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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이 정부의 1년: 밀레이는 자유주의자가 아니라 사기꾼이다

해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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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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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fedean Ammous

사이페딘 아모스는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고 레바논아메리카 대학의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국 레바논과 베네수엘라의 초인플레이션에 의한 파국적 경제 붕괴를 겪는 참상을 보고, 특정 권력이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고 찍어낼 수 있는 법정화폐의 모순점을 파고들고자 오랜시간 세계 경제 현장을 파헤치며 통화 시스템의 변천을 추적했다. 전 세계 비트코인 경제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인 『The Bitcoin Standard』(한국어 번역본: 달러는 왜 비트코인을 싫어하는가)의 저자로 유명하다.

주제 : #인물평가

원문 : Javier Milei One Year Assessment (게재일 : 2025년 1월 13일 )
번역 : 김경훈 (서울대학교 대학원생)


아르헨티나에 ‘경제 기적’이 일어났다며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은 여러 통계 자료들을 인용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통계인 통화량 측정과 공공 부채 증가는 무시하고 있다.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하며 라스바드를 지지한다고 떠벌리는 대통령의 집권 하에서, 2024년 아르헨티나의 통화량은 다음과 같은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였다.

M0(본원통화): 209%

M1(협의통화): 133%

M2(광의통화): 93%

M3(총유동성): 123%


이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위해서, 아르헨티나의 페소화가 세계에서 가장 악명높은 문제적 화폐로 주목을 받았던 지난 몇 년간의 통화량 수치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

2020년부터 2023년의 4년 동안, 아르헨티나의 통화 공급의 연평균 성장률은 다음과 같았다:

M0: 50%

M1: 77%

M2: 90%

M3: 86%


여기에 더하여, 밀레이의 취임 첫 6개월 동안 공공 부채는 3,700억 달러에서 4,420억 달러로 19.4%라는 놀라운 증가율을 기록했다. 만약 6개월 동안 720억 달러의 돈을 빌려서 사용한다면 모든 경제 통계는 좋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문제는 장기적인 결과에 있다. 돈을 새로 인쇄하거나 빌리면 단기적 성장율, 빈곤율, 실업률, 또는 인플레이션 등의 수치에서 좋은 변화가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빚을 만드는 것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미래에 고통을 미룰 뿐이다. 우리는 아르헨티나의 상황이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아르헨티나는 더 나빠질지도 모른다.

밀레이는 대선 운동을 하면서 중앙은행을 폐지하겠다는 구호를 앞세웠고 여기에는 결코 타협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모든 발언은 취소되었고, 중앙은행 폐쇄는 정치적으로 매우 인기가 없기 때문에 추진하기 어렵다는 교활한 수사로 대체되었다. 이 과정에서 밀레이는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정당화하는 데 항상 핑계 삼아 왔던 것과 정확하게 동일한 국가주의적 헛소리를 지껄였다: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 고통은 너무 심할 것이므로 장기적 결과가 어떻게 되던 상관없이 인플레이션의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파산은 이미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이다. 중앙은행을 구제하려는 모든 시도는 현재 당면한 문제를 미래로 미룸으로써 부채 상환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밀레이는 미래를 희생하며 단기적 성공을 추구해왔던 그의 전임자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또한 밀레이는 공공 부채에 대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거부하였다. 그러나 채무불이행은 전임 대통령들의 미친 경제적 실패로 신음하며 영원한 빚의 노예로 전락한 국민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해결책이고 라스바드주의 관점에서 매우 정당하다. 외채에 대한 채무불이행과 중앙은행의 폐쇄는 몇 달간의 고통스러운 조정을 초래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후 아르헨티나의 경제는 안정적으로 회복될 것이고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거나 국민에게 빚을 지게 하는 가능성조차 원천 차단될 것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더 이상 화폐를 마음대로 인쇄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정부가 자의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외국 화폐와 비트코인이 경제의 지배적인 교환매개체로 작동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정부권력도 제한될 수 있다.

밀레이는 중앙은행을 폐쇄하지 않고 화폐발행을 늘림으로써 아르헨티나의 미래에 경제위기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그는 채무불이행을 선언하지 않고 이전 행정부에서 아르헨티나에 재앙을 가져온 은행가들을 그대로 고용함으로써 또 다른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되는 미래를 꿈꾸는 것 같다. 이로 인해 아르헨티나의 국민들을 할아버지, 아빠, 그리고 손자에 이르기까지 빚에 허덕이는 노예상태로 전락할 것이고 미래에 더 심각한 재정 위기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놀랍지 않게도 밀레이는 세금을 크게 인상하고 있으며, 그가 TV에서 떠벌리는 것과 달리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에 대해 거의 이해하는 바가 없다는 점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더 많은 정부 차입을 촉진하기 위해 세금을 인상하는 것은 국제 은행 카르텔과 IMF의 범죄자들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아르헨티나 국민을 희생하는 범죄일 뿐이다. 이는 IMF를 지배하는 케인스주의자들이 개발해낸 폭압적 정책이고 실제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

