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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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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사회주의 계산 논쟁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다: 하이에크의 주장은 틀렸다

해외 칼럼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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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1-1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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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Hermann Hoppe
한스-헤르만 호페는 살아있는 오스트리아학파 학자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호페는 멩거, 뵘-바베르크, 미제스, 그리고 라스바드로 이어지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과 오스트로-자유주의(Austro-libertarianism)의 가장 뛰어난 대표자로서, 칸트(Immanuel Kant)와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의 합리주의 철학에 기초하여 미제스와 라스바드의 인간행동학 이론체계를 대폭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칼 멩거(Carl Menger)에 의해 창시된 오스트리아학파가 미제스의 인간행동학을 통해 완전한 선험적-연역적 이론체계로 탈바꿈했다면,—적어도 지금까지는—최종적으로 호페가 미제스의 방법론을 경제학을 넘어 형이상학과 윤리학에도 적용함으로써, 인식론, 윤리학, 그리고 경제학을 아우르는, 일종의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으로서의 오스트리아학파의 정체성이 완전히 확립되었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 : #경제계산과_지식의문제

원문 : Socialism: A Property or Knowledge Problem? (게재일 : 1996년)
번역 : 김경훈 연구원

  • 이 논문에 대한 한스-헤르만 호페의 요약: "저는 하이에크가 소위 계산 논쟁에 기여했다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사회주의 계산 논쟁에서 미제스는 올바른 견해를 펼쳤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하이에크는 사회주의의 근본적인 문제를 잘못 이해했습니다. 하이에크는 사람들이 알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곧 사회주의의 결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종류의 지식을 한 사람 혼자서 습득할 수 없기 때문에, 관료가 운영하는 사회주의 경제는 실패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하이에크의 견해와 달리, 저는 사회주의의 진정한 근본적인 문제를, 그 체제가 사유재산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음을 증명하고자 하였습니다. 사회주의에서 정보의 문제, 특히 가격에 대한 정보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그런 정보를 제공할 특정 유형의 사유재산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출처)
[2편] 슈퍼컴퓨터는 사회주의를 가능하게 만들지 않는다
[3편/完] 하이에크는 근본부터 틀렸다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 리뷰(The Review of Austrian Economics)"에 기고한 일련의 논문에서, 조셉 살레르노(Joseph Salerno)는 종종 동일시되는 루트비히 폰 미제스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경제이론과 사회이론의 비동일화(de-homogenize)를 시도하였다. 특히 살레르노는 사회주의에 대한 두 인물의 견해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사회주의 계산 논쟁에서의 미제스의 원래 주장이 애초부터 옳았으며, 또 궁극적으로 올바른 반면에, 하이에크의 기여는 명백히 미제스의 것과는 별개이며, 근본부터 잘못되었고, 단지 혼란을 가중시켰을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나는 이 글에서 살레르노에 대한 추가적인 지지를 제공하고자 한다.

미제스의 잘 알려진 계산논증은 다음과 같다: 만약 토지와 다른 생산요소의 사유재산이 없다면, 그것들의 시장가격 역시 없다. 따라서 경제계산이 불가능하다. 즉, 현재의 시장가격을 고려하며, 공통의 교환매개체인 (따라서 극히 중요한(cardinal) 회계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화폐적 측면에서 예상수익과 예상비용을 비교하는 것이 정말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사회주의의 치명적인 실수는 토지와 생산요소에 대한 사유재산이 없다는 것이고, 이는 경제계산의 부재를 함축한다.

그러나 하이에크에게 사회주의의 문제는 재산의 부족이 아니라 지식의 부족이다. 하이에크 고유의 논제는 미제스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1 하이에크에 따르면, 사회주의의 궁극적 결함은 특히 "특정한 시간적 그리고 공간적 환경에 대한 지식"이 다양한 개인들에게 사적으로 점유된 형태로 매우 넓게 분산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개인들이 점유하는 모든 실존하는 지식을 단일한(single) 사회주의 중앙계획자가 수집하고 처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practically) 불가능하다. 하이에크는 사회주의가 사유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바로 지식의 사용의 탈중앙화(the decentralization of the use of knowledge)이다.

그러나 하이에크의 이러한 주장은 확실히 어리석다.

첫째, 지식의 중앙집중적 사용이 문제라면, 왜 가족, 동호회, 기업이 존재하는지, 또 그들은 왜 사회주의와 같은 문제에 직면하지 않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가정과 기업도 중앙계획을 수반한다. 가장과 사장 역시 다른 사람들의 사적인 지식을 사용하기 위해 그것들을 한 군데로 묶는 계획을 수립하지만, 사회주의와 같은 계산의 문제에 직면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제스에게는 이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회주의 하에서는 사유재산이 없다. 반면에 개인 가정과 민간 기업은 사유재산 제도에 정확하게 기반한 것이다. 그러나, 가정과 기업이 원만하게 운영된다는 사실은 하이에크에게는 큰 혼란을 초래한다. 왜냐하면, 완전하게 탈중앙화된 사회라는 그의 생각은, 각각의 개인이, 직면한 상황에 대한 자신만의 독특한 지식을 바탕으로, 그 어떤 중앙계획이나 개인을 초월하는 (사회적) 규범 (예컨대, 사유재산권 제도) 따위에 제약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둘째, 만약 우리가 필요한 것(desidertatum)이 그저 사회에서의 지식의 분산된 사용 뿐이라면, 왜 유독 사회주의가 직면하는 문제가 다른 형태의 사회 조직들이 맞닥뜨리는 문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지 설명하기가 어렵다. 서로 다른 개인들로 구성된 모든 인간 조직은 불가피하게 분산된 지식을 끊임없이 활용할 수 밖에 없다. 민간 기업이나 가정에서만큼이나 사회주의에서도 분산된 지식을 활용한다. 다르게 말하면, 사회주의 하에서 중앙계획이 존재하는 것처럼 민간 기업에도 중앙계획이 있다. 계획의 이러한 제약 하에서, 사회주의 노동자들과 기업의 직원들 모두 계획을 이행하고 또 실현하기 위해 특정한 시간적 그리고 공간적 상황에 대한 그들 자신의 분산된 지식을 활용한다. 미제스에게, 이러한 공통점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하이에크의 분석틀 안에서, 사회주의와 민간 기업 사이의 차이는 존재할 수 없고, 따라서 사회주의가 민간 기업에 비해 나쁘다고 말할 근거도 없다.

분명하게도, 사회주의의 핵심 문제에 대한 하이에크의 논제는 무의미하다. 사회주의가 기업이나 가정과 절대적으로 구분되는 이유는 중앙집중적 지식의 존재 혹은 탈중앙화된 지식 사용의 부재가 아니다. 사유재산의 부재, 즉, 가격의 부재가 사회주의의 근본적 문제이다. 사실, 미제스와 미제스의 원래 계산논증을 종종 언급하면서, 하이에크 역시 이 점을 깨닫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신의 고유한 논증을 미제스와 통합하려는 그의 시도는, 새롭고 더 나은 이론적 종합을 제공하는데 실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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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점에 대해서는 대단한 호평을 받은 1945년 논문 "The Use of Knowledge in Society," reprinted in F. A. Hayek, Individualism and Economic Order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48). The Review of Austrian Economics Vol. 9, No. 1 (1996): 143-49 ISSN 0889-3047 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