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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12월호] 경기변동과 단순 인플레이션, 그리고 반기업정서와 반자본주의

국내 칼럼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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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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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경제현안

2023년 미제스 와이어 목차 <펼치기>

경기변동과 단순 인플레이션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연간 실업률은 2020년 4.0%, 2021년 3.7%, 2022년 2.9%이고, 미국의 연간 실업률은 각각 8.1%, 5.4%, 3.7%이다.1참고로 2017-2019년 한국의 연간 실업률은 3.7%, 3.8%, 3.8%이고, 미국은 4.4%, 3.9%, 3.7%이다.

한국의 경우, 연간 실업률은 코로나가 발생했던 연도인 2020년에 그 이전 연도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가 2021년에는 2017-2019년 수준으로 하락했고 2022년에는 2017-2019년 수준보다 오히려 0.8-0.9%포인트 낮아졌다. 미국의 경우, 2020년만 연간 실업률이 추세를 벗어나 크게 치솟았고 2021년에는 그로부터 2.7%포인트나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2022년 연간 실업률은 2017-2019년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리고 미국의 2023년 3분기 실업률도 3.7-3.9%로서 2017-2019년 수준과 큰 차이가 없다.

실업률을 침체를 나타내는 대용변수로 본다면, 한국의 경우는 2020년에 약간의 침체가 있었지만 2022년에는 경제가 그 이전보다 약간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는 2020-2021년에 작지 않은 침체가 있었지만 2022년 이후에는 과거 추세로 복귀했다. 두 나라의 실업률 또는 경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큰 경제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을 전후한 한국의 연간 실업률은 1995-1997년에 2.0-2.6%, 1998년 7.0%, 1999년 6.3%, 2000년 4.4%, 2001년 4.0%였고, 2002년 이후에는 3%대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즉 경기 침체가 1998-1999년에 심각했고, 2000-2001년에는 그 침체가 다소 완화되었으며, 2002년 이후에 정상 상태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연간 실업률은 2009년 9.3%, 2010년 9.6%, 2011년 9.0%, 2012년 8.1%, 2013년 7.4%, 2014년 6.2%, 2015년 5.3%였고, 2017년에도 4.4%로 다소 높았지만 2018-2019년에 3%대로 하락하여 거의 정상 상태로 돌아온 것처럼 보인다.

