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적 질서'라는 표현은 엄격한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과 충돌하는 잘못된 것이다
Dan Sanchez
- 자유주의 작가 겸 경제교육재단(FEE) 편집자
원문 : Are markets (and other social phenomena) really “spontaneous”? (게재일 : 2011년 3월 5일)
번역 : 김경훈 (서울대학교 대학원생, 과학철학)
'자생적'(Spontaneous)이라는 용어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영어에서 이 단어는 '충동적'(impulsive)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는데("그는 즉흥적으로 춤을 주기 시작했다(he spontaneously started dancing)" 처럼) 이는 분명 (시장이나 다른 사회현상을 설명하는데) 적합하지 않은 서술이다. 생물학에서 '자생적'은 (유기체의 통제 바깥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난다는 뜻인) '비자발적'(involuntary)과 동의어로 여겨지는데 이 역시 인간 행동에는 적용될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자생적'이라는 표현을 시장과 관련하여 사용해야 한다면, ('자연발화'(spontaneous combustion)라는 단어에서 이 용어가 쓰이는 것과 비슷하게) 시장 활동의 경향이 시장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결정된다는 의미에서 "외부요인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그나마 그럴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생적'이라는 용어는 "보이지 않는 손" 또는 "자연적 질서"와 같은 문제점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이 용어들은 사회현상이 인간의 의도적 행동과 무관한, 신비주의적이거나 기계론적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는 특히 목적지향적이고, 계획적이고, 자발적인 인간행동에 기초하여 일관된 사회과학적 설명을 제공하려는 오스트리아학파 전통에 적합하지 않다. 나는 자생적 질서 대신에 '협력적'(cooperative), '다중심적'(polycentric), '분산적'(distributed) 질서라는 표현이 훨씬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나는 '메커니즘' 대신에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는 조 살레르노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가 말하기를:
첫째,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모호하고, 불투명하고, 신비로운 은유는 가격 책정의 과정에 대한 현대 오스트리아학파 개념의 풍부함을 포착하기에는 부적절하다. 그것은 시장경제의 적들에게 쉬운 표적이 될 수 있으므로 포기되어야 하는 용어이다. (...)
... '가격 메커니즘'이라는 용어는 지나치게 기계론적이고 가격을 결정하는 역동성과 인간적 경쟁을 보여주지 못한다. 나는 뵘바베르크가 제안하고 미제스가 즐겨 사용한 '가격 책정 과정'(pricing process)이라는 용어를 제안한다.
[역자주] 살레르노는 그의 대표적인 논문 "사회적 합리주의자로서의 미제스"에서 미제스는 사회 또는 경제현상을 자생적이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음을 밝히고 있다.
미제스에게 있어 인간적 또는 사회적 관계의 복합체는 근본적으로 합리적 설계의 산물이다. 각 개인이 교환 관계와 사회적 분업에 참여하는 데 따른 장래의 이익과 비용을 미리 고안하고 비교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자생적'이거나 '설계되지 않은' 것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pp.49-50.
잘못된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된 사회적 부조화는 사회붕괴의 가능성을 높이고 인간 행동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록, 미제스의 용어를 빌리자면 '자기도 모르게 행동할 수록'(unwitting)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사회 규범, 정책, 제도가 '설계되지 않고' 사전에 완전하고 올바르게 계획되거나 논리적으로 일괸된 이데올로기에 충분하게 기초하지 않을 수록, 사회의 지속적인 존속은 위기를 맞게 된다. pp.50-51.
어떤 사회 제도도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전적으로 자생적이거나 의식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진화할 수 없고, 실제로도 그런적이 없다. pp.52-53.
Salerno, Joseph. (1990). Mises as Social Rationalist. The Review of Austrian Economics. 4. 26-54. 10.1007/BF02426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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