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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와이어 11월호] 전원일기: 동물사료용 쌀과 가족주의의 근원

국내 칼럼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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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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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세금과_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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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니’ 역을 맡았던 김수미라는 배우가 지난 달 25일 작고했다. 필자는 여기에서 김수미라는 배우보다는 전원일기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주지하듯이, 전원일기는 인기 드라마였을 뿐만 아니라 그 인기 덕분에 20년 이상 방영된 최장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전원일기가 방영을 시작한 시점인 1980년은 우리 사회의 ‘이촌향도’가 본격화하면서 농촌이 해체되는 시점으로 볼 수 있다. 그 드라마에서 일용엄니는 가난한 농촌 가정을 대표하는 어머니였고, 까막눈이었으며, 질투심 많고 다소 엉뚱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설정되었다. 무엇보다도, 드라마 전원일기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전원일기를 볼 때마다 두고 온 고향, 즉 농촌에 대한 향수와 무식하지만 인정 많은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을 것이다.

문제는 고향에 대한 향수와 가난한 농촌이라는 배경이 한국 정부의 농업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는 점이다. 정부의 쌀 관련 정책을 아주 간략히 요약해본다. 김영삼 정부 시기에 쌀 시장 개방을 완전히 막았다. 그리고 정부가 추곡수매가라는 제도로 최저가격을 설정하여 그 가격에 무한정으로 농민으로부터 쌀을 매입했다. 이 때 최저가격이란 자유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보다 언제나 높은 가격을 말한다. 두 가격의 차이가 쌀 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정부가 제공하는 보조금이다. 그 보조금은 수확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가난한 농민보다는 부자 농민을 돕는 제도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복지제도의 일부라고 말 할 수도 없다.

정부는 언제부터인가 추곡수매가 제도를 폐지하고 일정한 양을 사들여 쌀 가격을 유지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올해는 지난 9월 10일 정부는 햅쌀 10만 5천 톤을 사들여 동물사료용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쌀 가격이 예상보다 더 하락하자 9만 5천 톤을 추가로 매입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80kg 기준 20만원이라는 목표 가격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정부가 더 사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세계무역기구와의 약속에 따라 쌀을 매년 40만 8,700톤을 5%의 관세로 의무 수입해야 한다. 여기에다가 정부는 양곡 비축·판매 과정에서 연간 5,0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부담하고 있다. 비축된 쌀이 3년을 넘기면 주정용 또는 동물사료용으로 헐값에 판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쌀이 남아돈다고 동물사료용으로 판매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필자가 던지는 질문은 한국 사회에는 지금 청년실업자들도 엄청나게 많은데 왜 이런 어리석은 짓을 정부가 지속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단순히 농민이 ‘특수이익집단’(special interest group)이면서 단일 집단으로서는 가장 정치력이 세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충분한 대답이 되지 못한다.

필자는 그 대답을 전원일기라는 드라마에서 찾고 싶다. 한국의 주요 도시, 특히 서울·경기 지방은 대부분의 사람이 고향, 즉 농촌을 떠나온 사람이다. 그런 고향에는 무식하지만 인정 많은 어머니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원일기로 각인된, 두고 온 고향에 대한 향수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한국 정부의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장기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일 것이라고 필자는 직관한다. 도시민 누구도 그렇게 긴 기간에 쌀 가격에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 것이 그 증거로 볼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지금 가족주의가 만연해 있다. 심지어 자기 남편을 부를 때도 ‘오빠’라고 한다. 이것은 가족주의가 덜 심한 경우이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자기보다 나이가 상당한 연장자이면 남자에게는 ‘아버님’, 여자에게는 ‘어머님’이라고 부른다. 가족주의가 한국 사회에 확산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가족주의의 근원이 전원일기에 있다고 저자는 직관한다. 드라마 전원일기에 나오는 마을은 공동체가 되어 내 것과 네 것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살아갔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남편을 오빠라고 부를 정도로 가족주의가 널리 확산되어 있지는 않았다. 가족주의는 좋은 점도 많겠지만 나쁜 점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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