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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10월호]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산업 재설계

국내 칼럼
경제학
작성자
작성일
2023-10-01 00:02
조회
487

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경제사

2023년 미제스 와이어 목차 <펼치기>

지난 달 18일 “경제계와 연구기관 소속의 80여 명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산업대전환포럼이 10개월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산업대전환 제언’을 정부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들이 제시한 46개 과제 중에서 주요한 것만을 나열하면, “국가투자주도회사 설립해 국가가 첨단 기술 투자 주도”, “정부가 첨단 기술 선투자, 민간에 양도하는 ‘리버스 BTL' 도입”, “글로벌 두뇌 교류 프로그램 도입”, “지식기술거래소 설립해 잠자는 기술 활용”, “혁신 제품 공공 조달 비율 10% 법제화”, “외국인 정착 가능한 영어 통용 도시 지정”, “글로벌 마더팩토리, 첨단 분야 공동 연구 센터 구축”, “한국 과학기술 인재 네트워크 구축” 등이다. 앞에서 나열한 것들은 물론 정부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과제들로서 많은 자원의 지원이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하면, 그런 과제들은 한국 경제의 ’산업 재설계‘를 제안하고 있다고 하겠다. 문제는 과연 그런 과제들이 지금의 제로(0)성장을 멈추게 하고 역동적인 성장을 가능케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산업대전환포럼은 한국 내 산업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 제안으로 구성되었다. 그런 인식은 한국 경제가 향후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어려움에 처하지 않겠는가 하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산업대전환포럼이 제안한 46개 과제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생겨나게 된 원인들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30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경제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플라자 합의’ 이후에 일본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쳤는가를 먼저 분석해보아야 한다. 플라자 합의 이후에 일본 정부는 화폐 공급을 대량으로 늘리고 대규모 적자 재정을 편성하여 정부의 재정 지출을 크게 늘렸다. 게다가, 그 이후 일본 정부는 재정 적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즉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이 된 것은 순전히 일본 정부의 잘못된 정책의 결과라는 것이다. 잃어버린 30년을 초래한 다른 많은 요인들도 있을 것이지만 그런 것들은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요인들과 비교하면 비교적 작기 때문에 무시해도 좋거나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유발된 것이기 때문에 고려 대상이 아니다.

플라자 합의 이후에 일본 정부가 그런 잘못된 정책들을 실행하지 않았다면, 환율의 인위적인 평가절상으로 수출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 대신에, 평가절상은 수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평가절상이 수출입을 통해 일본 경제에 미친 영향은 상당 부분 상쇄되고, 플라자 합의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없었을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즉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경제가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은 정부의 ‘잘못된’ 통화 정책과 대규모 재정 적자의 지속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 때도 즉시 정부의 두 정책이 문제라는 것을 알고 적절히 수정했다면 경제가 30년이라는 그렇게 긴 기간 동안을 비틀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본처럼, 한국 경제 저성장의 가장 큰 원인도 한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여기에서 잘못된 정부 정책이란 화폐 공급의 대규모 확대와 1000조 원이 넘는 재정적자를 지칭한다.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가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은 두 국가의 정부 정책이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장관을 지낸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은 “과거 성장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저성장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산업 전 분야에 걸친 재설계를 통해 우리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독재 정부나 공산 정권도 산업 전 분야를 재설계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그가 진정 모르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지적이 지닌 더 큰 문제는 한국 경제의 저성장의 원인도 모른다는 것이다. 대다수 경세가들은 간섭주의가 만들어낸 문제들을 간섭주의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태그 : #간섭주의 #한국경제 #국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