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칼럼 및 번역자료 투고 요령 안내

왜 정부는 기업처럼 운영될 수 없는가?

해외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3-09-07 00:05
조회
807

Peter G. Klein, Ph.D. Professor of Entrepreneurship - Expert with Baylor University | ExpertFile

Peter G. Klein
미제스 연구소의 칼 멩거 특별 연구원이자 베일러 대학교의 경영학 교수인 피터 클라인은 가장 많은 연구성과를 산출한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기업가정신과 경영조직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기업의 출현, 기업의 정확한 정의와 내적인 구성, 기업가적 혁신, 정부 규제의 영향, 그리고 경제성장과 기업가정신의 관계 등을 연구한다. 지금까지 5권의 책을 저술하거나 편집했고, 75개 이상의 학술 논문을 출판하였다.

주제 : #인간행동

원문 : Why Government Cannot Be Run Like a Business (게재일 : 2017년 9월 4일)
번역 : 미제스 연구소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성공한 사업가였기 때문에 다른 이들보다 국가를 더 잘 경영할 수 있는가? CEO 경험이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연방정부는 예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인가? 훌륭한 비즈니스 리더십은 훌륭한 정치적 리더십으로 직결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트럼프의 경영 방식은 얼마나 훌륭한가?

경영학 교수들은 트럼프에 대한 이 같은 낙관적 전망에 심드렁했다.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트럼프의 부동산 사업은 포춘 500대 기업 수준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매니저보다는 세일즈맨이나 딜메이커에 가깝다. 그는 겸손함, 신중함, 세심함 등 매니저로서 갖춰야 할 리더십의 특성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가 훌륭한 경영인이 아니라는 점은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다.

다만 강조해야 할 점은 설령 그가 훌륭한 기업인이라 하더라도 국가를 운영하는데 훌륭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정부와 기업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이 열망하는 바와 달리 정부는 '기업처럼' 운영될 수가 없다.

물론, 미국 연방정부는 수천 명의 직원, 수백 개의 부분, 지부, 부서를 가진 거대한 조직이다. 건물과 장비를 주기적으로 구매하거나 교체해야 하고, 인적자원의 구성과 업무를 배정해야 하고, 여러 장기적 목표를 구체적으로 만들어 실행해야 하고, 수 많은 인력에게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루트비히 폰 미제스가 1944년에 쓴 고전 <관료제>에서 강조했듯이, 정부조직과 기업 조직이 이러한 유사성은 그저 피상적일 뿐이다.

민간기업은 단 하나의 최우선 목적을 위해서 존재한다. 바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직원, 공급자, 투자자, 또는 고객으로서 기업에 참여하는 것은 엄격하게 자발적이다. 기업의 자금은 사적으로 조달된다. 오직 소비자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정도로 가치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경우에만 이윤을 얻고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어떤 기업의 회계 수입, 자산, 그리고 시장 가치를 다른 경쟁기업과 대조하여 살펴봄으로써 금전적 측면에서 해당 기업의 성패를 판단할 수 있다. 좋은 경영진은 회사의 소유자를 위해 이윤을 창출하고, 나쁜 경영진은 손해를 끼친다. 경영의 여러 세부사항은 아주 다채롭고 흥미롭기 때문에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모델은 이처럼 단순하고 일관적이다.

물론 정부는 그렇지 않다. 정부의 자산은 민간 소유가 아니다. 이론적으로 정부기관의 토지, 자본, 그리고 각종 장비는 자금을 댄 납세자 또는 시민들이 소유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관료와 정치인들의 통제하에 있다. 정부기관의 목적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법령 또는 행정명령 등에 의해 명시되는 것이다. 예컨대 국방부의 목적은 국토를 방어하는 것이고, 재무부의 목표는 그들의 홈페이지에 따른다면 "공정하고 안전한 무역을 보장하고, 상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표준을 제정하고 기초적인 연구를 실시하여 혁신을 육성하며 일차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다.

