각 자신만의 특이한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의 거의 모든 민족은 비록 그들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질 수는 없지만, 자신들만의 공유한 국가를 가지고 싶어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미 거의 민족국가들로 가득 찬 세계 속에서 살고 있으며 이 같은 현실은 자유주의가 도리 없이 민족주의와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유주의적인 국가들 역시 민족국가들이다. 민족주의와 자유주의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민족주의와 자유주의가 충돌할 경우 승자는 언제라도 민족주의였다.” (번역본 p. 31)

세계 패권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저항에 부딪히게 되고, 미어샤이머는 이 점을 설명하기 위해 학자로서의 생애를 바쳤다. 현대 사회에서 주권 국가는 서로 대립하며 자국의 안보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주권 국가들은 리버럴 패권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안보 이익을 위협하는 시도를 좋게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자유민주주의를 심어주려고 시도하면서 이러한 근본적인 오류를 저질렀다.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떼어내기 위한 마지막 수단은 오렌지 혁명을 조장하는 것이었다. 미국과 유럽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은 과거 소련의 통제 하에 있었던 국가들에서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일으키는 데 깊이 관여해왔다. (…) 물론 러시아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사회공학적 노력이 행해지는 것을 우려했다. 그러한 시도가 우크라이나에 미칠 영향 때문만이 아니라 러시아가 다음번 표적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번역본 p.291) 이렇게 러시아의 안보 이익을 적절히 고려하지 못한 결과로 미국의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은 외교 상황을 심각하게 악화시켰다.

다행히도 현실주의를 진정한 반간섭주의 정책으로 이끌어갈 방법이 존재하며, 미어샤이머 본인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다. 현실주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바로 공격적 현실주의와 방어적 현실주의이다. 미어샤이머는 공격적 현실주의를 지지하는 편이지만, 방어적 현실주의가 훨씬 더 반간섭주의적이라고 인정하기도 한다. “많은 현실주의자들은 진정으로 국가들이 세력균형의 논리에 따라 행동한다면, 강대국 간의 전쟁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 역사학자 마크 트래크텐버그(Marc Trachtenberg)는 현실주의가 가르쳐주는 방안을 따르면,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세상이 이어질 것이며, 그가 말하는 ‘비현실적 이상주의’에 따라 행동할 경우 끊임없는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분명하게 주장한다.” (번역본 p.361-362)

물론 방어적 현실주의와 론 폴로 대표되는 진정한 반간섭주의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틈이 존재한다. 하지만 두 입장 모두 이념적 십자군이라는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적어도 이들은 “무찌를 괴물을 찾아서 바깥으로 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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