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Liberty is always freedom from the gover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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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스 연구소 특별 칼럼] 인간행동학 측면에서 본 '혼돈의 한국'

국내 칼럼
정치·외교
작성자
작성일
2024-12-1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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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덕
1952년 대구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퇴직하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한국 미제스 연구소의 학술분야를 총괄하는 아카데미 학장으로서,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시장경제에 관한 연구, 강의, 발표 등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왔다.

주제 : #한국정치

인간의 행동 중에서 경제행위만을 다루는 학문이 경제학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이 처한 위기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행동학(praxeology)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를 전후한 한국인들의 행동을 인간행동학적 관점에서 조명해 본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체제는, 주지하듯이, 민주정(democracy)이다. 토크빌이 말했듯이, 민주정의 최대의 약점은 다수가 소수를 겁박하고 탄압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여소야대이다. 물론 그것은 국민이 그렇게 만들어 놓았고 간접적으로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 하도록 자극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정을 토크빌이 말하는 함정에 빠뜨리지 않으려면 국민이 민주정의 그런 약점을 알고 다수의 횡포를 걱정하고 야당을 비판했어야 했다. 그러나 야당 지지자들과 정치가들의 일부는 야당의 횡포를 부추기기까지 해왔다. 그럼에도 필자가 다수의 겁박에 소수가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을 찬성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필자는 민주정이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다수가 그만큼 더 조심해야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그 위에, 이 번에 민주정을 위기에 빠뜨린 정치인(들)이 누군인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민주정에서 다수라고 말할 때 ‘수적’ 다수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농민의 수는 비농민의 수보다 형편없이 적지만 쌀가격은 오랜 기간 농민을 위하여 일정 가격 이상으로 유지되어 왔다. 즉 다수란 ‘정치력’에 있어서 다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보면 실업급여를 포함한 각종 복지제도도 쌀 가격 지지와 매우 유사하다. 여기에 이르면 민주정은 다수가 소수를 겁박, 탄압, 약탈하는 일을 막기가 매우 어렵고 바로 그 때문에 민주정은 언젠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일본 등에서 정부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00-200%라는 사실은 두 국가의 민주정이 오래 전에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이다. 서양문명의 다른 국가들도 미국, 일본 등과 큰 차이가 없다.

민주정을 포함한 모든 정치체제는 물론 사람이 운영한다. 정치체제를 운영하는 핵심 인물들은 대통령,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 국무총리와 장관들, 여야 당대표들, 헌법재판관들, 대법관들, 국정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각 시·도 지사들, 군 지휘관들 등이다. 그 이외에도 많은 인물이 정치체제 운영에 관여하지만 지면상 생략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지식인이라는 것이다. 그들, 즉 지식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정의롭고, 공적인 문제를 사심 없이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을 흔히 ‘수신제가치국평천하’(수신齊家治國平天下)라고 한다. 앞의 말에서 수신제가가 중요하다. 그 뜻은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다스린다는 것이다.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체제 운영에 관여하는 지식인들의 다수는, 단언컨대, 수신제가가 안 된(또는 덜 된) 사람들이다. 다시 말하면, 지식인들, 그 중에서도 정치인들은 부패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민주정이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는 두 번째 이유이다.

지식인보다 범위를 넓혀 한국인 전체를 보면 그들도 수신제가 같은 가치는 던져 버린지 오래이다. 그러면 한국인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물질이고 다르게 표현하면 ‘돈’이다. 이념적으로는 ‘물질주의’라고 하겠다. 지금의 한국인은 값비싼 아파트, 비싼 외제차 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높은 자리의 권력도 돈을 많이 받거나, 권력을 이용하여 타인의 재산을 약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타인을 지배하는 것도 그것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한국인들은 자신이 이웃보다 좋은 자동차. 좋은 집을 사기 위해서 살벌하게 경쟁한다. 거기에 ‘정의와 공정’이 들어갈 틈이 없다. 교육은 여러 겹이 있다. 학교교육, 가정교육, 사회교육, 스스로의 교육과 깨달음 등이다. 불행한 것은 그런 모든 교육이 돈을 추구하기 위한 줄 세우기 경쟁에 몰입되어 있고 수신제가를 위한 교육은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지식인들, 특히 정치인들 중에서 수신제가가 안 된 사람이 많은 것은 궁극적으로는 ‘물질주의’ 때문이다. G20 국가 중에서 책을 안 읽는 사람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불명예가 가져온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의 대한민국 민주정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인간이 민주정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그 위기를 조금 늦출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은 서양의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유일한 방법은 민주정 자체를 혁파하고 다른 정치체제, 예를 들어 ‘아나코 자본주의’(anarcho-capitalism; 아나코 자본주의는 무정부주의가 아니다. 정부의 기능인 국방, 치안 등을 민간 기관이 맡는다는 점에서, 민간 기관은 스스로 강제력이나 권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민주정과도 다르다. 국민 주권자만이 강제력 또는 권력의 범위를 결정하고 위임할 수 있지만 언제나 그 강제력을 몰수하여 다른 민간 기관으로 옮길 수 있고 축소 또는 확대할 수도 있다)로 대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나코 자본주의도 지식인들의 수신제가가 없다면 지속 가능한 체제가 아니다. 따라서 지식인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집, 학교, 종교 단체를 포함한 각종 단체, 직장, 이웃 등에서 물질주의를 버리고 수신제가를 우선하여 배우고 익혀야 한다. 그렇게 하여 보통 사람들이 여러 가지 방법에 의한 배움을 통해 ‘교양있는 시민’으로 거듭나야 한다.

자유와 번영은 성취하기도 어렵지만 유지하기는 더욱 어렵다. 즉 그것들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태그 : #정치현안 #정치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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