밀레이는 예산 적자를 줄이는 것에 대해 크게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이는 아르헨티나가 당면한 경제적 문제 중에서는 사소한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문제는 큰 예산 적자가 아니다. 사실 아르헨티나의 예산 적자는 GDP의 4% 미만으로 인플레이션과 재정 문제가 없는 대부분의 유럽국가와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럽국가들과 다르게 아르헨티나가 유독 엄청난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통화량 증가와 공공 부채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밀레이 정권 하에서 이 두 가지가 모두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밀레이가 아르헨티나에 조금밖에 없는 금들을 런던에서 팔아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안정적인 통화자산을 고작 몇 푼 벌고자 포기한다는 점에서 어리석은 일이다.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은 그의 저서 <금융의 지배(The Ascent of Money)>에서 1946년 후안 페론(Juan Domingo Peron) 대통령이 중앙은행을 방문하면서 아르헨티나의 경제 문제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당시 아르헨티나에는 1,000톤이 넘는 금이 있었고 페론과 그의 후계자들은 국민의 돈을 뒷받침해야 할 금 보유량을 팔아넘겨서 지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는 유혹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 이후 80년간 아르헨티나는 그러한 어리석은 결정으로부터 당연하게 예측할 수 있었던 재앙을 맞이하고 말았다. 수십 억 퍼센트 포인트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과 수 많은 채무불이행을 겪은 오늘날 아르헨티나의 금 보유량은 61톤 수준에 불과하다. 밀레이는 부채를 갚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IMF 대출을 받기 위해서 조금밖에 남지 않은 금을 팔아치우기로 결정함으로써 페론이 남긴 인플레이션 유산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아르헨티나는 이제 안정적인 통화자산이 전무하며 정치적, 경제적 위험으로 가득 찬 외국은행으로부터 진 부채만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밀레이는 라스바드주의자가 아니라 페론주의자이다. 밀레이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라스바드’의 이름을 호명한다면 라스바드는 무덤에서 통곡할 것이다.

이러한 통계수치는 소위 아르헨티나의 ‘경제 기적’이라는 과대광고와는 놀라울 정도로 정반대인 사실을 지시한다. 만약 이러한 통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리버테리어니즘과 자유시장을 찬미하는 그의 모든 수사적 떠벌림에도 불구하고, 밀레이는 페론 이후 아르헨티나의 모든 지도자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라틴 아메리카의 전통적인 포퓰리스트이자 인플레이션주의자로서 상황을 장기적으로 더 악화시킬 뿐인 인플레이션과 부채를 통해 단기적인 인기를 얻으려고 안달이 났을 뿐이다. 그의 자유시장 수사학이 얻어낸 유일한 성취는 가난한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비트코인과 같은 효과적인 대안을 찾으려고 두는 대신에 그들을 속여서 이미 파산한 중앙은행을 다시 신뢰하도록 유도하는 것뿐이다. 사회주의를 맹렬히 비난하는 그의 입담은 듣기 좋을 수 있다. 그리고 그의 히스테리적인 행동, 감정적인 포효, 의기양양한 자태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을 열광시킬 수 있다. 그러나 비극적이게도 밀레이를 열렬히 지지하는 국민들은 잔인한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최근에 한스헤르만 호페는 밀레이를 ‘폭군’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한 적이 있고 밀레이는 이에 맞서 호페를 공격하였다. 하지만 호페의 비판은 절대적으로 올바르다. 경제학을 이해하고 권력이 아니라 국민의 삶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중앙은행을 폐쇄하거나 채무불이행을 선언했어야 하지만 밀레이는 그러지 않았다. 밀레이는 호페의 인격을 모욕하고 경제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라고 조롱했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밀레이는 중앙은행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경제학 논리에 근거하여 제시하기 보다는 모든 사회주의자와 케인스주의 정치인들이 의존해온 교과서적인 정치적 논리에 호소하였다. 즉, 인플레이션을 막는 데 드는 정치적 비용이 너무 치명적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밀레이가 경제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에 몰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밀레이와 그의 동료 사회주의자들 그리고 케인스주의자들이 옳은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호페가 중앙은행에 대한 가장 기초적이고 어리석은 정치적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로 그를 경제적 문맹이라고 비난한 것은 터무니없다. 호페가 탁상공론만 일삼는 학자이기 때문에 실제 경제를 전혀 모르고 밀레이 자기 자신은 정치권력을 휘두르는 지도자이기 때문에 현상의 상황을 잘 알고 성취를 거두고 있다는 암시를 은연 중에 보이는 것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 호페 역시, 아니 지나가는 아무 16세 청소년을 아르헨티나 대통령으로 추대한다고 해도 6개월 동안 720억 달러의 새로운 부채를 만들고 1년 만에 화폐 공급량을 두 배로 늘린다면 밀레이가 아르헨티나에서 이룬 모든 ‘경제 기적’을 똑같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막상 밀레이는 대선 운동 내내 중앙은행 폐쇄가 필수적이고 타협할 수 없다면서 호페와 똑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왜 그런 주장을 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당시의 밀레이는 호페처럼 경제학을 이해 못하는 바보였던 것일까, 아니면 그가 공격했던 기성 정치인들, 거짓말을 일삼고 기회주의자이며 인플레이션을 찬미하는 사람들과 그 자신이 전혀 다를 바가 없는 걸까?

참고자료

통화량 통계: https://tradingeconomics.com/argentina/money-supply-m0#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통화량 통계: https://bcra.gob.ar/Pdfs/PublicacionesEstadisticas/infomondiae.pdf

공공부채 통계: https://ceicdata.com/en/indicator/argentina/national-government-debt

밀레이가 중앙은행 폐쇄를 ‘타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는 언론보도: https://reuters.com/world/americas/argentinas-milei-says-shutting-central-bank-non-negotiable-2023-11-24/

아르헨티나의 공공부채: https://tradingeconomics.com/argentina/government-budget

아르헨티나의 금 매각: https://english.elpais.com/economy-and-business/2024-07-28/the-mystery-of-argentinas-gold-milei-admits-that-it-was-transferred-abroad-without-specifying-the-quantities-or-destination.html

이 글에서 언급한 문제 외에도 호페가 밀레이에게 가한 다른 비판들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밀레이는 이 중요한 점들에 대해 일관된 답변을 전혀 제공하지 못했다.


태그 : #국제경제 #간섭주의 #중앙은행 

썸네일 출처 : https://www.khan.co.kr/article/202403011409001