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과 민주정, 이제는 대안을 모색할 때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자유헌정질서를 유린하는 반국가세력을 척결한다는 것이 계엄 선포의 명분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지금까지 자유의 가치를 잘 지켜왔을까?
윤석열은 대통령 후보자 시절 인터뷰에서 미제스의 저서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그의 행보가 미제스의 가르침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임은 “자유는 언제나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는 미제스의 대표적인 인용구만 살펴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번 계엄령 사태가 일어나기 이전에도 윤석열 정권의 행보는 미제스의 자유주의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왔다. 강제로 징집된 병사가 사고로 사망하였을 때에는 국가권력의 수장으로서 사과는커녕 권력을 사용하여 해당 병사가 속한 부대의 장성을 옹위하는 데 힘썼다. 또한, 해외 직구를 금지함으로써 자유로운 소비를 규제하고자 시도하였고, 감세를 주장하면서도 대통령실 이전, 정부 부처 신설 등의 구실로 정부의 지출을 축소하지 않는 등 오스트리아 학파 경제학에 입각한 경제정책이라고 볼 수 없는 정책들을 펼쳐왔다.
그러한 비자유주의자 윤석열 대통령은 또다시 ‘자유수호’를 언급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 자유는 언제나 반국가적이다. 오스트리아 학파의 또 다른 거장인 머레이 로스바드는 그의 저서 ‘국가의 해부(Anatomy of the State)’에서 국가는 태생적으로 사회에 기생할 수밖에 없는 기관으로, 완전한 자유시장질서와 국가주의는 양립하기 어려움을 역설하였다. 1윤석열이 자유질서 수호를 외치는 동시에 자신에 반하는 자들을 반국가세력으로 상정한 것은 그야말로 형용모순이다.
비상계엄 발발 직후 그리 길지 않은 6시간 만에 국회의 해제 요구안을 대통령이 수용하며 해제되었고, 해제 이후 약 10일이 지난 12월 14일에는 국회에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었다. 국회 앞에 모여 있던 시민들은 민주정의 승리를 외치면서 환호하였다. 과연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었기 때문에 이번 사태와 같은 자유의 중대한 침해와 독재자 탄생의 미수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일까? 오히려 반대이다.
로스바드가 ‘국가의 해부’에서 설명하였듯이, 국가는 어떠한 생산적인 활동 없이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재산을 약탈하고 폭력을 독점함으로써, 즉 사회에 기생함으로써 연명하는 기관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권력을 축소시키고, 결국에는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자유시장질서에 따라 제공되어야 할 당위성을 자유주의라면 어렵지 않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2그렇다면 현대 많은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정치체제인 민주정은 우리 사회를 이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까?
오히려 현재의 민주정은 과거보다 더욱 비대해진 국가의 권력과 사회적, 경제적 개입을 정당화하고, 사회에 기생하는 계층의 책임을 호도하는 수단이 되었다. 과거의 국가의 지배 계층이 행한 약탈과 폭력은 온전히 당시의 군주와 귀족 계층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도 정치인 계층의 본질은 과거의 군주, 귀족들에 비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모두가 평등한 투표권을 가지고 선출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약탈 행위는 그 실체가 모호한 ‘유권자의 민의’로 정당화된다.
그렇다면 반대표 또는 무효표를 통해 그들을 견제하고 경고하자는 주장은 어떠한가? 다음에 있을 선거에 대한 의사 표현으로 효과적일 수는 있어도,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보통선거에 의한 투표에 참여하는 행위 자체가 해당 선거를 통해 당선된 자의 임기 동안의 권위와 권력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활동 중인 정치인들은 대한민국의 민주화 이후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였는가? 여야 모두 그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가치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다음 총선까지의, 다음 대선까지의 표심 유지만을 목표로 근시안적인 국가주의 정책을 펼쳐 왔음은 자명하다. 지난 30년, 대한민국의 민주정은 포퓰리즘성 재정 정책의 남발로 인한 자산가격의 왜곡을 일으켜왔고, 안보와 성장이라는 명목으로 국가 권력의 비대화와 정부의 사회 개입을 키워왔다. 그들이 어떤 사상, 어떤 가치를 내세우더라도 그들의 본질은 하나이다. 여야의 정치인들 모두 결국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자 하는 국가주의자’인 것이다.
자유는 인류 전체의 복지 증대에 있어 중요한 가치이다. 자유로운 학문과 기술 발전의 추구와, 개개인과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이 보장되었을 때 인류의 문명은 발전해왔다. 민주정으로는 이러한 가치를 실현할 수 없음을 인류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지켜봤다. 이제는 그 대안으로 아나코 자본주의, 달리 말하면 무정부적 자유주의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국가가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명분으로 조세 정책과 무력 독점을 통한 사회 개입을 정당화하고, 중앙은행을 통해 시장과 화폐의 왜곡을 불러일으키는 사회가 아닌, 개인 간, 또는 개인과 기업 간의 자유로운 계약에 의해 유지되는 진정한 자유주의적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자유주의를 성공시키기 위해 현대 사회에서 자유주의자들은 어떤 전략을 취할 수 있을까? 크게 두 가지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하나는 미국 미제스 연구소의 회장 류 락웰이 제시한 조직적 투표 거부를 하는 방법이고, 하나는 국가주의에 대한 지적 비판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투표에 참여하는 행위 자체가 당선된 자의 권위와 권력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그렇다면 투표를 하지 않고, 그들의 행위를 비판함으로써 정치인들의 귄위 그 자체를 부정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 시민 교육이 주장하는 ‘무투표는 정치 무관심’이라는 프레임을 넘어, ‘무투표를 통한 사회 구성원들의 체제 불신임’을 보여야 한다.3
로스바드가 언급하였듯이 국가주의에 대한 지적 비판의 확산은, 국가가 마주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협이다. 4미제스, 로스바드, 그리고 호페와 같은 위대한 자유주의 사상가들의 생각을 널리 알려야 한다. 현대는 특히나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달리 말해서 누구든 이들에 대한 정보, 그들의 저술을 어디에나 퍼뜨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진정한 자유는 언제나 국가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 이 땅에 진정한 자유를 가져오기를 원한다면 이제는 민주정이 아닌 대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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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출처 : 아트구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