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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3월호] 의료계와 복지부가 해야 할 일

국내 칼럼
사회·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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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03-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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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

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사회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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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1만 명 증원을 말함)을 두고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들이 정부와 강하게 대치하고 있다. 어느 쪽도 물러설 마음이 없어 보인다. 그 동안 애꿎은 국민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3월호에서는 지금 단계에서 의료계와 복지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검토한다.

첫째, 의협이 우려하는 것은 의대 증원으로 의사의 미래 소득이 낮아지는 것일 것이다. 과연 그런가? 의사 수가 증가하면, 즉 의사의 공급이 증가하면 소득이 낮아지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고령화율 상승(65세 이상 인구는 현재 900만명대에서 10년 뒤에는 1530만명대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으로 의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의사의 소득은 상승할 것이다. 정부는 2035년에 입원 일수는 현재 대비 45%, 외래 일수는 13%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다른 한편, 출산율의 하락으로 그만큼 의사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의사의 소득은 감소할 것이다. 고령화율 상승으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 등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지만 출산율 하락을 예측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화율 상승으로 인한 의료 수요 증대가 가장 큰 힘일 것이라는 추정은 명백해 보인다. 그러나 수요 증대에 의한 의사 소득 증대와 의사 공급 증대에 의한 의사 소득 감소, 두 힘 중에서 어느 쪽이 클 것인가는 정밀한 비교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 수가 상당히 늘어나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한국 의료계는 다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전공의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일주일 평균 77.7시간을 근무한다. 전공의의 52%는 주 8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의대 증원으로 전공의들이 증가하면 평균 노동시간은 상당히 감소하겠지만 전공의들에 대한 처우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공산이 크다. 전공의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금도 전공의들이 받는 평균 임금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것이 전공의 집단 근무지 이탈의 진정한 원인이 아닐까 추정해 본다. 전공의들도 주당 40-50시간 정도만 병원에 근무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대 증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와 함께, 전공의들의 임금을 올려주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병원의 수익성도 제고가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전공의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의료계와 복지부가 지금 당장 풀어야 할 숙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의협을 포함한 의료계, 정부, 언론, 그 누구도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전공의들은 수련과정에서 후임이 선임에게 상당한 뇌물을 갖다 바친다는 소문이 시중에 파다하다. 이 점에 대한 개혁도 시급하다.

의대 증원은 대학 의대 운영에도 필수적이다. 40명 이하의 미니 의대가 많다는 것은 의학 교육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함으로써 국가 차원에서 잃는 손실이 작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계량화가 어렵지만, 그 손실이 작지 않을 것이다. 의대 증원은 의대 의학교육을 정상화시켜 의사 양성 관련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요약하면,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한 데 대하여 반은 이해가 되고 반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의협이 의대 증원 반대를 외치는 것은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없다. 국가 차원에서, 의대 증원으로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의대 정원은 교육부와 복지부가 규제할 것이 아니라 각 대학교 의대의 자율에 맡겼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의대생 정원 규제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의료비에 대해 의협과 정부는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의협은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씩 늘리면 2040년엔 국민 한 명이 매달 건강세금(공식 명칭은 건강보험료라고 하지만 저자는 실질적으로는 그것이 건강세금이라는 점을 이전 미제스 와이어에서 지적한 바 있다)으로 6만원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진료비의 10년간 증가율은 7.9%인데 이 중 의사 수 증가 요인은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그들 주장을 잠시 접어두고 건강세금 재정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건강세금 재정은 2019년에 수입이 70.5조 원, 지출이 67.6조 원으로 잉여금이 2.9조 원이었다. 2023년에는 수입이 92.2조 원, 지출이 92.0조 원으로 잉여금이 0.2조 원이었다. 두 연도 모두에서, 겉으로는, 흑자가 나고 있다. 그러나 세부 항목을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세부항목에서, 국고지원금은 2019년 6.0조 원, 2023년 9.1조 원이다. 정부지원금은 국고지원금보다 더 많지만 그 점은 무시하기로 한다. 국고지원금을 포함하면, 적자는 2019년에 3.1조 원, 2023년에는 8.9조 원이 된다. 건강세금 재정은 2019년 훨씬 이전부터 사실상 적자였고 2023년에는 그 크기가 작지 않다. 그리고 2024년 이후에 적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고 의협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건강세금의 적자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들도 무시할 수 없다. 첫째, 고령화율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적자의 누적은 이전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둘째, 역대 대통령이 보험 혜택 범위를 강화함으로써 건강세금 재정을 악화시켜 왔다. 문재인 정권 때 이런 현상이 크게 일어났다. 환자는 혜택을 받아서 좋지만 국민 전체는 누적된 적자를 세금 인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앞에서 지적한 두 요인 모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마디로, 의사 수를 늘리지 않더라도 향후 건강세금은 적자가 더 누적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정부가 건강세금을 징수할 때 장기요양세금도 징수하고 있다. 현황을 보면, 2019년에 수입이 4.9조 원, 지급이 7.7조 원으로서 적자가 2.8조 원이다. 2023년에는 수입 10.2조 원, 지급 13.2조 원으로서 적자가 3.0조 원이다. 장기요양세금 재정은 요양보호 정책에 따라 달라질 것이지만 고령화 정도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건강세금과 장기요양세금의 적자를 합산하면 2019년 5.9조 원, 2023년 11.9조 원이다. 두 세금의 합은 이미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잘 보여준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검토할 것이 있다. 현행 의료수가가 낮아서 지역 의료와 필수 의료가 매우 부족하고 그런 부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대한 대응책은 수가를 올려야 한다고 의협은 주장하고 있다. 옳은 주장이다. 문제는 건강세금 재원이다. 지금도 적자를 내고 있는 현실에서 두 부문에서 의료 수가를 인상하면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의료 수가도 조정이 필요하지만 의사 수의 증가로 인한 의사에 대한 임금을 낮추어 병원 경영과 건강세금과 장기요양세금 재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토록 해야 한다. 수가 조정보다 의사 수 증가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의료계는 의대 증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그와 동시에, 의료계는, 복지부와 공동으로, 전공의들의 임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할 뿐만 아니라 지역·필수 의료에 의사가 더 많이 배분되도록 의료 수가를 조정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여기에 병원 경영환경도 자세히 들여다볼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건강세금과 장기요양세금을 개혁하는 일도 필수이다.


태그 : #건강 #간섭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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