필자가 한국과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길게 설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가 제기하는 질문은 이런 것이다. 코로나 발생 이후 두 국가에서 실업률로 나타내는 경기 침체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다만 2021년 이후에 두 국가에서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률은 매우 높다. 한국에서 소비자 물가 연간 상승률은 2021년은 2.50%, 2022년은 5.05% 등이다. 2020년 이전은 상승률은 매우 낮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 물가 연간 상승률은 2019년 1.74%, 2020년 1.28%, 2021년 4.72%, 2022년 7.96% 등이다. 측정방식이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두 국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미국 측정 방식으로 한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바꾸면 한국이 미국보다 결코 낮지 않을 것이다. 한국 주택가격 연간 상승률은 2020년 3.37%, 2021년 8.74%, 2022년 2.05% 등이고, 미국은 2019년 5.04%, 2020년 7.92%, 2021년 16.68%, 2022년 14.10% 등이다. 주택 가격도 한국의 경우에는 수도권 부동산만 크게 상승했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서 1997년 전후한 경제위기와 미국에서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경제위기 시에는, 앞에서 보았듯이 두 나라에서 경기 침체가 작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은 4년, 미국은 7-8년간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어 화폐공급을 늘리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를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이론으로부터 알아본다. 불환지폐제 하에서는 중앙은행이 본원통화(base money)를 늘리면 그것을 기초로 민간은행은 신용수단을 확대한다. 즉 화폐공급의 증가는 두 가지 단계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민간은행은 신용수단을 소비자, 정부, 기업가 또는 재계로 대출한다. 이 때 은행이 기업가 또는 재계로 대출한 신용이 경기변동을 초래한다. 왜냐하면 그런 신용은 ‘고차의’ 자본재에 대한 ‘과잉투자’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대출된 소비자 금융이나 정부의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하여 사용된 은행 신용은 ‘단순 인플레이션’(simple inflation)2을 유발하고 경기변동을 유발하지 않는다. 정부의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하여 사용된 은행의 인플레이션적 신용은 자원을 민간부문에서 공공부문으로 단순히 재분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두 경우에는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만을 초래한다.3 미제스와 라스바드는 전자, 즉 경기변동을 초래하는 것을 진정한 ‘신용팽창’으로, 후자는 단순 인플레이션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1997년 경제위기, 미국의 2008년 경제위기 등은 경기변동 현상이 주(主)였고 단순 인플레이션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부(副)였다. 다만 미국의 경우는 주택 소비자에게 신용이 전달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미국 주택건설업계가 고차의 자본재에 대한 과잉투자를 유발했을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주택건설에서는, 주택건설용 토지도 고차의 자본재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민간은행이 (주택담보부)신용을 과다하게 창출하면서 뱅크런의 위험에 처하게 되었을 것이다. 경기의 침체 기간에 저신용자의 임금은 붐기간만큼 오르지 않거나 해고되기 때문에 저신용대출자는 대출을 정상적으로 상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코로나 기간에는, 한국에서는 은행 신용이 주택 구매자(즉 소비자)에게 대부분 대출되었기 때문에 2-3년이라는 단기간에 주택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모든 재화의 가격상승 그리고 정부의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한 화폐공급 증가도 그 적자는 소비자에게로 가면서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재계로 대출된 은행신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작았고 고차의 자본재에 대한 과잉투자는 크지 않았다. 이런 인플레이션적 신용이 부동산, 기타 재화 등의 가격을 순차적으로 밀어 올려왔다. 미국에서도 상황은 한국과 대동소이하지만 재계로 대출된 은행 신용이 얼마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한국보다는 미국에서 실업률이 2020-2021년에 그 이전 추세에 비해 1.5-2배 이상으로 치솟았던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가계부채는 2010년 말 843조 원(이 부채는 GDP 대비 73.2%, 이하 동일)에서 2021년 말 1860조 원(105.8%)으로 증가했다. 기업부채는 각각 1232조 원(95.5%)에서 2355조 원(113.7%)으로 증가했다. 정부부채는 각각 392조 원(29.7%)에서 965조 원(46.9%)으로 증가했다. 2010년 말 기준으로 2021년 말을 보면, GDP 대비 비율은 가계부채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기업부채와 정부부채는 증가폭이 비슷했다.

경기변동을 일으키는 기업부채와 단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가계부채와 정부부채를 합산하여 비교해 본다. 가계부채와 정부부채를 합산 것은 2010년 말 1235조 원(102.9%)에서 2021년 말 2825조 원(152.7%)으로 증가했다. 두 가지 부채의 합의 증가가 기업부채의 증가보다는 훨씬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코로나 이후 기업부채의 상당 부분은 중소 영세업자들의 부채였는데 그들의 부채는 자신들의 영업을 유지하기 위한 대출로서 고차의 자본재에 대한 투자와 관련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0년 말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2017년 말 이후에는 이전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2017년 말까지 하락했고 그 이후 증가했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2019년 말 이후에 빠르게 증가했다. GDP 대비 비율도 가계부채와 정부부채가 2017-2019년 말에 빠르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2017년 말 이후 가계부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로 인한 소비 침체를 막고 가계를 도와준다는 명분 하에 재정적자를 대폭적으로 늘리면서 단순 인플레이션이 폭발한 것이다.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단순 인플레이션으로 모든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자 미국은 금리를 6%대 수준으로 인상했고 한국은 3%대에서 더 이상 인상하지 않고 있다. 두 중앙은행의 이런 결정은 단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미국에 비해 한국에서 물가상승의 고공행진이 더 오랜 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자연이자율의 결정에 가장 중요한 순이자율을 두 나라 경우에 모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분석에 추가해야 할 것이 있다. 한국, 미국, 일본, 대만, 유럽 등에서는 반도체, 인공지능, 제약과 바이오, 배터리와 전기 자동차 등에서의 투자가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에 화폐공급의 증대로 인한 각종 부작용인 경기변동, 단순 인플레이션 등을 상당부분 상쇄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이 요인은 코로나 발생 이후에 더 활발했을 것이다.