연방정부에서 지방경찰청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모든 기관과 부서는 몇 가지 명시적인 목표를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들이 얼마나 잘 달성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국방부의 안보 서비스는 그들의 '고객'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잘 만족시키고 있는가? 정부기관의 고위 관료들은 칭찬의 대상인가, 아니면 비난의 대상인가? 재무부는 그들의 명시적인 목표를 훌륭하게 달성하고 있는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찰들은 어떠한가? 정부기관이 '훌륭하게 작동'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미제스가 <관료제>의 46-47쪽에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상기한 질문들에 대답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적어도 민간 기업에 대한 평가와 동일한 정확도로 대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정부기관들이 경쟁하는 시장에서 서비스를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기관의 '소비자'는 자신의 공급자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최고의 상품을 제공하는 회사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소위 소비자는 자신이 좋든 싫든 무조건 대가를 치뤄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기관의 성과는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미제스가 말하기를:


"공공행정의 성과는 돈으로 측정할 수 없고 따라서 회계적 방법으로 확인할 수 없다. (...) 공공서비스는 그저 돈을 소비할 뿐이다. 특별한 출처로부터 얻는 미미한 수입(예컨대, 정부 인쇄소에서 인쇄물을 판매하는 것)은 그저 우발적이다. 관세와 세금으로 충당한 수입은 행정기관이 '생산'한 것이 아니다.

그러한 수입의 원천은 관세와 세금을 강제하는 법에 있는 것이지 세관원이나 세금징수원의 생산적 활동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관리하는 지역의 주민들이 다른 지역의 주민들보다 부유하고 따라서 세금을 더 많이 내서 더 나은 성과를 거둔다는 것은 그 세금징수원의 역량에 달린 것이 아니다. 소득세를 처리하는 행정업무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은 결코 소득세 과세대상의 소득액을 벌어들이는 그것과 동일하지 않다."

미제스는 기업경영 또는 이윤경영을 "이윤을 얻기 위한 동기가 유도하는 경영"으로 정의한다. 대기업에서, 이윤관리는 규칙과 재량이 뒤섞여 있다. 경영진은 전반적인 방향성, 제도 및 절차 수립, 관리자 및 직원 채용, 문제 해결, 전략 수립 등을 수립하며 규칙을 제정하고, 일상적인 업무처리의 상당 부분은 부하나 하위 부서에 재량권을 부여해 위임한다. (기업은 '평등한 위계질서'를 수립하는 방식으로 권한을 상당 부분 분산시킬 수 있지만, 그럼 에도 경영진의 지휘권한은 여전히 중요하다.)

반면에, 관료경영은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데 적용되는 방법으로서, 시장에서의 현금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이것은 공공 업무의 성공적 처리가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것이 시장에서 대가를 받을 수 없고, 그것의 가치가 시장 거래에서 구체화될 수 없고, 결과적으로 돈으로 표현될 수 없다는 것이다." (47쪽)

미제스는 계속해서 어떻게 이윤경영과 관료경영이 완전하게 다른 기법과 경영원칙을 사용하는지를 설명한다(예컨대, 관료경영 하에서는 부하의 의사결정권이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하고, 재량권은 철저한 위계질서하에 분배되어야 한다. 재무적 이익을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부하직원들의 행동이 전체적인 성과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라스바드를 비롯한 현대 리버테리언 사상가들과 달리, 미제스는 연방 국세청을 비롯한 정부기관의 합법성에는 딱히 의문을 제기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는 정부기관들의 성격, 기능, 조직, 그리고 관리 등을 '기업'과 동등한 위치에서 평가할 수 없고 오직 정부기관으로서만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기관과 민간기업은 본질적으로 다른 주체이고, 서로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를 기업처럼 운영하자는 발상은 적어도 1990년대에 클린턴과 고어가 주장한 '정부 재창조'(Reinventing Government) 계획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설문조사, 2차 지표 분석, 무작위 통제 시험, 그리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활용하여 공공 부문의 성과를 측정하려는 어떤 기발한 방법이라도, 정부기관이 가진 근본적 문제를 회피할 수는 없다. 정부기관은 경쟁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판매하지 않고 따라서 재정적 수익을 거두지 않는다는 한계는 극복할 수 없다.

심지어 시장에서 성공적이었던 CEO가 정부기관을 맡는다고 해도, 그 어떤 정부기관도 전혀 기업처럼 운영될 수 없고, 그 누구도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트럼프를 어떻게 평가하든지 간에, 그의 사업 경험은 워싱턴 D.C.에서의 정치생활에 거의 이점을 줄 수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원칙에 단 하나의 예외만을 인정하고 싶다. 기업 분할, 정리 해고, 자산 매각, 청산, 해체 등을 전문으로 담당했던 CEO가 정부를 책임진다면 나는 환영할 것이다.


태그 : #정치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