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ES WIRE

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지난 8월 10일 ‘더 플랫폼’(오피니언 리더들의 토론모임)은 ‘8·15광복과 자유민주주의’라는 주제로 특별세미나를 열었다. 여기에서는 여러 명의 발표자의 주장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만 검토한다.

첫째, 한국은 ‘자유민주정’(democracy)의 국가라는 것이다. 공적인 문제에 대한 의결 기구인 국회의 의사 결정과정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국회의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만 있으면 법이 제정되고 그런 법을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한다. 정치학에서는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는 제도를 ‘단순 다수결’이라고 한다. 만약 어떤 주제에 대해 100명 중에서 51명이 찬성하고 49명이 반대하더라도 그 법안은 가결되고 우리 모두는 지켜야 한다. 그러나 단순 다수결도 민주정이지만 자유를 지향하지 않는다면 자유민주정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49명이 반대하는 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결코 자유민주정이 아니라는 점은 여러분도 잘 안다.

무엇보다도, 단순 다수결은 매우 위험한 의사결정 방법이다. 예를 들어, 만약 51%의 사람이 사회에 해롭다는 이유로 빨간 머리를 한 사람을 죽여야 한다고 결정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다른 예를 들어본다. 문재인 정권 때 한국 국회는 주택의 임대차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했다. 당연히 그런 연장은 임대인을 불리하게, 임차인을 유리하게 한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런 연장에 반대했지만 국회는 단수다수결 원칙을 이용하여 그런 결정을 했다. 불리해진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 연장에 따른 그런 불리함을 극복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한국의 민주정은 대부분의 경우에 ‘사회민주정’이고 자유민주정은 아주 예외적이기 때문에 한국을 사회민주정 국가로 규정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세미나 발표자 다수는 한국을 자유민주정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둘째, 독일, 프랑스 등과 같은 국가를 서양 자유민주정 국가로 분류하고 스웨덴과 같은 국가를 최상위급 자유민주정 국가로 규정한다. 주지하듯이, 대부분의 서양 국가는 단순 다수결 원리를 채택하여 국정을 결정해왔고 그 때 그렇게 결정된 국정은 대부분은 복지국가를 지향하거나 사회주의를 지향해 왔다. 그래서 100명 중에서 51명의 자유 또는 복지를 위하여 49명의 자유 또는 복지를 빼앗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러므로 서양의 국가들을 자유민주정으로 분류하는 것은 모두 틀린 것이다. 특히 스웨덴은, 다른 서양 국가와 비교하여, 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복지 모범 국가이자 바로 그 이유로 사회주의 국가이다.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을 보면 스웨덴이라는 국가는 사회민주정이 분명하다. 이 점은 다른 서양 국가도 다르지 않다. 지금의 세계에서 자유민주정 국가는 없고 사회민주정이 서양 국가를 지배하기 때문에 서양 문명이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셋째, 어떤 국가가 사회민주정을 채택한다면 그 국가가 도착하는 종착역은 필연적으로 사회주의이다. 민주정의 본질이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결과를 피할 수 없다. 지금의 서양 국가 대부분은 사회민주정이 대세가 되면서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국가가 된지가 오래이다. 사회주의는 필연적으로 존속 가능하지 않다. 위대한 경제학자 미제스가 오래 전에 그 점을 논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포함한 서양의 모든 나라가 사회민주정 국가가 된지가 오래이다. 오늘날 서양 문명이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자유민주정을 버리고 사회민주정을 채택한지가 오래이기 때문이다. 다른 요인이 일정하다면 말이다.

한국이 자유민주정 국가라는 주장을 하는 다수의 정치학자는 그런 엉터리 주장을 그만두고 지금 한국이라는 국가가 지향해야 할 목표로서 자유민주정을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가 위기인 이유는 그런 지식인의 엉터리 지식 때문이다.

태그 : #정치비판 #사회민주주의

썸네일 출처 : 아트구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