반기업정서와 반자본주의

모든 재화의 가격이 치솟자 최근 기업들은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의 용량을 축소하거나(소위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의 가격과 용량은 그대로 둔 채로 값싼 재료를 써서 비용을 줄이는 방법(소위 ‘스킴플레이션’)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언론계에서는 그런 행위를 가격 인상으로 규정하고 그런 인상을 단행한 기업들을 비난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 관계자는 기업의 그런 행위가 ‘정직한 경영방식이 아니다’라고 비판하고 실태조사를 통해 심각성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공언한 바 있다.

이번에 세계 각국에서 모든 재화의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앞에서 본 ‘단순 인플레이션’이고 그것은 궁극적으로는 통화공급 증대의 결과이다. 슈링크플레이션, 스킴플레이션 등은 기업들이 단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방법일 뿐이다. 즉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속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궁여지책(窮餘之策)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계와 정부 관계자는 그런 행동을 한 기업들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난 또는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계와 정부 관계자의 그런 행위에 대한 비난 또는 비판은 잘못된 것이다. 이것은 정작 문제를 만든 장본인이 단순 인플레이션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기업을 비난 또는 비판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야말로 이유 없는 ‘반기업정서’를 만든다. 그리고 언론계와 정부 관계자의 잘못된 비판은 슈링크플레이션, 스킴플레이션 등과 같은 근본적인 측면에서 화폐현상인 문제의 해결을 정말로 어렵게 한다.

다른 한편, 정부는 높은 물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소비 현장을 방문해서 재화들의 가격을 묻고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리는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최근의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에 대해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 대해 시민들은 또한 무슨 요구나 대응을 하고 있는가? ‘시민들은 그런 점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기는 하는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둘째, 행정부 고위 관료들의 그런 단속 행위가 북한 당국이 시민들을 억압하기 위하여 팔에 완장을 차고 시민들을 억압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행위의 의미는 자유계약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반자본주의’적이다.


태그 : #인플레이션#호황과_불황 #가격 #경기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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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각국 통계기관이 발표하는 실업률 수치는 현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조건으로 실업률을 측정하기 때문에 실업률의 추세를 보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국 통계기관은 2020년에 그 기준을 상당히 완화했기 때문에 2020년 이후 실업률 수치는 그 이전과 비교하여 또한 현실의 실업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라는 용어는 화폐 재고의 증가와 감소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학문세계의 토론과 일상생활 모두에서 말이다. 그러나 소위 케인지언 혁명을 거치면서 두 용어의 의미는 근본적으로 변했다. 1950년대에는 인플레이션은 가격들의 일반적인 상승을, 디플레인션은 가격들의 일반적인 하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고착되었다. 그러나 미제스와 라스바드는 1950년대 이후에 사용되게 된 두 용어의 정의는 과학적 토론을 위해서는 부적당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서는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에 대한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정의를 사용하기로 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인플레이션이란 화폐공급의 증가를 의미한다.
  3. 화폐공급이 증가할 때 재화들의 가격이 상승할 것인가는 다른 요인들도 영향을 미친다. 화폐재고, 모든 재화에 대한 교환수요, 모든 재화에 대한 예비적 수요, 화폐에 대한 예비적 수요, 즉 네 가지가 모든 재화의 가격을 결정한다. 이런 관계는 물론 재화의 가격과 화폐 간의 관계로서 전체적인 것이다. 그리고 화폐의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도 모든 재화의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만 경제학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경제학자들이 다루기 어렵다. 여기에는 개별 재화의 수요와 공급도 그 개별 재화의 가격을 결정한다. 코로나 기간에 수도권 지역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데는 부동산의 수요와 공급, 특히 공급 부족이 영향을 미쳤다. 결론적으로, 모든 재화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네 가지 요인들 중에서 2-3년의 단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화폐공급의 증가이다. 본문에서 단순 인플레이션은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만을 초래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이다. 그리고 개별 재화 관점에서는 그 개별 재화의 공급일 것이다. 주택과 같이 공급이 증가하는 데 3-5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한 경우는 특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